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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한국 거주 외국인이 백만 명을 초과한 데 대해 쓰면서 살짝 건드린 적이 있는 주제이지만(읽으시려면 클릭), 이주노동자의 날(12월 18일)이라는 특별한 날을 앞두고 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시 한번 다뤄보려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 공식 등록된 이주노동자의 수는 47만명이다.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은 UN의 정의에 따르자면 단지 모국 밖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칭하는 말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외국 사업가나 학교 영어 교사, 아니면 나조차도 거기 들어간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보통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란 소위 3-D, Difficult(어렵고), Dangerous(위험하고), Dirty(더러우며), 현실을 직시하자면 많은 한국인들이 거리끼는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또한 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나무의 성장에 토양이 필요하듯 한국 경제의 많은 부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 중공업에서 서비스직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공헌하고 있는 지금도, 그들을 받아들이기까지 이 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정부, 고용주, 그리고 보통 시민들도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을 인도적으로 대접하고 공존하는 데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그들의 삶과 나라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미노드 목탄 추방이 보여준 한국사회의 현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종종 허술한 조처를 보여주는데, 최근 10월에 추방된 네팔 운동가 미노드 목탄(Minod Moktan, 짧게 미누(Minu))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미누는 한국에서 17년이 넘도록 불법체류를 하면서, 이주노동자 티브이를 공동 설립하고, 수많은 대학과 회사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외국인 대상 작문대회에서 문화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현재 MWTV 다큐팀장을 맡고 있는 미누씨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었다.
▲ 다큐멘터리 찍고 있는 미누 현재 MWTV 다큐팀장을 맡고 있는 미누씨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었다.
ⓒ 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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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누는 대한민국의 이민법을 따르지 않았고 2000년 한국을 떠날 것을 명확히 통보받고도 계속 머물러 현행법을 위반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공헌한 점도 고려되어야 하는 점 아닌가? 그가 한국에 살면서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한 것으로 끼친 피해는 비교적 작은 것 아닌지, 어쩌면 그렇게 관심 깊었던 나라의 진정한 일원이 될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았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를 체포한 데 대해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추방해 버린 것은 변호사들의 말에 따르면 명확한 헌법 위반이 아닌가?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무시하는 응답을 하면서 헌법은 마치 양초의 밀랍처럼 쉽게 녹을 수 있고,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있으며, 혹은 간단히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무력으로 한 의원의 입을 다물게 한 것처럼 정부에서 지나치게 과잉반응한 경우들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가 아니라도 한국에서 최근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현 대통령이나 그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라면 거의 비슷했던 것같다.

그리고 또 한번 정부는 분별있고 자주적이기보단 변덕스럽고 성미 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그 껍데기 바로 아래에 약하고 겁에 질린 무언가가 숨어있어, 손만 뻗으면 모든 이들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지경인 것 같다. 먹기 싫어하는 시금치가 상에 올라온 데 분노 한 어린 아이가 통통하고 작은 손으로 접시를 깨버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고용허가제 혹은 EPS는 무엇을 바꾸었나

한국 이주노동자의 삶을 크게 바꾸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중요한 정책 변화는 고용 허가제 혹은 EPS의 도입이었다.

EPS는 작은 사업체들이 개인적으로 기본 3년 기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방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었다. 이는 이전 한국 정부에서 3-D분야에 종사할 노동자의 수를 늘리기 위해 도입하였던 ITS(산업 훈련생 시스템)를대체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 EPS는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이는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겠다. 정부는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인 결과를 몇 가지 발표하였는데, 이는 주로 두 가지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작은 회사들에서의 노동력 부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이탈이다. 두가지 모두에 대해 이 정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류미디어에서는(코리아 타임즈 등) 이 시스템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유익함이 증명되었다고 보도했는데, 고용주들이 최근의 경제 불황에도 고용인들을 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EPS 체계 하에서 2008년에 새로 고용된 이주노동자의 수는 7만 5000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정책 모두 노동력 부족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제 불황의 시기엔 자연스럽게 비싼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저가의 노동력이 더 필요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개인적으로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탈한'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은 것은 아마도 EPS에서는 그들이 일터를 옮기기 전에 현재 고용주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그들은 체류하는 동안 3번만 직장을 옮길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자유로게 일자리를 찾는 데 제약이 있다. 몇몇 운동가들은 현 체제를 현대의 노예 제도에 비교하기까지 하였다. 일자리 유지가 전적으로 고용주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점,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정보는 하염없이 불충분하기만 하다는 점, 그리고 노무사들이 보통 그들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점 등은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타국에서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체제 도입이 불러온 긍정적인 결과로는,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 비용이 2001년 평균 3509달러에서 2008년 1283달러로 줄었으며, 2001년 36.8%의 이주노동자가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신고한 데 비하면 단지 4.5%만이 신고를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이 고용주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고율이 줄었다"는 것이 반드시 "그런 일이 줄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 이주노동자의 삶에 계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최근 한국 언론에서의 주목은 받지 못한 두가지 다른 문제는 일터에서의 혹사와 신체적 폭력(급여 미지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항의를 받은), 일터에서의 사고와 치료, 보상 부족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상세하게 다루는 것은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만, 고용주들은 하찮을 정도로 적은 벌금을 내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에서 고립되어 정부나 일반인들에게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현상황이 지속되는 이상 고용주들의 태도가 개선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금요일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한국이 47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아니었다면(그리고 이 합계에는 포함되지 않은 다른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오늘날 어떤 모습일지, 그들 없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들의 공헌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보상을 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이주, #외국인, #노동자, #인권, #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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