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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상 년초에 지신밟기 등을 하면서 마련하는 고사상
▲ 고사상 년초에 지신밟기 등을 하면서 마련하는 고사상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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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우주 하날이요 지제주추 땅 생길 때
국태민안 범윤자 시화연풍 돌아들고
이씨 한양 등극시에 삼각산이 기봉하고
한강수 조수되어 봉황이 생겼구나
봉황 눌러 대궐 짓고 대궐 앞에는 육조로다
오영문 주추 놓고 각도 각읍을 마련할 때
왕십리는 청룡이요 동구재 만리재 백호로다

우리네 풍습에는 정월이 되면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정월 초하루가 지나 초이틀은 '귀신 날'이라 하여 근신을 하고 있다가, 평신이 내려온다는 정월 초사흘이 되면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닌다.

대청 앞에다가 상을 놓고, 상위에는 쌀을 수북이 담은 그릇을 올린다. 그 다음 옆에는 실타래를 감은 북어 한 마리와, 정화수를 떠 놓는다. 쌀에다가 초를 꽂고 불을 밝힌다. 이 상을 '고사상'이라고 한다. 마을의 풍물패들이 대문서부터 왁자하니 떠들면서 뛰어 들어와, 집안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지신을 밟는다. 지신을 밟는 것은 일 년 동안 집안에 동티(=動土)가 나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곳을 다 돌고 난 후에는 주인을 대동하여 대청 앞에 준비한 고사상 앞에 선다.

고사상 앞에 선 일행은 상쇠의 소리에 맞추어 풍장을 울린다. 집 주인이 소지 한 장을 부사른다. 소지를 태워 집안에 액살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소리는 꼭 상쇠하지는 않는다. 풍물패 일행 중에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소리를 한다, 남은 사람들이 풍장을 치면서 뒷배를 받는다. 정월이 되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소지 소지를 사르는 것도 다 액을 살라 평안을 추구하는 의식이다
▲ 소지 소지를 사르는 것도 다 액을 살라 평안을 추구하는 의식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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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이 많기도 하지

우리 풍속에는 많은 '살(煞)'이 있다. 이 살이란 사람들을 해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살이 있고, 부부 사이에도 살이 있다. 그런가하면 집안의 곳곳에도 다 살이 있다. 이 살을 온전히 막아, 안과태평을 비는 것이다. 이러한 축원은 지신밟기뿐 만이 아니라, 정월 한 달의 모든 행사에서 이루어진다. 정월이 편안해야 일 년이 편안하다는 속설 때문이다.
   
원근도중에 이별살이요 부모 돌아가 몽상살
몽상을 입어 거상살이요 거상 벗으니 탈상인데
이웃 간에 훼손살이요 도적난데는 실물살
흙을 다루면 토살인데 돌 다루면 석살이라
산 나무는 목신살 죽은 나무는 동토살
산에 올라 산신살 들로 내리 들룡살이요
물아래 내려 용왕살 혼인대사에 주당살
거리거리 서낭살 지붕마루는 용초살
마루대청 성주님살 건너방에는 군웅살
안방 삼 칸에 접어들어 이벽 저벽에 벽파살
내외지간 공방살 애기난데 삼신살
일체액살 휘몰아다 금일정성 대를 바쳐
원주월강에 소멸하니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
만사가 대길하고 백사가 여일하니
마음과 뜻을 잡순대로 소원성취 발원이라

달집태우기 보름에 달집을 태우는 것 역시 일년의 액을 막기 위함이다.
▲ 달집태우기 보름에 달집을 태우는 것 역시 일년의 액을 막기 위함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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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법은 없는가?

사람들은 잘 살기를 바라고 있다. 요즈음은 '잘 먹고 잘 살기'가 정말 힘들다.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만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이라도 잠시 즐겨보자고 덕담을 듣고, 보름날 달집을 태운다. 보름날 달집을 태우는 것은 액을 태우는 일이다. 집안 곳곳에 숨어 든 각종 살을 태워버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든 액(厄)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그 액살(厄煞)이 무엇인지는 각자 마음먹기에 달렸다. 누구는 물가가 액살일 수도 있고, 누구는 대학교 등록금이 액살일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사대강 개발이 액살일 수도 있고, 환경파괴가 액살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서 많은 액살을 갖고 있다. 그 액살을 없애는 것이 지신밟기요, 달집태우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 우리 어머니들은 참 세상을 사는 지혜를 가졌었다. 그것은 바로 '귀머거리 3년, 소경 3년, 벙어리 3년' 9년을 버티는 것이다. 그러면 그 '개집살이 같은 시집살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할까?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더 높여 덕담을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덕담. 이것이 우리가 살 길이란 생각이다. 2009년이 이제 딱 이틀 남았다. 그 안에 덕담 한 마디 듣고, 2010년 경인년에는 새로운 날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살도 풀고, 모든 액도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개집살이 같은 인생'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인년#덕담#액살#살풀이#고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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