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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발표가 나왔다. 출근하자마자 어제(12월 7일) 받아온 수능 성적표를 연구부로부터 인수받았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 날(11월 13일) 아침에 아이들이 가채점(원점수기준)한 채점표를 꺼내 들고 비교분석(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에 들어갔다.

재수를 하겠다며 책을 꺼낸 여학생
▲ 심기일전 재수를 하겠다며 책을 꺼낸 여학생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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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시모집 최저학력에 합격이 결정되는 아이들의 성적부터 확인하였다. 아이들 대부분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에 도달하였으나 입시학원에서 발표한 커트라인에 걸려 불안해했던 몇 명의 아이들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걱정되었다.

가채점 결과, 지난 6월과 9월(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에 치른 모의고사에 비해 성적이 잘 나와 내심 좋아했었는데 성적표를 받아들고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더군다나 한 여학생의 경우, 언어영역에서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떨어져(2등급→3등급)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게 되어 그 안타까움이 더 했다. 한편으로 이 모든 것이 변별력이 낮아진 수능 탓이라 생각하니 화가 났다.

생각보자 잘 나오지 않은 점수가 믿기지 않은 듯
▲ 이게 내 점수? 생각보자 잘 나오지 않은 점수가 믿기지 않은 듯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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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우리 반 아이들의 수능성적표를 챙겨 교실로 갔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능 성적표를 보며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교실 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 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실 문을 열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아이들의 모든 시선은 내 얼굴이 아니라 수능성적표가 쥐어진 내 손이었다. 애써 긴장을 풀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은 아이들도 있었다. 일찌감치 수시에 합격하여 수능성적 결과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들까지도 이 분위기에 아무 말 없이 눈치만 살폈다. 그리고 성적표를 받기도 전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듯 책상에 엎드려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학생
▲ 좌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학생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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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를 나눠주기에 앞서 이 상황에서 담임으로서 해줄 수 있는 칭찬과 격려 그리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 그간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 개개인에게 수능성적표를 나눠주었다. 희비가 교차하였다.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온 아이들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환호를 하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발발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아이들은 성적표를 들고 서로 비교해가며 가야 할 대학과 학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과를 인정하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성적표로 18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가군, 나군, 다군)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여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대입전략을 잘 세워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모두 합격하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해 온 아이들에게 무언의 박수를 보낸다.

내가 가야할 대학은 어디?
▲ 안정을 되찾은 아이들 내가 가야할 대학은 어디?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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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태그:#2010대학수학능력시험성적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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