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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한 믿음의 삶 평소 학교 강단에서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는 박유정 선생의 모습. 방학 때면 틈나는 대로 시골 외딴 마을을 돌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전도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믿음과 삶이 한결 같은 분이죠.
신실한 믿음의 삶평소 학교 강단에서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는 박유정 선생의 모습. 방학 때면 틈나는 대로 시골 외딴 마을을 돌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전도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믿음과 삶이 한결 같은 분이죠. ⓒ 박유정

최근 며칠 사이에 장학금 신청 서류를 준비하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2007년 후반기에 시작했던 상담과정을 2008년 교회를 신설하는 일로 인해 휴학을 했는데, 그것이 2010년까지는 연장이 되지 않는 터라, 어느 장학재단에 서류를 접수하는 일로 분주했던 것입니다.

 

그 일로 동사무소에 들러 주민등록등본 한 통을 떼었고, 집에 있는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대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도 한통씩을 뗐고, 부천에 가서 다니고 있던 대학원장 추천서도 한 장을 받아 왔고, 내가 자라 온 배경과 학문에 관한 열정들을 담은 자기소개서도 한 장 써서,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보냈습니다.

 

그 서류들 중에 내 눈길을 끈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학부 성적증명서였습니다. 4.5만점에 3.98정도 되는 듯 했고, 백분율로는 100점 만점에 90.5 정도 되는 듯 했습니다. 이미 우편을 통해 보낸 것들이라 성적 점수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 내가 살아 온 삶에 대한 기억은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그때 27살 늦깎이로 야간 학부에 들어갔습니다. 새벽 5시 경에 일어난 나는 인력공사를 통해 일하는 현장에 나가 열심을 일을 했습니다. 그 시절 주로 했던 일들은 맨 땅을 파거나 사모래 등짐을 지고 아파트와 빌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들, 그리고 지하 물탱크 청소를 하거나 소가죽 염하는 일을 했습니다.

 

오후 6시엔 그 일들을 마치고 부리나케 야간 수업에 임했습니다. 그럴 때면 한낮에 했던 일들로 인해 피로감이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졸업장 하나를 바라보고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견뎌냈습니다. 2학년 때까지는 그렇게 일과 학업을 병행했지만, 3학년 때에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죽어라 도서관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그때 백과사전식으로 읽었던 책이 족히 800권 가량은 되는 듯 합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열심히 살던 때였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전철을 타고 부천을 오갔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상담대학원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지 더 곰곰이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추진하는 일이 과연 졸업장 하나 더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일인지, 그 사이를 오가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처음 생각할 땐 솔직히 졸업장이 더 앞섰습니다. 하지만 더 깊이 깊이 생각할수록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유익들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굳게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교회를 개척한 형편이라 가정적인 여유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대학원생들에게 저리로 대출해 주는 은행도 없습니다. 그저 그 장학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그 생각들 모두가 물거품으로 그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크리스천 가운데에는 무릇 믿음이 좋다면서 무조건적으로 자기 믿음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아무런 자기 준비나 자기 대책도 없이 일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도만 하면 만사가 해결되는 양 아무런 자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믿음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믿음이란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삶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해야 할 도리를 다 한 후에 하나님의 선한 은총을 바라는 게 믿음의 도리입니다. 그것 없이 하나님의 은총만 바라는 사람은 요술을 바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는 사람입니다. 허송세월 속에서 뜬 구름 잡는 사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 지원금을 그 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릅니다. 만일 받게 된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그 경우 단순히 졸업장을 바라기보다 그 길 위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하나님께서는 그 길이 제가 가야 할 길이 아님을 일깨우시는 걸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시대에 허무맹랑한 자기 욕망만을 들추어 낸 채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강요한 채 자기 욕구만을 채우려는 사람들도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오직 자신이 해야 할 선한 도리를 다 한 후에 하나님의 선한 은총을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합니다.


#크리스천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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