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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이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입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30점 받은 막둥이에게 아빠 얼굴을 봐서라도 공부해서 30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닥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부는 별로입니다.

"막둥이 시험공부 좀 했어?"
"아빠!"
"왜?"

"100점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니예요. 초등학교는 열심이 뛰어놀아야해요."
"그래도 수학 30점은 너무 한 것 아니냐."
"그럼 이번에는 40점 받으면 되겠네요."

"그래 40점-50점-60점-70점-80점-100점 받으명 되겠다."
"수학을 100점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니라고 했잖아요. 사실 나는 공부보다는 노는 것이 더 재미있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둘째 서헌이는 악착같은 면이 있습니다. 자기 엄마 말로는 서헌이는 한 겨울이 혼자 바깥에 나가도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칭찬을 합니다. 독립성과 정체성이 강하다고 할까요. 시험성적도 세 아이 중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이 번에는 학교에 다녀 온 잠깐 공부를 하는 척 하더니 이내 오빠와 동생과 함께 뛰어나기 바쁩니다.

"서헌아 너까지 공부 안 하면 어떻게 하니?"
"아빠 다 했어요."
"다 했다고! 언제?"
"아까 학교 다녀와서 다 했어요?"
"당신 서헌이가 공부 다 했다는 것 무슨 말인지 모르세요?"
"무슨 말?"

"아니 예상 문제 한 권 푼 것을 공부 다 한 것이라고 말하는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공부 한 번 제대로 한 일이 있나요?"
"없죠. 그래도 이거는 너무 하는 것 아니예요?"

"당신도 그런 말 하면 안 돼죠. 공부는 평소에 하는 것이지. 시험 치르는 하루 앞날 공부하면 안 돼죠. 오늘은 그냥 푹 시는 날이예요."

막둥이는 공부는 100점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 놀아도 된다면서 뛰어 놀고, 아내와 둘째는 시험 치르는 앞날은 푹 쉬어야 한다면서 놀고 참 대한 엄마와 아이들입니다. 그럼 첫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책상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습니다. 무슨 책을 읽는지 물었습니다.

 만화김대중을 읽고 있는 큰 아이
만화김대중을 읽고 있는 큰 아이 ⓒ 김동수

"무슨 책 읽고 있니"

"<만화, 김대중> 읽고 있어요."
"그래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이라고 생각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불러도 잘 듣지 못하면서 책에 빠져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예"
"그냥 그림만 보는 것 아니냐?"
"아니예요. 내용도 읽어요. 아직 어린 시절만 읽었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읽지 못했어요. 조선시대에 힘있는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 것을 빼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도 그렇다. 그래 1권부터 한 권씩 읽어면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꺼다."
"아직 3권은 나오지 않았어요?"

"응 오늘 아빠가 3권을 주문했는데 아마 토요일쯤 책이 올 거다. 너는 시험 걱정 안 되니?"
"걱정 안 해요."

기말고사를 하루 앞두고 우리 집 아이들은 이렇게 놀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아이들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이 아들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와 아내가 이렇게 태평스러운 모습을 아이들이 놀고, 책을 읽어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까요. 지금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발등이 불이 떨어지면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목을 조르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말처럼 시험 보는 앞날은 푹 쉬게 해주고 싶습니다.


#기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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