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매년 정초가 되면 사람들은 점집을 찾는다. 정해놓지 않고 누가 잘 본다고 하면 그곳으로 찾아가기도 하지만, 단골네를 정하고 다니기도 한다. 점집을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살다가 힘이 들어지면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이사를 하는 날을 잡아 달라, 아이가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하겠느냐?, 며느리 감인데 아들과 잘 살겠느냐? 별별 이유로 다 점집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점술가 한 사람이 사회 전반에 걸친 상담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나는 20년 넘게 굿판을 쫒아 다니면서 연구를 한 덕에 전국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무속인(巫俗人)들이다. 전문적인 말로는 무격(巫覡)이라고 하고, 기자(祈者)라고도 한다. 무속에 관한 책을 10여권을 쓰면서 꽤 잘 알려진 사람들도 생겨났다. 가끔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한다.

 

"요즘 재미가 어때요. 연초라 바쁘겠네요?"

"날이 워낙 추워서 뜸해요. 조금 지나면 아저씨들이 찾아오겠죠."

"아저씨들이라니?"

"올 6월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요."

"올 6월은 왜요?"

"6월에 지방선거가 있잖아요. 나가면 당선이 되겠느냐고요."

"그래요."

요즈음 누가 많이 오나?

 

올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이맘 때가 되면 분주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본인이 직접 찾기도 하지만, 가족들을 시켜서, 혹은 지인들을 시켜 점집을 찾아간다. 물론 자신의 정치생활이 순탄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정치생활의 순탄함이야 일단 입문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입문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올 지방선거에 자신이 당선이 되겠느냐가 궁금해서다.

 

왜 이렇게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 혹은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집을 찾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것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자신이 그동안 해온 일이 별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자신이 소신 있게 생활을 해왔다면, 굳이 점집을 찾아 자신의 거취를 물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점을 보고 부적을 써서 지니고, 심지어는 당선을 위한 굿을 하기도 한단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선거철이 되면 찾아든다는 사람들. "요즈음 정치에 뜻을 두는 사람들이 찾아오고는 합니다. 설이 지나고 나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겁니다." 잘 나간다는 사람의 이야기다. 한 마디로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늘 그렇게 해왔고, 이번 지방선거라고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에 입문을 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당락을 묻게 되고, 한편에서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흘리고 다닌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다. 그것이 곧 자신의 유명세와 연결이 되니까.

 

과연 그들은 스스로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판단이 서 있는 사람들일까? 물론 현재 유리하다는 사람들도 이만 때가 되면 불안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가 실패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점집을 찾아 자신의 거취를 묻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역민들의 신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 어찌 일개인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소신이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당선이 되어본들, 제대로 일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불안해서 점 잘 본다는 사람 찾아가,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싶다"

 

그들이 절재적일 수는 없다.

 

무엇이 불안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지역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열심히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주장을 하면 된다. 그리고 주민들이 그 주장을 듣고 판단을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점집을 찾아 자신의 앞날을 묻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결국 그곳에 가서 당선이 된다고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생기기 때문에 더 큰 목소리를 내서, 자신만이 지역민들을 위하는 일꾼이라고 고함을 칠 것인가? 만일 당선이 힘들다고 한다면, 그날로 포기를 할 것인가? 그렇게 소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래도 가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에는 그저 아연할 수밖에 없다. 왜 그곳에 가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지어야만 할까? 그리고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잘 나간다고 하는 어느 기자(祈者)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런데 와서 묻고 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묻고는 하는데 참 답답하다.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할 것인지. 만일 당선이 힘들다고 하면 나오지 않을 것인가? 그런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목을 매러 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럴 시간에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올 정월이 성수기?

 

사람들은 올 정월이 되면 문지방이 닳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나가고 싶은 사람,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사람, 모두가 다 한 번쯤은 다녀갈 것이란다. 그들은 시키는 대로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수입도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 한 점집을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2월이 되면 설이 있다. 설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점집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월 14일이 설이니, 설이 지나면 지방선거까지 4개월이 남는 셈이다. 그때쯤 되면 정말 점집의 문턱이 닳아버릴까?

 

물론 아무집이나 찾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들일 수록 남들의 이목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슬그머니 찾아든다는 것이다. 아니면 아는 지인들을 동원하기도 하고.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닐지. '내가 다 알고 있었어.'라는 말이 수도 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 자신의 발 갖고 자신이 가는 것이니 무엇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곳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믿어야할지. 항상 그렇듯 답답한 마음뿐이다.


태그:#점집, #정치지망생, #총선, #6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