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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소년시절 꿈은 한때 기타리스트였다. 그러나 꿈만 꾸었을 뿐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꿈만 꾼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 기타리스트 나의 청소년시절 꿈은 한때 기타리스트였다. 그러나 꿈만 꾸었을 뿐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꿈만 꾼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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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큰딸 덕분에 기타를 잡았습니다.
수능을 마친 큰 딸이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니만 며칠 째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연습을 합니다. 클래식 기타를 잘 지치는 외삼촌이 코드표와 기타의 구성에 대해 알려주고 난 뒤로 이론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기타를 이해했습니다. 물론 손가락이 따라줘야 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제가 보기엔 그 정도 속도로 나가면 저보다는 훨씬 기타를 잘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아빠의 기타솜씨가 깊지 않다는 것을 알겠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잡은 이후 독학으로 배운 기타였고, 아버지는 완고한 분이셨기에 기타가 몇번 부서지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싹수가 있는 아이들 같았으면 '그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되었다!' 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인데,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냥 막연한 꿈, 그러나 기타를 향한 불타오르는 열망 같은 것들이 없었습니다.
그저 교회 수련회나 대학MT에서 반주를 할 정도로 만족을 했고, 하나의 취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 취미는 내 삶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새해가 되면서 우리 아이들도 많은 꿈을 꿉니다.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 꿈을 꾸는데 공부가 걸림돌이 됩니다. 학교공부라는 것이 성적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아무리 좋은 꿈을 꾸고, 재능이 있어도 공부를 못하면 모든 꿈이 위협을 당하는 현실입니다. 자신의 꿈에 걸림돌이 되는 공부라니, 참으로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한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유행을 했습니다.
꿈을 꾸지 않는 것보단 좋은 일이지만, 그냥 꿈만 꾼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꿈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많을 때에는 타고난 재능과 남들보다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만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 이 둘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꿈은 실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천적인 재능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을 더 많이 믿는 편입니다. 단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나이가 있기에 그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 더이상 꿈꾸기 힘든 것들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반대로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꿀 수 있는 꿈도 생기긴 하지만, 그것이 청소년기에 꾸는 설레는 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제한된 꿈을 꾸지만, 청소년기에는 무한한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어른 흉내도 내보고, 그러다 정말 너무 빨리 늙어버린 애늙은이도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결국 자신의 꿈을 사장시켜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타인의 지시를 따라 일을 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 평범한 삶도 위대한 일이지만, 기왕이면 나는 자신이 정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제 삶의 꿈입니다. 어느 정도는 이뤘고, 어느정도는 포기했습니다. 적당한 타협인 셈이죠.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적당한 타협도 하지 않는 그런 삶을 꿈꾸길 바랍니다. 아니,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이 땅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그런 꿈을 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꿈은 막연하게 꾼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긴 했으나, 손가락에 피멍이 맺힐 정도로 치열하게 연습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음악적인 재능도 없었기에 그저 그런 정도, 취미로 조금 치는 정도의 기타실력을 갖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전혀 의미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막연한 꿈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좀먹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지않게 기타를 친다고, 기타리스트가 된다고 시간과 비용을 썼습니다. 아마, 그때 네가 좀더 내게 맞는 꿈을 꾸고 그 일에 매진했더라면 나는 좀더 좋은 내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나간 일을 이렇게 후회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새해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꿈을 꾸고, 계획하고 계신지요?
그냥 단순히 이렇게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 정도로 꿈을 꾸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주어진 상황이 만만치 않아 그냥 '이대로만!'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것 마져도 만만한 세상이 아닙니다. 저도 막상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대로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을 알기에 불안하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꿈이겠지요.

어떤 꿈이든 상관없습니다.
꿈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기왕이면 그렇게 삶을 던져야 이뤄지는 꿈이라면 조금은 큰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꿈 같은 것보다 조금은 더 큰 꿈 말입니다.


태그:#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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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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