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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포옹의 날(hug day)이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포옹이 익숙한 인사이지만 유교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사람을 껴안는다는 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포옹이 아이들에게나 가족 간에는 정서적으로 아주 좋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많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안아 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감싸 안을 포(抱)는 손 수(手)에 태아를 감싸고 있는 엄마 뱃속의 태아를 감싸고 있는 막을 그린 포(包)가 붙어 만들어졌고, 영어 'hug'의 어원은  '편안하게 하다' '고통을 가라앉히다'라는 의미의 고대 노르웨이어 'hugga'라고 한다.

 

나도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이를 껴안아 주는 것이 예사였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내가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냥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둘째 아들 선호가 어렸을 적의 일이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정신없이 노느라 집에 오는 걸 그만 깜박 잊어 버려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저서 수소문 끝에 아이를 찾은 적이 있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손들고 한 참 벌을 서고 반성문도 쓰게 한 날 저녁. 선호는 저녁도 먹지 않고 웅크리고 앉아 엄마 없는 아이처럼 머리만 숙이고 있었다. 밥도 먹지 않고 말도 않는 아이가 안쓰러워 방에 가서 선호를 불렀다. 평소에 막내로 자라고 사랑 많이 받던 아이라 나름대로 서러웠던 모양이다. 아이를 가만히 일으켜 세워 아무 말 않고 안아주었다. 선호는 "으~앙~!"하고 참았던 울음보를 터뜨렸고 그날의 갈등은 그것으로 끝났다.

 

힘들고 기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와 "안아줘!~"를 외치던 아들아이가 어느 새 중학생이 되고 보니 내가 사정 사정해서 겨우 일주일에 한 번 안아 볼 정도다. 백 마디 말보다 천 번의 사과보다 더 따뜻한 포옹! 사랑하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자주 자주 그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되었으면 좋겠다.

 


태그:#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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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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