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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숍(workshop)

 

.. 우선은 각국에서 진행되는 바다쓰레기에 관한 회의나 워크숍, 행사 등에 서로 초청하여 각자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142쪽

 

 '우선(于先)'은 '먼저'로 다듬고, "각국(各國)에서 진행(進行)되는"은 "나라마다 이루어지고 있는"이나 "나라마다 하고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바다쓰레기에 관(關)한 회의(會議)"는 "바다쓰레기를 다루는 모임"으로 손보고, '등(等)'은 '들'로 손보며, '초청(招請)하여'는 '불러'나 '모시어'로 손봅니다. "각자(各者) 하고 있는 활동(活動)에 대(對)해"는 "저마다 하고 있는 일을"이나 "저마다 하는 일을"로 손질하고, "소개(紹介)하는 일부터 시작(始作)했다"는 "이야기하는 일부터 했다"나 "들려주는 일부터 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워크숍(workshop)

 │  (1) = 연구 집회. '공동 수련', '공동 연수'로 순화

 │  (2) = 연구 협의회

 │

 ├ 바다쓰레기에 관한 회의나 워크숍

 │→ 바다쓰레기를 다루는 이야기마당이나 공부모임

 │→ 바다쓰레기를 다루는 모임이나 이야기자리

 │→ 바다쓰레기 문제를 풀자는 여러 모임

 └ …

 

 예전에 사진학과 교수였던 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참 이야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이라고 한 마디 덧다시더니 '영어 낱말을 잔뜩 쏟아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십니다.

 

 전문용어도 아닌 전문적 용어란 '영어'를 가리켰을까요. 영어로 이야기하면 전문가가 되는가요.

 

 영어로 된 전문용어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당신 생각을 꺼내놓자면 아무래도 영어로밖에는 이야기를 할 수 없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당신이 사진을 배울 때 나라밖에서 배웠을는지 모르고, 그무렵 당신한테 사진을 가르친 분들도 당신이 이 자리에서 보여주듯 영어로만 가르쳤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전문가 모임'이라고 할 만한 대학 강단에서는 '전문으로 쓰는 말 = 영어'이고, 대학 강단이 아닌 여느 삶자락에서 쓰는 말로는 '사진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 워크숍 / 포럼

 ├ 회의 / 연수 / 집회

 └ 모임 / 공부모임 / 이야기자리 / 이야기마당

 

 요즈음이야 모두들 '워크숍'이니 '포럼'이니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한자말로 '회의'니 '연수'니 '집회'니 이야기했습니다. 예나 이제나, 어쩌면 앞으로나,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리킬 때 말 그대로 '모임'이라 하거나 '이야기자리'라 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공부하는 모임임에도 으레 '학술회의'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학술(學術)'이 무엇입니까. 학문과 기술인데, 학문은 무엇이고 기술은 무엇입니까. 학술을 하는 회의란 무엇을 하는 자리입니까. 한글학회에서마저도 '학술회의'를 말할 뿐입니다. 국어연구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어(國語)'라는 낱말은 그냥 한자를 풀면 '나라말'이니 이런 말을 쓰는 일이 아무 말썽도 아니라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우리한테 '국어'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널리 쓰였고, 그때 쓴 '국어'는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이었습니다.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쓰는 말'이라는 뜻에서 일본사람들이 우리한테 '國語'를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국어학자'란 '일본어학자'인 셈인데, 이 잘못된 말씀씀이 뿌리를 곰곰이 헤아리면서 바로잡거나 고치려고 하는 움직임이란 이제 삭 가셨습니다.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나마 '한글학자'나 '한국말학자(한국어학자)'나 '우리말학자'라고 이름을 새로 붙이면 낫습니다만, 학자 된 분들은 이와 같은 이름을 썩 내켜 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이름을 안 쓰고 있거든요.

 

 ┌ 태스크포스(task force)

 └ 프로젝트 팀(project team)

 

 스스로 '전문가'라고 내세우는 분들은 '프로젝트'를 맡거나 땁니다. '태스크'를 맡거나 꾸립니다. 전문가 아닌 여느 회사원들도 '모임'이 아닌 '부서'에 모여서 일을 하는데, 이제는 '부서'라고도 안 하고 '팀'이라고만 합니다. 영업부서가 아닌 영업팀이고, 부원이 아닌 팀원입니다.

 

 모르는 일입니다만, 앞으로 또다른 '영어로 지은 모임 이름'이 새로 태어나지 않으랴 싶습니다. 한 열 해쯤 쓰면 좀 시들시들해진다고 느껴 새로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또 열 해쯤 쓰다가 지루하다고 느낄 무렵 다시 새 이름을 붙이고, 또 열 해쯤 뒤에는 다른 이름을 …….

 

 열 해면 강과 산이 바뀐다고 했습니다만, 오늘날 우리들은 열 해마다 새 이름을 붙입니다. 스무 해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하고, 해마다 옷차림을 바꿉니다. 고이 간직하거나 지킬 멋이란 찾아볼 길이 없고, 오래도록 손질하면서 뒷사람한테 물려줄 빛과 슬기와 얼이란 찾아낼 수 없습니다.

 

 깨끗하건 아름답건 싱그럽건 훌륭하건, 이런 이름이 있건 없건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우리 뒷사람한테 '우리 말'이라 할 만한 말을 물려주기 어렵습니다. '우리 글'이라 할 만한 글을 이어주기 어렵습니다. 말과 글에 앞서 우리 삶이 없고, 우리 땅이 없으며, 우리 문화와 사회와 경제와 정치와 교육과 예술과 과학과 철학이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어 놓고 지키는 자리가 없어, 언제나 나라밖으로 배우러 떠나야 하고, 나라밖으로 떠나서 배우기만 하니 자꾸자꾸 나라안에서 스스로 힘을 키우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 땅에 깃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내동댕이치거나 무너뜨립니다.

 

 말을 말답게 느끼며 가꾸는 힘이란 다름아닌 삶을 삶답게 느끼며 가꾸는 힘임을 모릅니다. 글을 글답게 느끼며 돌보는 힘이란 다름아닌 우리 스스로를 올바르게 느끼며 돌보는 힘임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영어#외국어#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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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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