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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과 숙취를 없애주는 겨울철 보양 식품 '물메기탕'. 지난 1월 29일 제목 <'북엇국' 형님뻘인 '물메기국', 그 맛은?>이란 제목으로 '물메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집에서 끓여 먹는 법을 소개했고, 이번에는 전문 음식점의 물메기탕에 대해 알아보았다.  

 군산시 영화동에 위치한 일풍식당. 물메기탕 맛도 일품이지만, 고소한 ‘쫄복튀김’에 소주 한 잔도 추천할만한 메뉴이다.
군산시 영화동에 위치한 일풍식당. 물메기탕 맛도 일품이지만, 고소한 ‘쫄복튀김’에 소주 한 잔도 추천할만한 메뉴이다. ⓒ 조종안

군산 영화동에 가면 남편, 아내, 처제, 동생 이렇게 넷이서 '생선탕'도 끓이고, 밑반찬도 만들고, 장도 보고, 손님접대도 하는 식당이 있다. 이름하여 '일풍식당'. '물메기탕', '졸복탕', '졸복 튀김' 이렇게 세 종류만 전문으로 취급한다.

단골손님은 노동자 서민층에서 부유층까지 다양하고, 연령층도 20대와 80대를 가리지 않는다. 맛있게 먹고 가면서 "아들들이 용돈을 많이 줘야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러 오는디, 와보믄 맨날 젊은 사람들만 있어서 탈여!"라며 농을 던지는 노인들도 있다고.

오래전 지인들과 들러서 무를 얇게 썰어 넣고 끓인 '마른 물메기탕'을 맛있게 먹고 어떤 사람이 식당을 운영할까? 배짱이 얼마나 큰지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물메기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장사가 얼마나 잘될지 의심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지난 11월 다시 들러 맛볼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생물 '물메기탕'이었다. 역시 째보선창 맛을 간직하고 있어서 기회가 있으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미루어오다 어제 식당에 들러 김준열(58) 사장을 만나보았다.  
 
속풀이 대명사 '물메기탕' 끓이는 비법

김 사장은 고향이 섬이라서 그런지 해산물에 대해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물메기를 비롯한 모든 생선에 대한 어지간한 정보와 상식을 터득하고, 식사하러 오는 손님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일풍식당 물메기탕은 국물이 시원하고 얼큰한 것은 물론이고 고소하고, 개운하고, 달착지근한 맛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물메기는 뼈가 연해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한데, 뼈를 다 발라먹고, 밥을 얼큰한 국물에 말아서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의 하나이겠다. 

 냄비에 담긴 물메기탕. 보기만 해도 개운하고 시원한데 이뇨작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비에 담긴 물메기탕. 보기만 해도 개운하고 시원한데 이뇨작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종안

 물메기탕2 물메기 살에는 지질 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며 단백질이 풍부하다.
물메기탕2 물메기 살에는 지질 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며 단백질이 풍부하다. ⓒ 조종안

김 사장에게 끓이는 비법을 물었더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싱싱한 물메기와 육수, 간을 잘 맞추면 된다며, 음식 조리에 정성을 다하고 양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일풍식당'의 자랑이자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냉동한 걸 쓰지만, 요즘에는 생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날그날 싱싱한 물메기를 조달하기 위해 새벽 5시면 일어나서 해망동 공판장에 나갑니다. 내년 여름에 사용할 물메기도 서서히 준비해야 하니까요. 손님 대부분이 단골이고, 입맛이 예민해서 냉동한 물메기를 금방 알아보기 때문에 싱싱한 생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육수도 그래요. 국수 국물에는 멸치가 최고이듯, 물메기탕 육수는 마른 밴댕이를 넣고 푹 끓여서 만들어야 고소한 맛이 여기저기에 스며듭니다. 물메기 살이 연하잖아요. 그렇게 연한 부분에까지 밴댕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스며드니까 발라먹을 때 기분을 더 좋게 해주죠."

"소금도 시장에서 파는 소금을 그냥 사용하면 안 돼요. 소금의 쓴맛이 시원한 맛을 도망가게 하거든요. 그래서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합니다. 소금을 그늘에 보관해두면 간수가 빠집니다. 그렇게 간수를 뺀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얼큰하고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에 달착지근한 맛이 가미돼요. 그래서 간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소금이 훨씬 더 드는 게 흠이지만."

