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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진보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제6회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4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진보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제6회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 그 실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많은 이들의 대답에는 큰 차이가 없다. 취업 후 등록금 상한제, 보금자리주택 등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의 허구성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에 그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에 진보 개혁적 사회경제학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중도실용정책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중도실용정책을 단순히 비판할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진보 진영은 그 정책에서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진보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에는 비판과 대안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MB정부 5년간 복지예산 증가율이 갈수록 낮아져"

 

대안을 내놓기에 앞서 중도실용정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윤태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향후 5년간의 중기 재정계획에 나타난 복지예산 추이를 통해 친서민 정책의 허구성을 들춰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내놓은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향후 5년간(2009~2013년) 복지 예산이 연평균 6.8% 증가되도록 설계했다. 이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계획(8.7%)보다 후퇴한 것이고, 지난 2007년 참여정부의 계획(9.7%)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복지예산 중에서도 서민 관련 예산은 더욱 후퇴한다. 참여정부는 2007년 계획에서 향후 5년간 기초생활보장과 취약계층지원 예산을 연평균 11.4%와 18.7% 올리겠다고 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계획에서 각각 2.6%, 6.8% 올리기로 해 그 오름폭을 대폭 낮췄다.

 

윤태호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두고 복지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홍보했지만 복지예산은 물가상승·기금증가 등에 따라 자동적으로 증가한다"며 "그 증가율을 대폭 낮춘 것은 결코 '친서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예산을 2009년 본예산과 비교하더라도 서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기초생활보장(-8.5%), 취약계층지원(-6.5%), 사회복지일반(-30.0%), 보건의료서비스(-11.%) 등이 대폭 줄었다.

 

특히, 의료공공성 강화 분야는 더욱 크게 줄었다. 대표적인 친서민 예산인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내년 1464억 원으로 2009년에 비해 27.3% 줄었다. 반면,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등 보건산업육성 예산은 2009년보다 35.4% 늘어난 2504억 원이 배정됐다.

 

윤 교수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이 높았지만, 1999년에는 빈곤률이 가장 높았다"며 "우리 사회가 경제 위기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서민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친서민'이라고 하면, 매우 부끄럽다"고 밝혔다.

 

"진보진영도 '친기업'일 수는 없나?"

 

 4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진보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제6회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4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중도실용주의와 진보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제6회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이날 학회에 참석한 많은 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무늬만 친서민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등록금 후불제, 보금자리주택 등 개혁·진보진영으로부터 차용한 정책으로 '친서민'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길게는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약간의 수정·보완인 것이고, 짧게는 2010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중도실용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이후 보수의 실패에 대비한 하나의 전략적 대응"이라며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들이 보기에 중도로 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허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정책을 넘어서기 위해 진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진보도 먹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성장'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도 '친기업'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진보가 집권해도 시민들을 먹고 살게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며 "평등·연대·생태 등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세계화 시대에 맞게 성장에 대한 담론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진보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통분모를 찾자"며 "친노 그룹 등 자유주의자도 사회 민주주의적 복지국가에 동의한다면 진보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의 가면을 벗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았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럽의 보수정당들도 평등·부의 재분배 등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며 "진보는 보수·중도만을 바라보지 말고, 진보의 가치를 채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실용주의#친서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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