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9년 한 해 수많은 드라마가 방영되었고 시청률이 대박 행진을 보여 국민드라마로서 이기를 끌었던 작품도 있고, 철저하게 외면을 받은 작품도 있다. 그중 일명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막장 드라마'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대박이거나 쪽박이었다. 이렇게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은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증거일 것이다.

 

제 아무리 막장드라마지만 일단 재미가 없다면 흥행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부도수표가 되어 욕은 욕대로 먹고 시청률은 시청률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꼽아보도록 하자.

 

1위. 불륜, 서스펜스, 스릴러, 엽기잔혹

     드라마 <밥줘>

 

제목: <밥줘>

장르: 표면적으로 불륜 드라마(스릴러, 공포, 서스펜스, 사이코 류의 범주라면 모두 속함)

최대의 피혜자: 하희라(명성에 걸맞는 연기를 펼쳤음에도 드라마의 내용에 의해 인지도 하락)

최대의 수혜자: 최수린(무명에 가까웠던 그녀가 사이코 악녀 연기로 비난과 동시에 주목도가 높아짐)

명언: "우리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때문에 힘들었다!"( 방송심의원회에서 제작진이 한 말)

 

 <밥줘>는 기존 부부간의 질곡을 기획의도로 삼고 출발 자체는 역시 기획의도대로 부부간의 갈등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헌데, 내용이 진행됨에 따라 불륜이 그려지게 되고나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막장 드라마로 이어졌다.

 

대게 대한민국의 부부 관계를 표현할 때 불륜이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은 현실에서 그만큼 불륜이 빈번하게 벌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입맛이 여전히 불륜을 좋아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불륜은 용인되어 오는 소재였다. 그런데 문제는 <밥줘>에서 다룬 불륜은 자극적이다 못해 황당한 설정 덕분에 온전히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바로 선우와 그의 내연녀 화진이 조강지처 영란에게 대처하는 태도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예의 불륜녀는 안방을 차지하려 애쓰고, 남편은 조강지처와 이혼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법인데, 선우와 화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조강지처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불륜은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면서 밀회를 즐기려 한 것.

 

그래서 화진이는 애초부터 영란의 자리를 탐내거나 하지 않았다. 또한 두 사람은 불륜을 저질러 부인에게 들통이 난 후에도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빈번하게 폭력이 자행되고 부부 강간까지 묘사되는 등 파격을 넘어서 비상식적인 행위들이 등장했다.

 

이어 불륜 드라마에서는 조강지처가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만 영란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딸에게 질투를 느끼고, 선우와 화진이에게 복수하면서 영란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전락해 세 명의 주인공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돈 때문에 영란의 언니는 화진과 둘도 없는 형님 동생 사이가 되고, 영란의 친정엄마는 사위가 자신의 딸을 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이혼을 막기 위해 화진을 납치를 하고, 영란의 딸은 화진의 아들이 "잘 생겨 좋다"며 의남매를 맺는 등 황당무계한 에피소드가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그래서 <밥줘>는 일일 드라마의 성격에서 벗어나 불륜, 스릴러, 서스펜스, 공포, 사이코 등 온갖 장르가 한데 버무러져 짬봉 드라마가 되었다.

 

오히려 내용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시청률도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며 조기종영 철퇴를 맞았다. 더 나아가 심의의원회에서 <밥줘> 제작진은 사과를 해야 했으며 수준 이하의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이유를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밥줘>는 제 아무리 막장 드라마여도 일단 재미가 없으며 욕은 욕대로 들으며서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하희라의 명성은 곤두박질 쳤고,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안타깝다는 소리까지 듣는 등 올해 최악의 드라마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최악의 드라마 대상을 수상한다면 당연히 <밥줘>라고 할 만큼 내용과 구성 면에서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그래서 이번 막장 드라마 최고의 영예를 응당 <밥줘>로 선정한 이유이다. 앞으로 이런 드라마는 다시 절대로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2위 막장 드라마도 속도전, <아내의 유혹>

 

제목: <아내의 유혹>

장르: 불륜, 복수 드라마

최대의 피혜자: 장서희(복수극으로 한정된 이미지 고착)

