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넷 부동산 고수 한상분(필명)씨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재개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까?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잠실지역 아파트단지의 모습이다.
 인터넷 부동산 고수 한상분(필명)씨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재개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까?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잠실지역 아파트단지의 모습이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앞으로 한 달여 뒤,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가 주목할 곳이 있다. 바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다. 우리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밴쿠버의 아름다운 풍광 속 전원주택을 보며 이 도시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원주택들이 지어진 지 수십 년이 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여기 20~30년 된 주택을 허물고 아파트 짓기를 반복하는 한국 사람들이 밴쿠버의 풍광을 보며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재개발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인터넷 부동산 고수' 한상분(필명·48)씨다. 그는 "밴쿠버에서는 70년 된 주택도 잘만 쓰고 있다"며 "언제까지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빽빽하게 짓는 재개발을 고집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더 이상 압축적인 재개발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2004년부터 2006년 캐나다로 이주하기 전까지 닥터아파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부동산 투자 10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당시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을 상대로 천 건이 넘는 상담을 해줬고, 그럼 경험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알아야 부동산이 보인다>(2005년)라는 스테디셀러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연말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는 책을 펴낸 소설가 김윤영씨는 한씨에 대해 3년간의 부동산 취재에서 접촉한 고수 중 가장 합리적인 식견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20년간 사회현상·트렌드 등을 연구하는 일을 했다는 그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관찰하고 그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보통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지난 15일 이메일과 국제전화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강남 부동산 투자시대 저무나... "강남 부동산 서서히 조정받을 것"

한상분씨는 "향후 강남 부동산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이다.
 한상분씨는 "향후 강남 부동산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이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과도한 하락이나 상승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올해에도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것이다."

한씨가 내놓은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큰 격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전과 같은 부동산 활황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전 세계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꼽았다.

한씨는 "IT버블 이후 세계 자산 버블이 가능했던 이유는 1990년대 30~40대였던 세계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0년 출생)의 활기찬 생산과 소비가 저금리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이들 뒷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세계 유수의 경제연구소는 향후 10년의 경제성장률이 과거 10년의 60%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활황세를 막는 한국 내부의 문제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와 경기회복 지연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하면 여전히 달러에 약세인데, 이런 상황에서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더 심해지거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현재의 30~50대의 뒤를 이어 부동산을 구매해야 할 20대 후반의 88만원 세대의 경제력이 너무 미약하다. 지난 10년간의 자산시장 호황으로 발 빠른 사람들은 부동산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가격 지속성을 위해 후속 구매가 이뤄져야 하나, 88만원 세대의 구매력이 너무 처진다."

한씨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이 서서히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 강남 부동산이 상승하던 때, 강남 매수 금지를 주장해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결국 그의 말대로 당시 강남 집값이 하락해 그는 '부동산 고수'로 인정받게 됐다.

- 강남 부동산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1년생은 71만여 명이다. 재수생까지 합쳐 68만여 명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원했다. 10년 후 수능시험을 보게 될 2002년생은 49만여 명에 불과하다. 우수한 교육 때문에 생기는 강남 수요는 점차 사그라질 것이다. 또한 자립형 사립고가 강북에도 많이 생길 테니, 학부모들이 강남에 목매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한씨는 "선진국에 비해 금융 산업이 뒤늦게 도입된 한국사회의 특성 탓에 나타나는 부동산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금세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에 '올인'하는 흐름은 점차 희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낡은 집 방치해놓고 건설사가 좋은 아파트 지어준다고 기대하는 건 착각"

한상분(필명)씨는 "무분별한 재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철거가 진행 중이던 답십리 뉴타운 주택가의 모습이다.
 한상분(필명)씨는 "무분별한 재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철거가 진행 중이던 답십리 뉴타운 주택가의 모습이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한씨는 전화 인터뷰의 절반인 1시간가량을 재개발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용산 참사'로 상징되는 재개발 문제에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무분별한 재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의 한 뉴타운에서 3층 다가구 주택이 16세대로 쪼개져 나뉘어 팔리고, 각 세대에는 위장전입자가 들어오는 등 가짜 조합원이나 세입자가 늘고 보상금도 늘어났다"며 "사업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많은 뉴타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형 건설업체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무허가 판자촌은 거의 사라졌다. 서울 아현동, 옥수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집 대문이 부서지고 벽에 금이 가면 봄가을 집집마다 자기 집을 수리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제는 방치해놓고는 나중에 대기업이 훌륭한 아파트를 지어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밴쿠버의 경우, 70년 된 주택들도 보강공사를 하니 깨끗하고 좋다. 건설사의 이익 때문에 그렇지, 부수고 새로운 집을 짓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 단독주택을 지으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지 않나?
"2018년께부터 인구가 줄어든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생기는 마당에 주택 수만 늘리면 어떻게 하느냐. 임대아파트는 강북 재개발 지역이 아닌 강남 등지에 지으면 된다. 강남에도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염곡동, 일원동 등 장소가 많다. 시프트 같은 장기전세주택을 지으면 슬럼화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미개발로 남은 강서구 마곡지구도 적극 활용하면 된다."

한씨는 "아파트는 관리비가 싸고 편하다, 하지만 재건축할 경우 막대한 분담금이 들고 쫓겨나는 경우도 많다"며 "100㎡ 대지만 있다면 1억5천만 원 정도에 단독주택을 지어 쾌적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마당에 조그마한 화원도 가꿀 수 있다. 밴쿠버에서는 서민동네의 주택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 압축개발이 아닌 타운하우스 형태의 개발을 선호하게 될 경우, 단독주택은 큰 재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왜 자기 땅을 건설사한테 주느냐?"


태그:#한상분, #재개발, #부동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