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To. 막돼먹은 영애 씨 제작진에게

요즘 무척 추운데, 잘 지내시죠? 영애씨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과 제작진 여러분.
그동안 몇 년 동안 우리 곁에 있어줘서 한없이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네요. 벌써 6시즌이라니. 대단해요. 6시즌이 돌아오길 많이 기다렸고 참 많이 기대했어요. 그동안 언제나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막돼먹은 영애 씨>이기에. 그리고 지금 열심히 본방사수를 하며 시청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너무 기대를 했을까, 요즘 들어 영애씨를 보면서 아쉬운 일들이 조금 있어요.

우리와 닮아 참 고마웠던 영애씨와 주변 사람들!

복닥거렸지만 그대로 우리 주변의 사무실과 참 많이 닮아 있었던 <막돼먹은 영애씨>지만 그린기획이 된 이후로는 늘 놀고 먹는다.
 복닥거렸지만 그대로 우리 주변의 사무실과 참 많이 닮아 있었던 <막돼먹은 영애씨>지만 그린기획이 된 이후로는 늘 놀고 먹는다.
ⓒ tvn

관련사진보기


사실, 영애 씨를 보면서 가장 고마웠던 점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진짜 이야기처럼 보여준 점이에요. 30살 노처녀, 외모도, 몸매도 평범하지 못한 여성. 어느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TV 드라마에서는 만날 예쁜 여성들이 등장해 선남선녀를 이루며 사랑에 빠지기 일쑤였는데 영애씨는 그렇지 않아서 한편으로 현실을 되돌아보며 씁쓸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절대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뿐인가요? 영애씨의 가족만 해도 우리 가족 같은 친근함이 있었죠. 잔소리가 끝이 없는 어머니, 기가 한풀 꺾여 처진 어깨가 애처로운 아버지, 나보다 너무나 예쁜 여동생과 사고뭉치 남동생까지. 다섯 식구가 부대끼며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그래도 가족이 있어 행복하지 않은가"를 보여주었던 그 모습.

영애 씨 회사 '아름다운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늘 일을 따오라고 없는 머리를 두들기는 대머리독수리부터 성희롱 농담을 일삼는 윤 과장, 염장 지르는 정지순, 영애씨의 마음을 빼앗은 최원준과 영애씨의 절친 지원까지.

그들 모습을 보면서 참 우리를 닮은 이들이 드라마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는구나, 하면서 고마웠어요.

현대인의 직장인들의 애환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현대인들의 공감대신 사무실 식구들은 그저 웃고 떠들고 하는 일에 치중해 공감 대신 실망이 밀려오고 있다.
 현대인들의 공감대신 사무실 식구들은 그저 웃고 떠들고 하는 일에 치중해 공감 대신 실망이 밀려오고 있다.
ⓒ tvn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요즘 들어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가족이야기도 조금씩 사라지는 점도 그렇지만 영애씨의 사무실을 보면 여타 드라마 속 사무실과 다를 게 없어요. 사실, 드라마 속 사무실을 보면 무늬만 사무실이에요. 주인공 남녀가 사랑을 키워주는 장소 혹은 늘 암투가 벌어지는 사무실 혹은 늘 수다가 넘쳐나는 사무실.

그들의 모습 속에서는 우리와 닮은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겨우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고 나선 드라마에서나 주인공 남녀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지, 그저 사무실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장소 제공밖에 하질 못했었죠. 하지만 영애씨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달랐어요.

진짜 사장님처럼 직원들에게 영업실적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직원과 마찰을 빚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왜? 영애씨 기억하죠? 지원씨와 함께 몰래 탕비실에서 막돼먹은 짓을 저지르고 태연하게 커피를 사장님에게 가져다주며 소심한 복수를 했던 일.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공감했어요. 그래, 이게 바로 직장인의 마음이다.

비록 원수 같아 때려 치고 싶지만 내 생계가 걸려 그러질 못한다. 더럽고 치사해도 내가 참는다. 그런 마음이요. 또 그뿐인가요. 작은 사무실답게 가족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기기도 했죠. 그 놈의 정이 뭔지, 영애씨와 주변 사람들은 사장님 신변에 일이 생기면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었죠. 그리고 으레 드라마 속 디자인 사무실은 멋진 일을 하는데, 영애씨는 철저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간판과 전단지를 만드는 디자인 회사였죠. 이런저런 이유로 영애 시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진짜 우리들의 사무실과 닮았었어요.

그 모습은 5시즌 때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린기획에 합병되고 모두들 계약직으로 전락하며 우리의 현실을 담았어요. 그래서 계약직의 서러움을 보여주며 역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6시즌에서는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정직원이 된 영애씨, 여전히 경리로 일하는 지원씨, 영업팀 윤 과장님과 정지순씨. 대머리 독수리 유 팀장님과 새롭게 온 디자이너 김산호씨와 장기 인턴 손성윤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여타 드라마 속에 무늬만 회사 직원들과 닮아있더라고요. 우리의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정직원이 되고 대리로 승진 영애씨는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 모습이 예전만큼 등장하지 않고, 새롭게 온 디자이너와 마찰은 일이 아닌 그저 산호씨의 막돼먹은 외모지상주의 때문이에요.

그리고 늘 농담을 일삼거나 춤을 추고, 영애씨 놀리는 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듯한 영업팀과 예전만큼 실적을 운운하지 않는 유 팀장님. 윤 과장님과의 로맨스에 빠져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지원씨. 먹는 거 하나만큼만 잘하는 인턴 손성윤씨까지.

산호 씨가 극중에 다른 팀 직원에게 이런 말을 했죠. "하루 걸러 회식이라 괜찮아!"라고. 산호씨가 지옥이 있다면 바로 그린기획 4팀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었죠. 요즘 들어서는 그린기획 4팀과 같은 직장인들이 있다면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전원 해고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현실 속의 우리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극중 초반에 산호씨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4팀의 아수라장을 보여주려 한거라면 이젠,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와 진지한 모습을 조금은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좀처럼 낯설기만 한 영애씨 사무실 사람들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직장인들이 언제 해고당할까, 언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까 전전긍긍하는 이 시기에 영애 씨 사람들은 무늬만 직장인과 같은 모습, 이건 아니지 않나요?

막돼먹은 영애씨의 힘은 공감이라 생각합니다. 공감 없는 드라마였다면 6시즌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라 감히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공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본방을 사수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영애씨를 필두로 여러 배우분과 제작진 여러분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감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로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응원할 게요.

애청자 올림.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막돼먹은 영애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