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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김문수 지사, 10년 전엔 당신이 김상곤이었다' 제하의 기사에 이어 14일 허숭 경기도청 대변인의 반론 기사인 '김문수는 여전히 '김결식'이다'를 실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선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 사무관이 재반론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기도에서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의 바람직한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이에 대한 반론을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2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2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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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요즘 즐겨 쓰는 말이 있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다",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등등. '포퓰리즘'은 말 그대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비합리적인 선심성 정책'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주로 정치적 약자가 강자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쓰였다.

그러나 요즘 포퓰리즘이란 말은 다수 국민들의 요구나 생각이 무지에 기반 한다고 전제하거나, 다수 국민들의 요구나 생각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악용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무튼 요즘 포퓰리즘은 무한변신을 요구받는 안쓰러운 존재인 동시에, 상대 주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매우 적대적인 말로 사용된다. 이런 용어를 김문수 지사가 무상급식에 사용하고 나섰다.

허숭 경기도 대변인이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읽고 몹시 당황스러웠다. 글의 논리나 전개방식 문제도 그러했지만, '대변인' 이름을 걸고 쓴 글에서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상곤"라는 호칭이 준 당혹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도 대변인이 실명으로 글을 쓰면서 경기도 핵심기관의 수장을 '씨'라고 폄호(貶呼)하는 것은 지나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이 정도에서 멈추겠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언론은 김문수 지사가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학교는 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다", "이것이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본 한 선생님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나는 김 지사의 그 중요한 선생님에 포함되지 않아요."
"……?"
"아이들 급식 문제를 떼어놓고 '선생님'을 말한다면 그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인가요?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도 자신이 무료급식대상자라는 것을 알아요. 그 아이의 주눅 드는 모습을 볼 때나, 급식비 독촉장이 든 봉투를 아이에게 내밀 때 느끼는 자괴감과 무관한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요?"

그 분은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이었다. 아이가 밀봉된 봉투를 받을 때 짓는 표정, 남이 볼까봐 아무 말 없이 가방 속에 구겨 넣는 아이의 표정을 볼 수가 없어서 그 뒤부터는 자신이 대신 낸다고 했다. '밥' 문제로 아이들의 가슴에 흐를 눈물을 생각하는 선생님과 무관한 선생님? 김 지사가 생각하는 '중요한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선생님일까?

한 반 30% 아이에게 '저소득층' 상처 내고 싶나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자긍심을 일깨우는, 기본적이고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이다. 의무교육 기간 동안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이다.

각종 포털이나 도교육청과 도의회에 올라오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수많은 글들 중에는 학창시절 '무료급식대상자'라는 딱지로 인해 받았던 고통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어른들의 이야기가 있다. 김 지사 얘기처럼 "아이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 때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그 상처를  대물림해야 하나.

그래서 경기도교육감은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가리지 않고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국가 또는 지방(교육)자치단체로부터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무'적으로 '국민'된 '권리'를 누리게 하자는 정책을 폈다. 또 경기도교육감은 만약 예산이 허락된다면, 이러한 권리는 똑같은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무료급식을 확대할 수도 있다. 학교가 무상급식소가 아닌 것에도 동의한다. 아니, 그렇게 주장한 적도 없다.

그러면 거꾸로 물어보자. 최저생계비 소득 기준의 130%까지 저소득층으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저소득층을) 140%, 150%까지 확대해야 하겠는가. 그래서 새로운 저소득층으로 규정되고 편입된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무료급식 증빙서류를 만들어 오도록 해야 속이 시원해지겠는가?

한 반 학생 중 30%에게 '저소득층 딱지'를 붙이는 것이 학교가 교육적으로 할 일이라고 믿는가? 더구나 복지 규정상의 차상위계층이 아닌 그들을 도대체 뭐라고 규정해야 하는가? 우리 어린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도 모자라 부모의 경제력 순으로 줄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인가?

교육은 '합리적 배분'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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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이 무상급식에 대한 왜곡 논리를 개발해냈다. 일부 언론도 이를 충실하게 보도했다.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무차별 삭감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명백하게 그 경위를 밝혔다. 다음은 <경인일보> 12월10자 '무상급식위한 기존 사업 감축 지적에 도교육청 "되레 증액" 발끈' 기사 내용이다.

'…9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8조217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207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예산 증가는 학교 신·증설에 따른 목적이 정해진 지방교육채 6900억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인건비와 채무상환 등 경직성 경비가 지난해에 비해 1200억원 증가, 가용재원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960억원 감소했다.

… 확보된 예산은 일부 도의원의 주장과 달리 공교육 강화를 위해 혁신학교 운영(99억원), 기초학력 책임제 운영(46억원), 교과교실제 운영(234억원), 학교도서관 만들기(80억원) 등에 459억원을 편성했고 교원자율연수(15억원), 교원능력개발 평가(4억원) 등에 20억원을 배정했다. 또 학교현장 지원 강화를 위해 학교기본운영비 5천829억원(지난해 5천668억원)을 편성해 학교지원 예산을 증액했다.

특히 경기도의회 모 의원 등이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축소했다고 지적한 장애아 교육지원비의 경우 1천462억원을 편성해 지난해에 비해 86억원가량 줄였고, 특수교육지원비는 3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3억원을 증액했다고 해명했다. 또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비는 67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1억원을, 저소득층 자녀 중식 지원비는 94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63억원을 오히려 각각 늘렸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이 제공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그럴 수 있는 '언론인프라'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 기사만 봐도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무차별 삭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 무상급식 예산을 폄하하기 위한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김 지사는 도청 직원들에게 "훌륭한 선생님 모시기, 과학기자재 구입하기 등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써야 하는데 온통 무료급식해서 밥 먹이고 치우자고 한다"고 말했고 대변인은 자기 논리에 필요한 수치를 아전인수격으로 끌어오며 무상 급식 예산을 공격한다.

