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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에 개나리 피니 대설이 아니라 무설이라며 추위가 없는 겨울을 놀려댔더니만 동장군이 화가 나셨나 강추위가 들이닥쳤습니다. 평균 기온이 6~7도를 넘으며 포근한 봄날씨를 보이더니만 주말부터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다음 주가 동지니 해는 점점 짧아져 밤은 길고, 날은 차고, 겨울의 한가운데 들어선 모양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 볕을 벗삼아 뛰어놉니다. 숲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아서 기지를 짓는다고 점심 먹기 무섭게 밖으로 나갑니다. 한낮 햇살은 아이들의 몸에 훈기를 불어넣을 정도로 넉넉하진 못하지만 집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

모종삽을 주워들고 땅을 파겠다는 아이들에게 영하 9도까지 내려간다는 소식에 땅이 얼어서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볕이 잘 드는 낮에 체감온도는 그리 낮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토리묵을 먹어보긴 했지만 처음 만져보는 아이들, 젤리 같다고 감탄을 합니다. 옛날 아이들이 젤리를 만지면서는 묵 같다고 했을까요?
▲ 젤리 같아요! 도토리묵을 먹어보긴 했지만 처음 만져보는 아이들, 젤리 같다고 감탄을 합니다. 옛날 아이들이 젤리를 만지면서는 묵 같다고 했을까요?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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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뛰어논 아이들과 함께 겨울철 별미 묵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미리 멸치, 다시마, 양파를 넣고 육수를 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도토리묵을 나누어주고 먹기 좋게 썰어보라고 했습니다. 묵밥을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아이부터 잔뜩 기대하는 아이들까지 다들 즐겁게 묵을 썰었습니다.

묵을 처음 만져보는 아이들은 젤리같다고 신기해합니다. 먹어보기는 했지만 만져본 적은 없는 거지요. 보통 묵밥을 할 때 묵은 채를 치지만, 이번에는 너희들이 썰 수 있는 방법대로 썰어보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모양이 나옵니다. 아예 다져버린 아이도 있었지요.

얇게 채를 치면 더 맛있을 거라는 얘기를 했더니 정말 얇게 자르고 있네요.
▲ 얇게 썰기 어려워요. 얇게 채를 치면 더 맛있을 거라는 얘기를 했더니 정말 얇게 자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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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해서 잘랐습니다.
▲ 조심 조심 정성을 다해서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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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자르기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 다들 열심히 묵 자르기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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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 이렇게 토막이 났어요T.T
▲ 열심히 잘랐는데 저는 다 이렇게 토막이 났어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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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형님들은 역시 형님들 답게 가지런히 잘라놓았습니다.
▲ 형님들 솜씨 5학년 형님들은 역시 형님들 답게 가지런히 잘라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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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 준비 끝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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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썬 묵에 김치와 김 고명을 올리고 국물을 담는 아이들
▲ 고명 올리고 국물 담고 채 썬 묵에 김치와 김 고명을 올리고 국물을 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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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밥 한 입 가득!
▲ 맛있어요. 묵밥 한 입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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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놈이 호박고구마고, 어느 놈이 밤고구마인지, 아이들은 한참 헷갈려하며 고구마를 골라 먹었습니다. 호박고구마를 먹고 싶었는데 밤고구만 골라간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 군고구마 어느 놈이 호박고구마고, 어느 놈이 밤고구마인지, 아이들은 한참 헷갈려하며 고구마를 골라 먹었습니다. 호박고구마를 먹고 싶었는데 밤고구만 골라간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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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썰어 그릇에 담고, 육수 냈던 다시마도 채를 썰어 담았습니다. 묵은 김치와 김을 고명을 올리고 뜨거운 국물을 몇 국자 퍼 담으니 군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뜨끈한 국물과 김치, 도토리묵이 어우러진 묵밥 한 그릇 먹더니, 밥을 말아먹겠다고 밥을 찾습니다. 점심 때 먹고 남은 밥을 가져다 말아 먹었습니다. 배불러서 저녁은 못 먹겠다고 하던 녀석들이 오븐에 구운 고구마를 먹자고 하니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주말에는 더 춥다고 합니다. 이 추위 속에서도 한낮 태양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희망'을 심는 그 무엇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춥다고 집안에만 박혀 있지 말고 찬 공기 속에 감도는 햇살의 찬란함을 즐기며 한바탕 놀아보고, 뜨끈한 묵밥으로 속을 덥혀 보는 것 어떠세요?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아름다운마을학교, #절기교육,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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