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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199'

 

11일 발표된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여야간 벼랑끝 승부가 시작됐다.

 

초반 전세는 국회 내 유일한 찬성세력인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의 절대 열세다. 한나라당내 60여 명에 이르는 친박(친박근혜)계는 물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를 비롯한 모든 야당들은 반대라는 단일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친이계는 소수파로 고립되는 양상이다. '세종시 정국'에서만큼은 100대 199라는 '여소야대'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는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 산 넘어 산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행정도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기에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들의 세제 감면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또 세종시를 과학벨트 거점으로 지정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과학벨트법)도 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하더라도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본회의 통과는 물론 일차 관문인 해당 상임위원회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토해양위 위원 29명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은 17명에 달하지만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이병석 위원장을 비롯한 친이계 12명뿐이다.

 

친박계 송광호, 유정복, 이해봉, 정희수, 현기환 의원 등 친박계 5명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무소속 이인제(충남 논산) 의원 등 12명과 함께 반대쪽에 선다면 개정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특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는 위원장인 서병수 의원과 조세소위 위원장 이혜훈 의원이 모두 친박계다. 과학벨트법을 다룰 교육과학기술위는 아예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결국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 내부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친박계를 설득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당론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절대 열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가 많은 충청권 여론도 역전시켜야 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가  박 전 대표 설득과 충청권 설득이라는 '투 트랙' 여론 몰이에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주호영 특임장관이, 당에서는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할 계획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14일께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충청지역을 방문해 주민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친이계 의원들은 친박계 의원들을 일대 일로 접촉해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여권 주류의 전방위 여론몰이, 성공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당 주류측은 설 연휴가 끝난 2월 중순께 민심의 향배가 결정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11일 수정안 발표 외에도 한번의 계기가 더 있을 것"이라며 "설을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여론이 굳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정치인들도 다시 태도를 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국민 전체 여론을 보면 수정 찬성이 높은 데다 충청 주민들이 이번 수정안을 꼼꼼히 따져보고 찬성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친박계가 지금처럼 단일한 목소리로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00대 199의 절대 열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원칙과 신뢰'의 차원으로 환원해 버린 이상 그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이미 정부의 수정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도 기자들과 만나 "원안이 배제된 안에는 반대한다"며 "그렇게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어도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당정청 회의를 한답시고 다 만들어진 안을 던져주고 홍보해라, 국회에서 표결하라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며 "여론몰이를 해서 일시적으로,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충청권 여론이) 바뀐다, 안 바뀐다를 생각할 바는 아니지만 국회에서 통과를 시켰고 5조4000억 원이나 이미 쏟아부었고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겠다고 현 정권에서 더 많은 투자를 했던 사안이라면 백지화가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도 이날 "수정안은 국민혈세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정경유착", "충청표를 의식한 위선적 포퓰리즘", "세종시 이외의 지방을 모두 죽이는 잔인하고 위헌적인 차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의 당론은 청와대나 총리실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당 장악 싸움에만 골몰하는 세력들은 지역균형발전, 자유시장경제 법질서 확립과 같은 세종시 이슈의 본질적 가치들에 대해 더 고민하기 바란다"고 직설적인 비판을 퍼부었다.

 

시작된 정치권 '빅뱅'

 

특히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대립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차기 대선을 앞둔 각 정파들의 치킨게임 양상을 띠면서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권 내부만 보더라도 "역사적 소명"이라며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과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며 제동을 건 박근혜 전 대표 중 지는 쪽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급격하게 상실할 수밖에 없고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꾼다면 충청권의 지지는 물론 '원칙 공주'라는 정치적 자산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연말 예산 정국에서의 완패에 이어 무기력한 야당의 이미지를 떨칠 수 없게 된다. 자유선진당은 유일한 지지기반인 충청권에서 영향력 상실을 걱정해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인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빅뱅'이 닻을 올렸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친이, #친박,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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