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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정말 춥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정말 춥다. 지금 대한민국은 겨울공화국이다. 선배들이 감옥 가고 죽어가며 얻은 민주주의가 불과 1년여 만에 뒤집어졌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자유는 1년 만에 22단계 떨어져 69등이다. 아프리카 토고보다 낮다. (중략) 지금은 매우 추운 겨울이지만 봄은 꼭 온다. 이 추위가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 민주주의의 봄이 올 것이다."

 

MB 정권으로부터 강제 해임된 뒤 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한 정 전 사장을 비롯 복직판결을 받은 신태섭 동의대 교수,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문화일보>와 싸워 승소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마련한 '승리한 민주주의 국민보고대회' 행사가 17일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0~30년 전 대한민국에는 해직기자들이 많았지만 해직 언론사 사장이나 해직 이사는 없었다"며 "이명박 정권 이후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여러분이 해직되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해직된 정 전 사장과 신 교수, 노 위원장은 권력에 의해 해고됐고 정 전 의원은 나쁜 언론에 의해 해직된 격"이라며 "4명이 법원에서 모두 승소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망신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다시는 똑같은 일을 하지 못해야 정상인데 그 이후에도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고 있어 더 기가 막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처럼 우리는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촉구했다.

 

김정헌 "유인촌이 나가라 했지만 예술인 똥배짱으로 버텨"

 

정동영 의원은 "법원에서 승소한 4명은 모두 골리앗에 맞선 다윗들"이라며 "제2의 다윗들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나쁜 권력을 좋은 권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정연주 전 사장과 신태섭 교수가 승소했지만 KBS보도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송이요, 언론자유,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은 "18년 만에 KBS가 경찰의 군홧발에 진압될 때 이명박 정권의 독재가 시작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법과 상식,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에게서 민주주의를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뉴스에서 빈민의 이야기가 사라졌고, 농민, 노동자, 그다음에는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도 신문과 방송에서 사라질 것이 너무나 뻔하다"며 "언론인들은 이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정권 입장에서 보면 4명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기 때문에 탄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재벌과 강자에게 굴복하지 않는 언론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법이 보장해준 임기가 있는데 유인촌 장관이 나가라고 해서 예술인의 똥배짱으로 버텼지만 결국 지난해 2월 5일 해임됐다"며 "지난 16일 해임취소소송 1심에서 승리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나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인데 요즘 생활을 보면 완전 개고생"이라며 "권력을 바꾸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 등 유명 인사들이 동네 구의원부터 출마하는 방식으로 변혁을 꾀하면 상황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문순 "정연주 사장 해임된 날은 '언치일'로 기록해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KBS에서 해임된 날이 작년 8월 8일"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8월 8일을 언론치욕의 날, 언치일로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의원은 "KBS는 영국의 BBC처럼 그 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방송국인데 지성의 현장에서 저널리스트들을 체포하고 연행한 것은 야만"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이 모든 사건을 과거사위원회에 회부해 누가 이 일을 지시하고 동원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기록할 것은 기록하고 알릴 것 알리며 법정에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고 다짐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일을 하려면 3년 후에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한나라당 정권을 연장시켜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진영에 존재하는 막연한 패배감을 극복해야 한다"며 "불과 2년 만에 언론을 건설회사 홍보실로 만들고 이 나라를 이 지경에 빠트린 이명박 정권을 끝내지 못하면 3년 뒤 우리는 모두 어깨 걸고 부엉이 바위로 가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날씨가 정말 춥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정말 춥다"며 "선배들이 감옥 가고 죽어가며 희생을 치러 얻은 민주주의인데 불과 1년여 만에 뒤집어졌다"고 개탄했다. 정 전 사장은 "국경 없는 기자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1년 만에 22단계 떨어져 69등"이라며 "아프리카 토고보다 낮은 수준인데, 이러고도 나라의 품격을 이야기하더라"고 혀를 찼다.

 

그는 "비록 일시적으로 패배한 듯하고 또 일시적으로 매우 추운 겨울이기는 하지만 봄은 꼭 온다"며 "이번 승소가 희망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추운 겨울이 끝나고 나면 다시 따뜻한 봄, 민주주의의 봄이 올 것"이라며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날이 다시 오리라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2004년 만두소 파동 때 모든 언론이 2주간 도배질했고 그 뒤 만두소 사장은 한강에서 투신자살했다"며 "만두소는 문제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투신한 사장님은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뗐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언론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여지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절단 냈는가 보여준 사건"이라며 "그분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 이후 정 전 사장 등과 만나 '전국아니땐굴뚝에연기나나피해자모임'을 만들게 됐고 오늘 이렇게 국민보고대회까지 하게 됐다"며 "앞으로 정의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나라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하자"고 전했다.

 

이날 이 모임에는 서울 마포구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태그:#정연주, #정청래, #신태섭,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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