최대의 수혜자: 장서희(아내의 유혹으로 건재함 과시)

명언: "정~교빈", "민~소희"(신애리 버전)

 

<아내의 유혹>은 SBS 일일드라마 중 드물게 시청률 40%를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시청률 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다. 자신을 버린 남편을 다시금 유혹해 복수한다는 주요 내용은 사실상 통속성이 짙은 소재였으나 파격적인 대사와 스피드한 전개로 일단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친구의 남편을 뺏는 설정부터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 등 극 초반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늘어지는 전개보다 빠른 전개로 그러한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을 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가령 구은재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도 단 1회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식이었다. 1회가 대략 30분인 방송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극을 전개해 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단 몇 회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나 점을 찍고 복수의 화신을 돌변했다. 여기서 점 하나로 구은재가 민소희가 되는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전개되어 모두들 실소를 금치 못했으나 워낙 구은재를 연기한 장서희 연기력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었다. 또한 정교빈과 신애리의 악랄한 악행에 대한 복수를 시청자들 입장에서 통쾌하게 바라봤기 때문에 오히려 점을 찍는 모습은 화제가 되어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밥줘>와 달리 <아내의 유혹>은 일관된 스토리와 빠른 전개 등 일일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아내의 유혹> 이후부터 일일드라마의 전개가 빠른 템포로 가는 영향까지 미쳐 비록 막장드라마지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특히 막장 드라마의 내용과 소재, 캐릭터들의 설정이 자극적이고 극단적이었지만 일단 "재미"를 준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같은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는 <밥줘>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고 막장 드라마여도 어느 정도 용인 될 수 있는 부분에서 상황을 전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물론 막장 드라마 자체가 문제가 있는 드라마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아내의 유혹>의 성공 이후 전신성형으로 복수를 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남자판 <천사의 유혹>이 등장했으니 사실 <아내의 유혹> 성공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3위 아침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은 <하얀거짓말>

 

제목: <하얀거짓말>

장르: 홈드라마의 성격에 복수극을 짬뽕시킴

최대의 피혜자: 신은경(답답한 캐릭터 덕분에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삼)

최대의 수혜자: 김태현(자지체장애인의 탁월한 연기로 연기파 배우로 부상)

명언: "비안이는 내 아들입니다."(형우버전)

 

<하얀거짓말>은 지체장애 아들을 둔 신 회장이 자신의 아들과 은영을 결혼시키기 위해 은영의 아버지를 위험에 빠뜨리면서 시작된다. 또한 형우의 이복형 정우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 신 회장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신 회장과 대결을 벌인다. 사실상 한 마디로 말하면 콩가루 집안 이야기임에도 연기자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침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래서 막장드라마의 소재인 출생의 비밀과 복수극이 있었지만 마치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 조성된 드라마가 <하얀거짓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의 전체적인 키워드는 거짓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내몰았지만 그 사살을 숨긴 신 회장. 그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 은영을 버린 남자 정우. 정우가 형우의 형임을 알았지만 복수를 하기 위해 그 사실을 숨긴 채 결혼한 은영. 자신의 남편과 은영의 관계를 알고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나경까지.

 

드라마는 전체적인 거짓말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복수에 복수를 낳는 복잡한 구조를 띠고 드라마가 매회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방송되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마음만은 착한 형우를 통해 조금씩 거짓말이 들통이 나고, 복수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드라마는 막장 소재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하얀거짓말>은 아침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공식을 마다하고 그럴 듯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물론 <하안거짓말>도 비뚤어진 가족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편의 바람으로 자신의 아들을 지체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린 신 회장, 즉 죄책감으로 형성된 모성애,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식의 존재를 알게 된 은영의 모성애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서 비교적 여타의 드라마에 비해 막장 드라마로서의 비난을 받지는 않았다.

