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하루라도 "빵꾸똥꾸" 라는 말을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정도이다. 평일 저녁 7시 45만 되면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시청하기 위해 TV 앞에 앉는다.

지난 5일에도 어김없이 '하이킥'을 시청했다. 이날 내용은 두 가지였는데, 극중 현경과 자옥의 얘기가 인상이 깊었다. 현경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떤 교사가 못이 튀어나온 책장에 옷이 걸려 옷이 찢어지게 된다. 이것을 보고 교감 선생인 자옥은 남자 선생님들 들어오면 못을 치라고 시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경은 지금 치면 되지 않느냐면서 자청해서 망치질을 하게 된다.

책장에 튀어나온 못을 박고 있는 현경과 남자들이 오면 시키자는 자옥
 책장에 튀어나온 못을 박고 있는 현경과 남자들이 오면 시키자는 자옥
ⓒ MBC

관련사진보기


망치질을 하는 현경을 보고 자옥은 기다렸다 남자들 오면 하라고 하지 왜 위험하게 자기가 하냐면서 현경을 걱정한다. 하지만 현경은 망치질 하나는 웬만한 남자들보다 자기가 더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경은 실수로 자신의 손을 망치로 치고 만다.

그리고 현경은 학교 교사들과 교감 선생 자옥을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현경은 식사를 하기 위해 가정부 세경과 함께 상을 옮기려고 하는데 자옥은 같이 온 줄리엣(남자)에게 상을 옮겨달라고 한다. 하지만 현경은 괜찮다면 이까지것 나 혼자 할 수 있다며 상을 혼자 들어 옮긴다.

자옥은 여자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저러냐고 하니 옆에 있던 신애는 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자들보다 힘이 약하냐고 물어본다. 자옥은 하느님이 낳을 때부터 그렇게 만드셨다고 신애에게 대답한다. 하지만 현경은 애한테 왜 그렇게 가르치냐 면서 남자와 여자의 힘은 개인차라고 한다. 자옥은 개인차도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그렇다고 말해야 되지 않느냐며 현경의 말에 반박한다.

자옥에 말에 발끈하여 혼자 상을 들고 있는 현경
 자옥에 말에 발끈하여 혼자 상을 들고 있는 현경
ⓒ MBC

관련사진보기


"남자는 원샷 여자는 반샷!"

식사를 하기 전에 자옥 교사들에게 건배 제안을 한다. 이 때 자옥은 '남자는 원샷하고 여자는 반샷'을 하자고 한다. 이 때 신애는 왜 여자만 술을 반만 마시냐고 하니 자옥은 여자가 약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현경은 이런 자옥의 말에 발끈해서 한창 자라는 얘한테 옛날 사고방식을 주입시키지 말라고 한다. 현경은 신애에게 여자는 남자랑 뭐든 똑같고 뭐든 똑같이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옥은 신애에게 여자는 약하기 때문에 술 잔에 든 술을 반만 마신다고 설명하는 중.
 자옥은 신애에게 여자는 약하기 때문에 술 잔에 든 술을 반만 마신다고 설명하는 중.
ⓒ MBC

관련사진보기


자옥에게 한 말을 지키기 위해 현경은 과음하게 된다. 다음날 너무나 과음하게 된 나머지 신애의 옷에 구토를 하게 되어 옷을 다 버리게 된다. 미안한 현경은 신애에게 옷을 사준다고 하며 가게로 간다. 가는 길에 다른 가게 앞에서 자동차를 입으로 끄는 차력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차력 쇼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여기 모이신 분들 중 차를 끄는 사람이 있으면 상품을 주겠다고 한다. 이에 신애는 현경에게 아무리 그래도 여자는 차를 끌 수 없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현경은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차를 입으로 끌겠다고 자청하게 된다. 결국 현경은 차를 입으로 끌다 이가 빠지게 된다.

차를 입으로 끌다 이가 빠진 현경은 끝까지 신애에에 "여자도 남자처럼 뭐든 잘 할 수 있어. 아줌마가 여자라서 차를 못 끈게 아니라 이가 약해서야" 라고 말한다.
 차를 입으로 끌다 이가 빠진 현경은 끝까지 신애에에 "여자도 남자처럼 뭐든 잘 할 수 있어. 아줌마가 여자라서 차를 못 끈게 아니라 이가 약해서야" 라고 말한다.
ⓒ MBC

관련사진보기


"대학교에 남자 휴게실도 만들어라!"

이날 방송에서 선생과 어른으로서 현경은 신애에게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지만 현경이 취한 절대적 평등에 대한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남녀의 신체, 생리, 사회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똑같은 능력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서로에게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 차별과는 또 다른 절대적 평등이 현실에서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트콤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다. 요즘 대학교에 가보면 단대 별로 혹은 캠퍼스 별로 여자 휴게실과 생리공결제라는 것이 있다. 여자 휴게실이 만들어진 계기는 1990년후반과 2000년대 초반 대학 별로 총여학생회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총여학생회가 생기면서 여성의 권리에 대해 학생사회에서 얘기가 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여학우들의 학내 인권에 대한 얘기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생리통이 심할 때 쉴 수 있는 여자 휴게실을 만들었고, '생리 공결제'라고 해서 월 1회 생리로 인해 수업을 결석했을 때 출석을 한 것으로 처리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것뿐 만 아니라 여학우들이 학내에서 느끼는 성폭력 문제를 총여학생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학내 여자휴게실과 생리공결제가 생기자 많은 남자 학우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남학우들의 반발의 내용은 남자들도 쉴 공간이 마땅히 없는데 왜 여자들만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냐는 거였다. 그리고 남학우들은 어차피 여자 휴게실이 생겼으니 남자 휴게실도 만들어 달라는 주장을 하였다. 또 여학우들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것처럼 남학우들도 월 1회 수업을 빠지는 것은 결석으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런 남자 학생들의 요구에 실제로 몇몇 학교에서는 남자 휴게실이 생기기도 했다. 남학우들은 이것이야 말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 성 평등한 대학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대학교에서 남자 학생들이 남자휴게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 또한 절대적 평등의 오류다. 남학우든 여학우든 같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지만 여성들은 매달 하는 생리 때문에 학업에 방해가 된다. 가령 예를 들면 생리통이 심해 학교를 나가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교 생활 중에 생리 때문에 겪는 문제는 남자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다. 즉 무조건적 절대적 평등을 주장하며 여학우들의 신체적 차이에 대해 무시해 버린다면 이것은 남녀가 평등한 대학이라고 할 수 없다.

성 평등한 사회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하이킥>에서 자옥의 태도 또한 맞지 않다. 왜냐하면 자옥은 여자가 사회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힘을 쓰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모두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옥에 태도에 반박한 현경의 절대적 평등 또한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남녀 사이의 불평등한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는 등의 성역할을 고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제 3의 성(동성애, 트랜스젠더 등)이 서로간의 차이와 공통점을 얘기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성 평등한 사회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참 유익한 시트콤이다. 22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일상의 비유를 들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부터 7시 45분 하이킥을 볼 생각에 설렌다. 또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붕뚫고하이킥, #성평등, #절대적평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