김 사장은 두 번 들렀던 고은 시인도 극찬했다면서 물메기탕은 다른 생선과 달리 술을 마신 후에 속풀이로 먹는 음식이어서 아침 일찍 문을 연다고 했다. 전에는 오전 9시 넘어 영업을 시작했는데 조금 더 일찍 열라는 단골들의 성화로 한 시간 앞당겨 8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기자의 질문에 성의를 다해 답변하는 김준열(58세) 사장. 섬에서 태어나 자란 사나이답게 바다의 진미를 누구보다 맛깔스럽게 설명해주었다.
기자의 질문에 성의를 다해 답변하는 김준열(58세) 사장. 섬에서 태어나 자란 사나이답게 바다의 진미를 누구보다 맛깔스럽게 설명해주었다. ⓒ 조종안

물메기가 나지 않는 여름철에는?

- 물메기가 나지 않는 여름을 어떻게 대비하는지요?
"물메기는 겨울철 생선이라 여름에 쓸 재료를 겨울부터 준비합니다. 올해는 9월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내년 4월쯤 되면 잡히지 않으니까 그에 대비해야지요.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에 공판장에 나가서 물이 좋으면 중매인에게 부탁해서 여름에 쓸 물건을 미리 작업해서 급냉을 시켜 비축해둡니다. 냉동한 것이라 약간 흐물흐물하고 맛은 떨어지지만 시원한 맛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요." 

- 까다로운 손님은 냉동한 거라며 싫어할 텐데요?
"냉동한 물메기인 것을 알면서도 즐겨 먹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팔면서도 기가 막힙니다. 마치 보약이나 보신탕 드시듯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오셔서 에어컨을 끄라고 하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탕을 드시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흡족하기도 하고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단골손님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밑반찬

 풀치 조림. 풀치를 상자로 사다가 손으로 잘라 조리하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음식은 정성이 최고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 같았다.
풀치 조림. 풀치를 상자로 사다가 손으로 잘라 조리하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음식은 정성이 최고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 같았다. ⓒ 조종안

 군침이 도는 고추 밴댕이 젓갈 무침. 짭조름하면서 개운하고 고소한 밴댕이 젓갈에 고추를 넣고 무친 밑반찬은 오직 서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
군침이 도는 고추 밴댕이 젓갈 무침. 짭조름하면서 개운하고 고소한 밴댕이 젓갈에 고추를 넣고 무친 밑반찬은 오직 서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 ⓒ 조종안

단골이 90%가 넘는다는 일풍식당에서는 '물메기탕'이든 '까치복탕'이든 식사를 주문하면 밑반찬 여덟 가지가 기본으로 차려나온다. 대신 풋고추가 들어간 '풀치 조림'과 '고추 밴댕이젓갈 무침'은 기본 중 기본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올린다고.

풀치를 상자로 사다가 직접 조리한 풀치 조림은 고추를 넣고 간장에 조리는데 가시를 발라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마른 반찬이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돌아 풀치 조림 하나만 있어도 밤 한 그릇쯤은 게 눈 감추듯 뚝딱이다.

김치, 깍두기, 파김치, 깻잎, 젓갈(밴댕이), 풀치 조림, 버섯무침,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유채나물, 미역무침, 김, 고사리 등 기본 밑반찬 중에 하루에 여덟 가지씩 바꿔가면서 올리는데 이유는 단골들이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김치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다하는데 물메기탕에는 묵은 김치가 적격이란다. 그래서 손님에게 맛있는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김장도 1년에 네 번 나눠서 한단다. 김장철이 아닌 때는 맛좋기로 소문난 전남 해남에서 배추를 사다 담근다고 한다. 

온 가족의 손을 거쳐 차려지는 식단

쌀은 외가에 부탁해서 가져다 먹는다고. 외삼촌이 간척지 쌀로 유명한 미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서 그때그때 방아 찧은 쌀을 보내준다고 한다. 미면 쌀은 오래전부터 윤기가 돋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양념만큼은 최고급으로 사용한다고 자신한다. 시장에서 사다 쓰기보다 집에서 가꾼 채소를 이용하는데, 고추도 시골에서 농사짓는 여동생에게 부탁해서 태양에 말린 '양근'만 쓰지 불에 말린 고추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고추는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며 자신 있어했는데, 손님이 마시다 남은 소주를 모아 여동생에게 보내준다고 한다. 소주를 고추밭에 뿌리면 탄저병이 발생하지 않아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고.

그렇다고 공짜로 쓰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받는 돈을 다 쳐준다고 한다. 아무리 동생이지만, 시세를 제대로 쳐줘야 서로 떳떳하고 책임감이 생겨서 고추 하나 말려주는 것도 성심성의껏 해준다고. 대신 덤이 많이 따라온다며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풍식당#물메기탕#풀치 조림#밴댕이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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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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