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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피조개 우렁쉥이 다시마 미역 홍합 새우 꼬막 파는
당고모 우리 아지매 
새벽 별 보고 시장나와
홍합 까다보면
아침 먹는 것도 잊고
파시가 다 되어서
점심 겸 저녁으로 
기장 식당 고향집 청국장찌개 시켜 자시네. 
 
열여섯 살에 연지곤지 찍고 시집와서
일찍 남편 죽고, 자식 일곱 다 시집 장가보내고,
큰 며느리 아무리 서울 가서 같이 살자고 매달려도 한사코 뿌리치고 
추운 한 겨울이면 동장군처럼 털 수건 머리에 덮어쓰고,
칼구리 같은 손으로 홍합 까서 파는
당고모 우리 아지매
 
콩기름 깡통으로 만든 연탄난로에
곱은 손을 녹이며 조개 까다보면
문득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강아지 생각에
마음이 바빠져서 파시도 안되어 떠리미를 외치네. 
 
보소 보소 마, 안사고 어딜 가능교
마 보소 보소, 안사도 좋으니까 구경이나 하고 가이소...
내는 인자 점심 겸 저녁 묵심더
점심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음시더
안 사도 좋으니까, 마 싱싱한 내 해물 구경하고 가이소...
 
다 식어가는 점심 겸 저녁 먹다가도 
열두번도 자리에 일어나 흥정하다가도,
따개따개 붙어 앉은, 기장 미역 할매 화장실 간 사이
다시마 미역 팔아주는 당고모 아지매
 
보소 보소 기장 미역 안사고 어딜 가능교 ?
파릇파릇 끓는 물에 데쳐도 먹고
홍합 넣어서 미역국 끓여도 좋심더,
 
홍합 까다가도, 기장 멸치 할매 큰 볼 일 간 사이 멸치도 팔아주고
기장 칼치 할배 해장술 마시러 간 사이 칼치도 팔아준다네.
 
다 식어버린 고향집 청국장 맛 반도 못 보고,
수평선에 어둠이 셔터를 내릴 때까지
왁자왁자 기장 시장 구석 진 좌판 앞에 앉아,
 
보소 보소 떠리미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보소 보소 물 좋은 기장 해산물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외치네   
 

 

[시작메모] 여느 재래시장과 달리 기장 시장은 해산물이 유난히 싱싱하다. 가끔 해산물 사러가기도 하지만 그냥 시장 구경하러 갈 때가 많다. 유심히… 추운 겨울 좌판에 앉아 장사를 하시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호객하는 소리, 떠리미 외치는 소리… 새겨 듣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호객하는 소리들, 한결 같은 것 같은데, 뜯어보면 그 소리들이 다 같지는 않다.

 

한 할머니는 싱싱한 해산물을 사라고 하지 않고, 그냥 내 해물 구경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아주머니는 떠리미는 안해도 좋으니 싱싱한 기장 해산물 구경이나 하라고 말씀 하셨다. 그러나 기장 시장 와서 일단 해산물 구경하면, 가격은 뒷전이 된다. 싱싱해서 안 살 수 없다.

 

그 무엇보다 재미 있는 풍경은, 좌판 상인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멸치를 팔면 기장 멸치 할매로 불리고, 기장 칼치를 팔면 기장 칼치 할배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기장 시장은 계절에 관계 없이 늘 훈훈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태그:#기장시장, #기장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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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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