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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가 만든 학습교재와 사회활동 자료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가 있다고 한 감정인들을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해 재판부에서 채택되었지만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에 오르자 증인을 취하해버렸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35․역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30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판사 박찬익)은 최 교사측 이석태 변호사한테 이같은 사실을 통지했다. 재판부는 12월 1일 열릴 예정이던 최 교사에 대한 13차(2차 연기․취소 포함)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 측에 알린 것이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31일 오후 진주시내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라고 적힌 고무풍선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31일 오후 진주시내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라고 적힌 고무풍선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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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사와 관련해 감정서를 냈다가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된 뒤, 이번에 증인에서 취하된 감정인은 제성호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중앙대 교수, 북한민주화포럼 회원, 이명박 정부 인권대사)와 이동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총간사,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이다.

제 전 상임대표는 최보경 교사가 갖고 있던 '전교조 통일일꾼 자료(FTA)'에 대해, 이동호 조직위원장은 최 교사가 만든 '제주 43항쟁을 통해 본 해방과분단'이란 수업자료에 대해 각각 감정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했던 것.

이들은 지난 1월부터 거의 매월 한 차례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가 계속해서 검토되어 왔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12월 1일 열리는 공판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제151조 1항)에 의거해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측은 제성호 전 상임대표와 이동호 조직위원장에 대한 증인 취하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석태 변호사는 "판사가 오늘(30일) 전화를 해서 검찰이 두 감정인에 대한 증인 신청을 취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측 증인은 모두 10명이었다. 감정인은 7명이고, 경찰은 3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감정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되었던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과 유광호 한국전략연구소장은 지난 1월 22일 열린 공판 때 출석해 증언했고, 조영기 한반도정책연구소 소장(북한민주화포럼 회원)과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 정원영 공안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김광동 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증인 출석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영기 소장은 2010년 1월 19일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석태 변호사는 "증인 출석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받아야 하니까 부담이 돼서 검찰에서 증인 신청을 취하한 것 같다"면서 "증인으로 서지 않는 감정인이 제출한 감정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고, 그 사람들이 쓴 감정서는 증거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감정서를 공안부서에서 썼는지 담당자가 썼는지, 누가 썼는지 모를 때도 있었다. 감정서를 내기만 했지 감정인들이 법정에 서지도 않을 때가 있었다"면서 "감정인이 나와서 증언하면 재판부도 참고를 하겠지만, 증인으로 서지 않는 이상 설득력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보경 교사는 "지난 공판 때 감정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니까 재판부에서 취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그 때 공판검사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취하한 것은 무슨 변동 사항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해 8월 최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2월 1일 예정되었던 공판은 열리지 않고, 다음 공판은 새해 1월 19일 오후 3시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검찰은 최 교사에 대해 '5.18민주화운동'이나 '제주4.3항쟁'과 관련된 내용을 공소장에 넣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61주년 맞아 성명 "법정이 아닌 교단에 서야"

한편 전교조 경남지부와 경남진보연합 등의 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선생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경남대책위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최보경 선생님은 법정이 아닌 교단에 서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공포․시행되었는데, 국가보안법 제정 61주년을 맞아 대책위가 입장을 낸 것이다. 대책위는 "반통일․반민주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무덤으로, 최보경 선생님을 통일과 민주의 교단으로"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공안탄압이 진행된 지 두 해가 다 되어가고 있다"며 "작년 2월, 군사작전을 펼치듯 집과 학교를 새벽부터 들쑤시면서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공안탄압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법'이라는 탈을 쓰고 이 땅에 태어난 지 내일로 61년째가 된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안당국은 국가보안법을 통일애국세력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완벽하게 살려내었다. 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구는 다시 확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단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 이들은 "공안당국은 통일교육 세미나와 수업 내용을 문제 삼아 서울, 전북, 부산의 교사들을 구속하고 법정에 세워 교단에서 내쫒았다"며 "그런 가운데 서울지역의 두 명의 교사는 무죄 판결을 받고 교단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공안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무리하고 졸속적인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명박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공안 검찰은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공안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보경 선생님은 물론 선생님의 가족과 학생, 그리고 동료교사들이 받는 고통의 시간을 지금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국가보안법, #최보경 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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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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