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공부 좀 한다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원외고로 총 출동했다. 8일 대원외고는 서울지역 다른 외고와 함께 입학시험을 실시했다. 420명 모집에 1004명이 지원했으니 2.39 대 1의 경쟁률이다.
이날 외고생 학부모가 되고자 하는 이들 수백 명이 대원외고를 찾았다. 저마다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과 함께 왔다. 외고 폐지 논란이 한창인 지금, 이들은 왜 외고를 지원했을까. 그것도 '외고 중의 외고'로 통하는 대원외고를 지원한 까닭은 무엇일까.
수십 명의 외고 입시 전문학원 강사들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파이팅!", "시험 잘 봐!"라고 외치는 소란스런 현장에서 직접 물었다.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자녀는 왜 외고를 선택했는지.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강남 엄마' 이수경, 김유정] "우리 애 목표가 서울대, 연·고대는 아니죠"두 학부모는 강남에서 함께 왔다. 자녀가 다니고 배우는 학원과 유명강사를 통해 알게 됐다. 그들의 두 딸은 이날 나란히 대원외고 입시에 도전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두 '강남 엄마'는 화장이 진했다.
- 그동안 고생 많으셨겠어요."고생은요 뭘, 애들이 고생했죠."
- 그래도 입시인데, 두 분 표정이 참 밝아요."대원외고는 당연히 아이도 원하고 저희도 보내고 싶은 학교이긴 한데요. 떨어지면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일반고 보내죠 뭐. 호호호."
- 학원강사들이 그러더라고요. 대원외고 지원한 학생들은 일반고 가도 'SKY'는 다들 간다고."호호호. 뭐, 그렇다고 봐야죠."
- 그럼 왜 대원외고를 선택했어요? 사실 내신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우리가 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 준비하러 여기 온 건 아니죠. 뭐랄까, 다양한 커리어 쌓기? 뭐 그런 걸로 봐주세요. 어쨌든 대원외고 하면 새로운 명문 아니겠어요? 여기서 쌓는 인맥이나 배경을 무시할 수 없죠."
- 그래도 아이들이 경쟁을 하다 보면 힘들 텐데요."여기 온 아이들은 최고, 아니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아니겠어요? 실력 있는 아이들 속에서 경쟁도 해보면 서로 배우는 게 많겠죠. 경쟁에서 져도 연·고대는 가니까. 큰 걱정은 없어요."
- 그동안 사교육비로 얼마 정도 썼나요? 솔직히."초등학교 4학년부터 월 70만~100만 원 정도. 그리고 중학교에 와서는 좀 더 들어갔죠."
- 보통 월 150만~200만 원 정도 들어간다던데요."아이, 그건 좀 공부 떨어지는 애들 가르치려니 그렇지. 실력 있는 애들은 영어, 수학만 집중적으로 하면 돼요. 정보가 없으니까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거야."
- 외고 폐지 논란이 있는데, 괜찮으세요?"설마 다 없애겠어요? 좀 구조조정을 하는 정도에서 균형을 맞추겠지. 대원외고 정도는 살아 남을 거라고 봐요. 최고 명문 학교를 하루 아침에 없애는 게 말이 되나. 대원은 괜찮을 거예요."
-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호호호. 고마워요!"
[김성철·박유정 부부] "서울, 연·고대는 좀... 외국으로 가야죠!"김성철·박유정 부부는 송파에서 왔다. 부부의 큰딸은 대원외고 3학년에 다닌다.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이들은 여유가 넘쳤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들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했다.
- 대원외고 시험을 칠 정도면 아이가 공부 좀 했겠네요."사실 아이 누나가 대원외고 3학년에 다녀요. 그런 누나를 보고 스스로 하더라구요."
- 오, 그래요? 동생마저 합격하면, 많이 자랑스럽겠어요."예, 솔직히 그래요.(웃음) 지금도 큰아이 때문에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해요."
- 큰아이가 고3이면 수능 봤겠네요. 결과는 좋나요?"우리 아이에게 수능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예 미국 쪽으로 보낼 예정이에요. 이번에 동생도 합격하면 외국으로 대학 보내야죠. 사실 서울대, 연·고대는 좀...(웃음)"
- 큰아이는 대원외고에 만족하던가요?"그럼요! 너무 좋아해요. 여기 아이들이 정말 실력도 좋고, 다재다능해요. 모두들 재간둥이들이에요! 가까이서 지켜보면 여기 외고생들이 얼마나 멋있는데요."
- 그런 학교를 왜 폐지하려고 할까요?"그러게요! 외고 없앤다고 사교육이 사라지겠어요? 대원외고를 없애도 또 다른 명문고가 탄생해요. 우리나라에서 명문고는 늘 있었잖아요. 명문고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 만약 둘째가 합격하고 외고 폐지되면 어떻게 해요?"바로 없애지는 않겠죠. 유예 기간이 몇 년 있을 테고, 외고 인맥도 있으니까 큰 걱정은 안 해요."
[강구현] "학원 선생님들이 제일 고맙죠"강씨는 아들을 수험장으로 들여보내고 학원 강사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조금 긴장됐던 얼굴이 비로소 풀렸다. 학원 강사들은 "잘될 것이니 걱정 말라"고 강씨를 격려했다.
- 아이가 학원을 오래 다녔나봐요."중학교 내내 영어, 수학 학원을 다녔으니까, 3년을 꼬박 채웠죠."
-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았겠어요."외고 보내려면 어쩔 수 없죠 뭐. 합격을 해도 또 다녀야 하니까, 앞으로 돈 더 많이 벌어야지 별 수 있습니까?(웃음)"
- 보니까, 학원 선생님과도 친한가 봐요."사실 학원 선생님들이 제일 고맙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으니 뭐, 감사한 마음 뿐이죠."
- 그동안 사교육비는 얼마나..."다들 비슷해요. 많이 들어갈 땐 월 200만 원도 썼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중학교 3년 동안 월 평균 150만 원 정도 쓴 것 같네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요즘은 학력이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죠."
-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덜컥 외고 폐지되면 어떻게 해요?"그게 쉽게 되겠어요? 말만 요란하다가 또 그냥 유야무야될 것 같아요. 폐지가 돼도 이번 입학생들과는 아무 상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