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위원장인 고영주 변호사가 발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위원장인 고영주 변호사가 발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친북인명사전? 그럼 과거 민중민주주의를 내건 민중당 운동을 했던 정권 실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들어가나?'

솔직히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보수우익 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가 지난 11월 26일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을 만들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말이다. 현장에서 질문을 하려고 손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내 차례가 돌아오기 직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극우 노인' 200여 명이 기자회견장을 장악한 것이다. 이들은 "친북인명사전에 김대중·노무현은 없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욕설과 고성 등 거친 항의로 기자회견을 중단시켰다. 대단한 '노익장'에 보수가 분열한 현장이었다.

사실 보수우익의 친북인명사전 추진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맞불 행위다. 친북인명사전 추진이 처음부터 삐걱거린 바로 그 다음날인 11월 27일,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4년 6개월의 활동을 접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래저래 보수우익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상황이다.

보수우익은 왜 친일파 정리에 불편해 하며 친북인명사전을 편찬하려는 것일까. 고영주(60) 위원장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하지만 걱정이 먼저 앞섰다. 고 위원장 눈으로 볼 때 <오마이뉴스>는 순도 100% '좌빨(좌익빨갱이)'일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기나 할까?

하지만 기우였다. 고 위원장은 "젊은 세대에게 (좌익 척결 필요성을) 이야기하려면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과 소통을 해야 한다"며 인터뷰에 적극 응했다. 공안 검사 출신이자 현직 변호사인 고 위원장을 1일 서울 종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약 30분 동안 짧고 빠르게 진행됐다.

"좌익 척결을 삶의 사명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은 누구?
1978년 청주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28년 동안 검찰에 몸담았다. 2006년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올 때까지 대검 공안기획관을 역임하는 등 주로 공안 검사로 활동했다.

서울지검 검사로 있던 지난 1983년 부산에서 발생한 '부림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 피고인의 변론을 맡았다.

또 '삼민투', '전학련'을 이적단체로 기소했으며 1995년 검찰 최초로 한총련을 이적 단체로 규정했다. 2006년 변호사를 개업했으며 올해 2월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고 위원장은 "좌익과 공산주의 이론을 잘 아는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친북인명사전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좌익척결을 삶의 사명감"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 좌익들의 의식화 작업 역사가 30년이 됐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친북인명사전 등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친북인명사전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전력을 단죄하는 게 아니라 현재 친북반국가 행위를 기준으로 한다"며 이재오, 김문수, 신지호, 원희룡, 정태근 등 1980~90년대 운동권 전력이 있는 한나라당 내 전현직 의원들은 친북인명사전에서 배제됐음을 시사했다.

아래는 고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보면 <오마이뉴스>는 이른바 '좌빨' 매체 아닌가.
"난 과거 월간 <말>과도 인터뷰했다. 사실 우리 이야기가 젊은 세대에게 전달될 통로가 없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과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 지난 11월 26일 친북반국가행위 인명사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극우 노인들'의 항의로 중단됐다. 예상했나?
"전혀 예상을 못했다. 진짜 우파 단체에서 친북인명사전에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넣지 않았다고 해서 소란을 피운 건 굉장히 유감스럽다. 예의가 없는 짓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정부 지시로 친북인명사전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시작한 일도 아니다. 그냥 우리 스스로 (친북인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다. 우리의 기준은 과거에 잘못했던 사람을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 친북반국가 행위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고, 반국가 행위를 자제시키기 위함이다. 그래서 친북인명사전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돌아가신 분까지 다 하면, 과거 박헌영(일제 때 조선공산당 창립에 참가했고 해방 후 남조선노동당을 결성한 공산주의 운동 지도자)부터 해야 한다. 우리에겐 그렇게 거대한 작업을 할만한 인력, 예산이 없다. 그래서 소규모로 현재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 100명을 먼저 발표하려고 한다.

이 기준과 계획이 마음에 안 들면 자기들이 따로 기준을 만들어 친북인명사전을 만들면 된다. 우리가 친북인명사전 전세나 특허 낸 것도 아니다. 왜 남의 단체에 와서 소란을 피우나. 몰상식한 일이다. 그들이 우파라면, 진짜 실망이다."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위원장 고영주 변호사)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발표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발표에 연단앞으로 몰려나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위원장 고영주 변호사)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발표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발표에 연단앞으로 몰려나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재오·김문수·신지호? 그들이 최근에도 북 전술에 따라 활동했나?"

- 현재 진행하는 작업의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고 있나.
"소소한 경비는 내가 부담하고 있다. 집필진 대부분은 자원봉사다. 모두 애국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일에 젊은 사람들이 나서기를 꺼린다. 소송 등 어려운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큰 돈 들여서 하는 건 아니다. 더 큰 일은 감당할 능력이 없다."

- 최종 목표는 친북반국가 행위자 5000명을 발표하는 것 아닌가. 
"꿈이고 계획이다. 100명을 먼저 발표해서 효과가 있으면, 그래서 책도 좀 팔리고, 후원금이 들어오면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국민과 애국세력이 원치 않으면 중단할 수도 있다."