무상급식 추진 과정서 본 왜곡경쟁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밝힌다. 나머지는 위 기사에 드러났기 때문에 넘어간다. 원어민교사 지원비는 애초 경기도청의 교육협력지원사업 예산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도청에서 원어민교사 지원비를 책정하지 않았다. 인건비 지원 사업을 중지하는 정책을 세웠단다. 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교육청 예산만으로 원어민교사 예산을 책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제대로 능력을 갖춘 내국인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주5일 수업제 토요일(속칭 놀토) 프로그램 지원비를 사실상 폐지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제로베이스 예산제를 도입해 유사사업을 통합한 것이다. 즉, 평일 방과후수업과 놀토 활동을 통합한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지역교육청마다 '방과후수업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한 '거버넌스'를 통해 놀토 프로그램은 물론 방과후수업을 통합하여 충실하게 운영할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안 편성이 완벽하다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 많은 예산  중에서 도의회는 언제나 '김상곤식 교육정책'으로 상징되는 예산에 집중하고 또 삭감한다. 언론은 그것을 '진보적인 교육감 발목잡기와 길들이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 지사와 도의회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보게 된 왜곡 경쟁은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무상급식을 제외하고 교육환경 개선 분야 등 많은 예산이 삭감됐더라. 특수 장애아동을 위한 예산까지 깎았더라."
"도교육청의 예산안은 이슈 선점과 정쟁을 위한 것일 뿐, 그 안에 교육은 없다. 정상적 상식이 있다면 그런 몰지각한 일은 안 했을 것이다."
"일부 진보단체만이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예산엔 관심 없다. 오직 선거에만 관심 있다. 몰지각한 일이다.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이런 것에 울화를 터뜨려야 한다. 뭘 잘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느 학교에서 한 아이가 '나는 변비가 있다'고 하더라. 왜냐고 물으니 '학교 화장실이 수세식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하더라.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다."
"김상곤 교육감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도청이나 우리와 협의하지 않고 일을 추진한다."

특히, 마지막 말은 김 지사와 같은 당 소속 도의원들이 즐겨 쓰는 주장 중 하나다. 교육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밝힌 것처럼 정말 억울하고 답답하다. 적어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청 예산안과 관련해 도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만나주지도 않으려 하는 '그 분'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협의하지 않았다는 말은 제발 거둬줬으면 좋겠다. "몰지각" "통탄" "갈등 유발" 등등 말씀은 돌려드리고 싶다.

의무교육에 수반돼야 하는 의무급식은 정부 책임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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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최근 우리사회의 교육 양극화는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교육비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가난한 아이와 부자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말은 이미 같은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0.6%보다 5배 가까이 높다. 반면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 비율은 GDP의 4.1%로 하위권이다.

무상급식은 마땅히 '의무교육'의 일환이다. 특히 우리 사회 부모 정서상 아이들 밥값을 일부러 내지 않는 이들은 극히 일부다. 그 부모와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경제력에서 불가능한 일인가? 그것이 끝내 부모의 의무여야만 하는가? 초·중학교 무상교육이 국가의 의무이듯 무상급식도 정부의 의무다. 의무교육에 수반되어야 하는 의무급식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게다가 경기도교육청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90%와 교직원의 84%가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다. 이것을 포퓰리즘 정책을 위한 의도된 설문으로 폄하하는 것은 자신에 합당한 결과는 '여론'이며, 불리한 결과는 '현실의 인기에 급급하고, 사람을 현혹시키는 인기위주의 포퓰리즘'을 위한 의도된 조작으로 몰고 가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권력의 습성을 보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 지사와 대변인은 경남과 전북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무상급식, 아니 도내 과천과 성남의 무상급식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것인가? 아니 그뿐이겠는가. 찬성 여론이 높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책은,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것인가? 경기도지사건,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원이건, 경기도청 대변인이건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 무상급식은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길러내기 위하여 공평하게 누려야 할 제도적 권리와 인간적 존중에 대한 필요성을 말하는 출발 정책이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삶과 법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정화된 언어'를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 삶의 힘겨움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는 물화된 정책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감각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정책의 언어를 듣고 싶다.

보트·요트 '쇼'에는 113억 펑펑 쓰면서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4월, 교육의 기회균등과 차별 없는 교육복지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약속하고 당선되었다. 김상곤 교육감은 정치적 연륜도 없고, 따라서 김 지사처럼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도 아닌 그런 '초보'맞다. 내가 보기에는 주민과 약속한 최소한의 기본공약을 지키기 위해 교육적 진정성을 다하는 그 '초보'에게 특정 정치권은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한다.

경기도 주최로 선수와 관계자 100여 명이 참가한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라는 일회성 행사에 경기도 예산 113억이 쓰였다. 비록 경기도내 일부 아이들이나마 1년 내내 아무런 마음의 상처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돈 650억원이 우리가 책정한 예산이고, 그것으로 지금 이렇게 '정치적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김동선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 사무관
 김동선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 사무관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그 화려한 보트쇼와 푸른 파도를 가르는 하얀 요트가 더 필요한 사업이고 크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아이에게 독촉장을 건네지 못해 급식비를 자신의 돈으로 내고 마는 선생님의 마음, 그리고 독촉장을 받으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그머니 가방 속으로 종이를 구겨 넣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더 크게 보인다.

끝으로, 이 글은 경기도청 대변인을 상대로 쓴 글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자 느낌이다. 진실을, 진정을 다해 왜곡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김동선 기자는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 사무관입니다.



태그:#김상곤, #김문수,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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