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저 사람 나서서 여·야 간 감정만 상하게 하지 말고 청와대가 조건 없는 대화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3자 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정부·청와대 수뇌부가 지난 20일 밤 긴급 회동을 하고 사실상 3자 회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대표는 "3자 회담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안하고 이를 야당이 수용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 대화는 여당과 야당이 함께 대통령을 만나달라고 요구하는 형식이 됐다,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3자 회담 수용을 재차 압박했다.

특히 정 대표는 "(회담을 제안했던) 정 대표도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나와서 (여당 대표를) 공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제 청와대가 직접 답해야 할 차례"라고 못 박았다.

정 대표는 또 "당장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겠다"며 "필요하다면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하고 싶다"고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을 다시 촉구했다.

"당·정·청 수뇌부 회동, MB 방패막이... 대통령, 직접 나서라"

송영길 최고위원도 "청와대 일개 수석, 당 사무총장이 자기당 대표의 제안을 반박하는 것을 보며 황당했다"며 "정세균 대표가 정몽준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여의도 정치의 부활을 위한 것이었다"고 3자 회담의 의미를 부여했다.

송 최고위원은 또 "한나라당이 청와대 여의도 파견분소인지 제대로 된 집권 여당인지는 이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자기당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도 무시하고 연말에 무조건 강행 처리한다면 정당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여·야 대표가 대통령을 포함해 3자 회담하자고 하는데 일언지하에 거부되는 상황은 정치가 이미 실종되고 국회가 완전히 권위를 상실하는 '정치 암흑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특히 3자 회담을 제안한 여당이 예산안 연내 강행처리를 결의하는 것은 제1야당을 희롱한 것이고 국회를 모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안 만나겠다는 사람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이냐"며 "차라리 3자 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 야당의 대책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밤 한나라당과 정부·청와대 수뇌부의 만남에 대해 "대통령에게 가는 화살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로 나온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여야 영수회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예결위 점거를 풀어야 대화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목표는 점거가 아닌 협상"이라며 "묵묵부답으로 예산안 날치기할 생각 말고 협상안을 들고 나오라"고 촉구했다. 또 "안상수 원내대표가 오늘 진정으로 협상할 수 있는 안을 들고 나와 협상이 타결된다면 내일이라도 농성을 풀겠다"고 덧붙였다.

'한명숙 금품수수' 의혹 불똥 튄 정세균, "오찬 동석했지만 문제 될 것 없어"

한편, 정세균 대표는 자신이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퇴임 직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청탁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끝까지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것은 명백히 정치적 사건이다,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정치적 공방을 통해 범죄적 혐의만을 뒤집어씌우는 여당과 검찰의 논리에 빠지지 않겠다"고 민주당의 정리된 방침을 밝혔다.

앞서도 안 최고위원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은 객관성·신빙성·일관성도 없다"며 "왜 이명박 정부의 광기 어린 정치 공격에 대해 일일이 해명해야 하나"고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세균 대표는 (장관) 퇴임을 앞두고 총리 공관 오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이 오찬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발언은 없었다"며 "이것이 알파(시작)이고 오메가(끝)"라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어 "퇴임 인사차 오찬에 참석한 것 뿐"이라며 "(오찬 참석자 간의 관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