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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각포착] 아슬아슬 외발자전거 할아버지 정말 대단!!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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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 때문에 오랜만에 무늬만 그럴싸한 생태통로가 만들어진 인천 계양산 징매이고개 너머 계양도서관으로 달려가는 길이었습니다. 1년 넘게 자전거만 타고 다니면서 번질나게 오르내리는 고갯길이지만, 노트북-책 등 잡동사니 베낭에 짊어메고 산길을 오르면 아무리 추워도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힙니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아가며 조바심 내지않고 천천히 고갯길을 오릅니다. 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매연을 뿜으며 질주하는 자동차를 피해 인적없는 가로수길을 따라 갑니다.

그런데 오늘(2일) 아침 지루한 철조망을 따라가다 제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무언가를 포착했습니다. 간혹 저처럼 자전거를 타고 산고개를 오가는 이들이 있는데, 아침에 목격한 자전거는 두 바퀴가 아니라 놀랍게도 한 바퀴 외발자전거였습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두바퀴 자전거를 앞지른 외발자전거, 순간 눈을 의심했다.
두바퀴 자전거를 앞지른 외발자전거, 순간 눈을 의심했다. ⓒ 이장연


큼지막한 외발자전거 위에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기다란 수염을 늘어트린 할아버지가 있었고, 너무나 능수능란하게 고갯길을 올랐습니다. "헉헉" 대는 두 바퀴 자전거보다 더 잽싸게 고갯마루에 올라서는 터널을 지나 아랫길로 내려가는데, 외발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브레이크가 없어도 저보다 더 안전하게 요리조리 장애물을 피해가며 갈 길을 재촉했습니다. 그 모습에 놀라고 존경스러워 말을 걸어볼까 그 꽁무니를 뒤쫓았습니다.

"고개를 넘는 통에 덥다"며 외발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바람막이 겉옷을 벗는 틈에 할아버지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알고보니 외발자전거 할아버지는 이웃동네(연희동)에 살고 계셨습니다.

젊고 맑은 눈망울을 가진 흰수염 할아버지는 "1년 정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고, 석남동 배수지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겨 탄다" 했습니다. 간혹 "외발자전거를 타고 서울에 가시는데, 오늘은 신림동에 일이 있다" 하시더군요.

갈길이 멀어 오래 얘기 나누지는 못하고 다시 키 높은 외발자전거에 오른 할아버지를 따라 그 경이로운 주행-운전 실력을 엿봤습니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시민들은 저처럼 놀라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그 모습을 작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외발자전거는 안장이 높고 바퀴도 크다. 브레이크도 없다.
외발자전거는 안장이 높고 바퀴도 크다. 브레이크도 없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외발자전거#자전거#할아버지#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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