- 이명박 정부는 우파로 볼 수 있지 않나. 한나라당이 의회도 장악하고 있다. 굳이 이 시점에서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명을 발표하려는 이유가 뭔가.
"이명박 정부가 우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본인들은 중도라고 하니까. 어쨌든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동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친일파보다 친북반국가 행위자가 더 큰 문제다.

친일은 과거이고, 이미 다 지나긴 일이다. 친일파 대부분은 이미 다 돌아가셨다. 그분들이 국가에 위해를 끼칠 일도 없다. 친북인사들이 더 중요한 문제인데, 다들 입 다물고 있다. 친일인명사전 정리 동기가 과연 순수했나? 또 선정 기준은 객관적이고 공정했나? 의문이 많다."

- 과거 민중당에서 활동했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리고 1980년대 운동권 전력이 있는 신지호, 원희룡, 정태근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명단에 포함돼 있나.
"잘 모르겠다. 그들이 최근에도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국보법 폐지, 그리고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에 따라서 활동을 했나? 그랬다면 명단에 들어가겠지. 어쨌든 우리는 당적을 가리지 않는다."

- 그럼 친북반국가 행위자 5000명은 누구인가.
"대부분 지난 10년 좌파정부 하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아주 옛날 활동가들은 아니다."

- 1980년대 운동권은 모두 배제했다는 말인가.
"우린 과거를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우 100명 먼저 발표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부터 따지는 게 아니다."

- 현재 활동하는 친북인사라면, 수사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사실 확인이 가능하지 않나.
"학자들이 쓴 논문 등은 쉽게 입수하지만, 사실 자료가 많지 않다. 신문 등 언론 보도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언론에 보도됐다고 다 진실은 아니다. 그래서 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이의신청 기간을 두려고 한다."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발표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발표에 연단앞으로 몰려나와 고영주 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11월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정상화추진위 주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발표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발표에 연단앞으로 몰려나와 고영주 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보·이념 관련 이명박 정부에 불만 많다"

- 1차 명단 100명에 전현직 의원과 현직 판사 1명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선정기준 모호' 등 편파 시비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에 동조하고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것 등 우린 구체적 행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 현재 활동하는 친북반국가 행위자가 있다면 왜 정부는 가만히 있을까.
"안보나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불만이 많다."

- 정부가 좌익 척결 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학가에서는 1980년대에 좌경의식화 학습이 시작됐고, 1989년부터는 전교조를 중심으로 초중고에서 광범위하게 의식화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의식화 학습 역사가 벌써 30년이다.

(검사 시절, 운동권 학생 피의자에게) 왜 대학에서 의식화 작업을 시작했느냐고 물었더니, 러시아 브나로드 운동에서 배웠다고 하더라. 브나로드 운동은 자본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1870년대에 시작됐는데, 40년 만에 혁명을 일으켰다. 의식화 학습은 이렇게 무섭다.

내가 공안 전공이라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을 안다. 김일성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김일성의 교시로 남조선 인민을 의식화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결국 운동권 학생들은 브나로드 운동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북한의 지령이다.

러시아는 자본주의도 거치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금 고도 자본주의에 와 있다. 이념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태다. 국군 신병이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면 우리의 주적이 미국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다. 사법시험 합격자 70~80%가 대한민국은 정통성이 없다고 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좌파 세력들은 30년 동안 목숨 걸고 의식화 학습을 진행했다. 대한민국을 올바로 세우려 한다면, 빨리 국민의식을 다시 계몽해야 한다. 세계에서 이념 대결은 이미 끝났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념대립에서 우파가 좌파에게 밀리고 있다. 빨리 올바른 이념 작업을 해야 한다."

- 우파가 밀린다고? 그럼 흔히 말하는 '좌익 빨갱이'의 공작이 승리했다는 말인가.
"기본적으로 좌익의 이론은 현재 불만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선전선동하는 것이다. 공산주의 좌익이념은 사회적 약자를 이용해 정권을 잡으려는 사기극이다. 진짜 정신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 의식은 공산주의 이념에 넘어갈 정도로 낮지 않다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북한의 첩자이거나, 공산주의 이론에 소양이 없는 이들이다.

국민들은 거대한 (공산주의) 사기극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 국민 의식이 그렇게 높다면, 아예 형법에서 사기죄를 없애야 한다. 한 번 봐라.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사기에도 넘어가지 않나. 공산주의는 아주 정초한 사기 이론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아주 건방진 생각이다."

- 혹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친북인명사전에 들어간다고 보나.
"내 생각으로는 명단에 들어간다. 하지만 집필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 검사 시절에는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삶을 걸고 좌익을 척결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 내가 좌익에 대해서 모르면 마음이 편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계속 좌익의 행태와 속마음을 봤다. 내가 말을 안 하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러고 있는 것이다. 뻔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태그:#고영주, #친북인명사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