 

또한 지체장애인 형우를 연기했던 배우 김태현은 이 드라마로서 그동안 인지도가 일취월장 높아졌으며, 실제로 그의 연기는 모든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했다. 그래서일까, 현재 <천사의 유혹>이라는 미니시리즈에서 내연남으로 등장해 또 다른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김혜숙이란 연기자는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신 회장을 연기해 다시 한 번 연기파 배우를 입증받으며 올 한해 아침드라마의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렇게 재미난 아침드라마를 2009년도에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4위 가장 쿨하게 망해버린 드라마, <트리플>

 

제목: <트리플>

장르: 트렌디 드라마

최대의 피혜자: 민효린(스케이트를 열심히 탔지만 빛을 보지 못함)

최대의 수혜자: 이선균(다시 한번 생활 연기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트리플>은 너무나 큰 기대였을까, 엄청난 실망감을 주고 가버린 드라마. 물론 사실상 따져본다면 <트리플>이 막장 드라마로 딱히 규정지을 수는 없다. 불륜도 출생의 비밀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리플>은 논란을 만들어냈다.

 

극중에서는 절친의 아내를 짝사랑하고, 의붓오빠를 사랑하며, 친구로 지낸 이들이 하룻밤의 정사로 연인 사이가 된다. 그래서 세세하게 뜯어놓고 보면 막장드라마의 소재가 아닌 그저 파격적인 소재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격적인 소재를 당위성 있게 그려내지 못한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막장드라마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트리플>을 만든 이윤정 감독은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동성애 논란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파격적인 소재였지만 그가 그려낸 화면과 내용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소재의 <트리플>은 무언가 2%로 부족했다. 아니 시청자들에게는 불친절한 드라마였다.

 

이유인 즉, 수인이 첫 사랑과 하룻밤을 보낸 이유라든지, 그 사실을 알고 그들이 이별을 선택하는 과정, 하루가 활을 좋아하고 고백한 이유, 현태가 수인을 좋아하는 이유 등 당위성과 설득력 따위보다 겉포장에마 치중해버렸다. 비교적 현실적인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해윤과 상인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바뀌는 모습처럼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쿨한 젊은 세대들의 사랑공식에 대입시켜 사랑의 짝대기가 머리와 달리 마음가는대로 갈 수 없음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아름답게, 그저 심플하게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막장러브라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국 <커피프린스 1호점>을 기대했던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의붓남매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막장소재로 둔갑되어 때 아닌 비난을 받으며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고 종영되었다. 부디 다시금 현 세대의 사랑이야기를 하려한다면 설득력을 가지고 돌아오길 바란다.

 

5위 이젠 전신성형수술로 돌아온 <천사의 유혹>

 

제목: <천사의 유혹>

장르: 복수극

최대의 피혜자: 김태현(연기변신도 좋지만 드라마의 질을 생각하지 않음 미스)

최대의 수혜자: 배수빈(또 다시 시청률 대박행진)

 

<아내의 유혹>작가 김순옥이 다시 돌아와 내놓은 <천사의 유혹>. 특히 <선덕여왕>을 피해 9시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로 현재 20% 시청률을 올리며 다시 한 번 영광에 재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치도 바뀌지 않은 내용으로 돌아와 작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천사의 유혹>은 복수의 중심이 아내에서 남편으로 돌아갔을 뿐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텔링, 전개 면에서 다른 작품이라 볼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점에서 전신성형수술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진화는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소재로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역시나 인기를 끄는 요인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불륜과 복수극이라는 점, 빠른 전개,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일 것이다.

 

물론 아직 방영 중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내의 불륜행각이 수위 높게 그려지더니, 남편이 그 사실을 알았지만 아내와 내연남이 사고 위장으로 남편을 죽게 만들더니 다시금 살아난 이 남편은 전신성형수술을 감행. 다시금 아내를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아내의 유혹>에서 보던 내용 그대로다. 물론 성별 차이에서 오는 분위기 자체가 <아내의 유혹>과는 사뭇 다르지만 성만 바뀌고 복수를 하기 위해 새롭게 태어난 과정 모두 비슷한 형태를 취해 작가는 양심 없게도 자신의 작품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작가의 캐스팅 능력 덕분인지 이소현, 배수빈, 김태현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우선 재미있게 <천사의 유혹>을 시청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처럼 파괴력을 가지고 돌풍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 막장 드라마의 평범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막장 드라마여도 좀 더 색다른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막장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