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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제조한 선박블록 선적을 가로막았던 노동자들이 발주업체의 '손해배상청구' 압력에 손을 들었다. 이로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사실상 밀린 임금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관련기사>

 

사천시 제2일반산업단지 물양장에서 며칠째 선박블록 선적을 막으며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했던 노동자들이 농성을 푼 것은 지난 15일 밤. 원청업체인 SPP조선주식회사(고성 소재)에서 "일단 물건을 가져간 뒤 협상을 계속하자"라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에 따르면 그들이 SPP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SPP조선이 "당장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셈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선적을 막았던 블록의 최종 기성금은 SPP조선이 하청업체인 (주)엔스틸로 전달하기 직전, 엔스틸에서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이 압류를 걸어둔 상태. 따라서 SPP조선은 "돈을 지급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제조된 블록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조해 왔다. 
 

 

SPP조선의 이런 주장에 "임금만이라도 먼저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던 (주)벽강조선공업 등 엔스틸에서 재하청을 받아 일했던 노동자들은 법률구조공단 등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지만 SPP에 맞설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묶어 놓았던 선박블록 4개를 이날 밤 순순히 보냈다.

 

SPP조선은 일단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7개 업체에 2억 원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체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돈 7억 여 원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라 선뜻 받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벽강조선의 한 직원은 "밀린 임금을 받으려면 결국 회사(벽강)를 노동부에 고발해야 하는데, 사장도 같은 피해를 당한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하청에 또 하청을 받아 일하는 소규모 조선업체 노동자들의 넋두리가 추운 겨울날씨만큼이나 시리게 들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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