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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마다 수북이 쌓여 있는 붉고 노란 낙엽만이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화려하게 불탔던 지난 시간들을 추억속의 한 자락에 묻어둡니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에 있는 작은 암자 도솔암, 가족들의 무사안녕과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담아 쌓아둔 기왓장 사이로 떨어진 단풍잎이 다소곳이 내려앉아 조용한 산사에 운치를 더해 줍니다.

높이가 6m정도 된다는 선운사도솔암마애불 앞에는 쌀쌀한 날씨인데도 선채로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내를 돌다보니 지나가던 길손에게 목축이라고 샘물이 흐릅니다. 물위에는 낙엽이 둥실 떠 나그네의 성급한 마음 달래줍니다. 도솔암에서 선운사까지 약3km 정도의 거리지만 산책로가 평탄하여 1시간이내에 선운사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정성으로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담아 적어놓은 기왓장 사이로 단풍잎이 쌓여 있습니다.
 정성으로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담아 적어놓은 기왓장 사이로 단풍잎이 쌓여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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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때 늦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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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초겨울의 쓸쓸함을 더 해주지만 호젓하게 자연을 벗하며 바람을 동무삼아 걷다보면 내려오는 오솔길은 고요함과 쓸쓸함, 정적만이 지나가는 나그네 발자국 소리와 함께 메아리 되어 되돌아옵니다.

느릿느릿 걸음으로 주위를 살펴보니 기괴한 돌 틈 사이로 크고 작은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손에 잡히는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습니다. 기술도 참 좋습니다. 떨어질듯 아슬아슬하지만 세찬바람에도 끄떡없습니다. 쌓인 돌만큼 소원들도 많겠지요.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노거수인 장사송이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면적은 495㎡ 높이 23m, 둘레 2.95m,의 천연기념물 354호인 장사송은 지역의 옛 지명인 장사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근처에는 10m 깊이의 굴이 있는데 신라의 진흥왕이 왕위에서 물러나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이 있습니다.

때늦은 단풍잎이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라고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어디선가 따다닥따다닥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옵니다. 조용했던 산속의 아침 단잠을 깨웁니다. 뭔가 궁금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두리번거리며 나무 위를 살펴봅니다. 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소리가 들려옵니다. 탁목조라고도 하는 딱따구리가 연신 나무를 쪼아댑니다.

산속의 드러머 딱따구리입니다.
 산속의 드러머 딱따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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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쉴새없이 나무를 쪼아대고 있습니다.
 딱따구리가 쉴새없이 나무를 쪼아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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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줄기에 수직으로 붙어서 나선형으로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나무꼭대기에 닿으면 날아서 다른 나무줄기로 옮겨가곤 합니다. 나무줄기에서 먹이를 찾을 때는 꼬리깃으로 몸을 지탱하고 앞뒤 2개씩 달린 발톱을 수피에 걸어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고 안정된 자세로 마구 쪼아댑니다.

그런 다음 수피와 마른 나무줄기에 날카로운 부리로 구멍을 뚫고 가시가 달린 가늘고 긴 혀를 구멍 속에 넣어 혀끝으로 딱정벌레의 유충 따위를 끌어내서 먹는다고 합니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껍질이 벗겨져 있습니다. 그 밖에 땅 위에서 개미를 잡아먹기도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나무열매를 먹는다고 하네요.

어찌나 빠른지 딱딱거리는 소리가 산속의 정적을 깹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녀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입으로 나무를 쪼는 것도 음률이 있어 보입니다. 산속의 보컬 멤버 중 딱따구리는 드러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새들이 열정적인 드러머의 반주에 맞춰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새들의 합창에 푹 빠져 황홀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체 발걸음을 돌리는 나그네에게 이름 모를 새들이 동무하자며 먼저 종종걸음으로 앞서 갑니다.

선운사에 도착할 즈음 절 좌측으로 보이는 녹차 밭에 녹차 꽃이 피었습니다. 은은한 색감의 녹차 꽃이 쌀쌀한 날씨를 잊게 해 줍니다. 선운사 뒤편에 동백나무에도 때 이른 동백꽃이 한 송이 피어 반겨줍니다. 동백나무숲사이에 있는 감나무에는 다양한 새들이 홍시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홍시를 보니 까치밥으로 남겨 두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달콤한 홍시는 까치만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박새, 직박구리, 등 온갖 새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잘 익은 홍시를 포식하고 있습니다.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먹고 있는 까치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먹고 있는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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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에서 연신 홍시를 쪼아먹고 있는 새들입니다.
 감나무에서 연신 홍시를 쪼아먹고 있는 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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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를 먹기위해 날아드는 직박구리와 까치
 홍시를 먹기위해 날아드는 직박구리와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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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직박구리라고도 하는 꼬까직박구리 녀석은 까치가 찍어먹고 있는 감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날개길이 9∼10cm, 꽁지길이 6∼7cm정도는 되 보입니다. 수컷은 앞이마가 약간 검고 머리·윗목·덮깃은 윤기가 나는 코발트빛으로 무척 귀여운 녀석입니다.

암컷은 목이 흰색이고 등은 오렌지색을 띤 회색을 띠고 있습니다. 선운사 뒤편에 있는 동백나무 숲에서 살고 있는 동박새 한 쌍이 날아와 멋진 춤을 선사하고 돌아갑니다. 모 드라마에서 나왔던 명대사처럼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녀석들도 달콤한 맛은 잊을 수 없는지 날아갔다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선운사 법당에서 불경을 읽고 있는 스님의 뒷모습에 밝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입니다. 걷다 지치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에는 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은 정성의 표시로 보시를 하면 언제나 차를 마실 수 있다고 보살이 귀띔합니다. 북적거렸던 시간을 뒤로한 체 조금은 쌀쌀하지만 상큼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호젓하게 산책하고 싶다면 조용한 암자와 산사를 찾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태그:#직박구리, #까치, #도솔암, #선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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