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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의 포스터.
 드라마 <아이리스>의 포스터.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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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이리스>가 인기다. 월·화에는 드라마 <선덕여왕>이 직장인들의 귀가 걸음을 재촉하더니 수·목에는 <아이리스>가 직장인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여담이지만 나 역시 미실이 죽은 이후 김빠진 <선덕여왕>보다는 아직까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아이리스>의 열혈 시청자임을 고백한다).

물론 혹자들은 <아이리스>의 인기에 대해 '그만한 자본을 투자해 놓고 인기가 없으면 되겠느냐'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투자규모와 흥행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들이 증명해 왔던 터, 그 흥행비결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아이리스>는 무엇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이리스> 흥행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드라마의 볼거리. <아이리스>는 그 막대한 투자만큼이나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드라마 제작에 영화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감각적인 영상미와 헝가리,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아이리스>에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액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소위 '미드' 등을 보면서 한껏 수준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는데 한 몫 하고 있다. 비록 극이 진행되면서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어쨌든 드라마 초반의 숨 막히는 추격신과 첩보전은 영화 <007시리즈>나 <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할 만큼 뛰어났다.

드라마 속 '현실성'이 <아이리스> 인기 키웠다

둘째, 배우들의 열연. 드라마 <아이리스>는 한 명의 한류 스타에게 모든 걸 걸었던 기존의 한류 드라마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한류 스타 이병헌이 등장하지만 <아이리스>에는 그 말고도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 톱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서로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전개를 원활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아이리스>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김태희의 연기력이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그녀는 <아이리스>를 통해 자신의 연기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마냥 보기 좋은 CF 퀸에서 배우로 자신의 위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드라마의 치밀한 구성. 드라마 <아이리스>는 앞서 열거한 화려한 볼거리와 톱스타들의 열연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많은 드라마들이 대충 위의 두 요소만을 내세웠다가 실패한 경우가 허다한데, <아이리스>는 사전 제작 등을 통해 이야기의 구성을 더욱 치밀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볼거리나 톱스타들의 등장이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모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들을 끝까지 붙잡는 것은 드라마 자체가 가져야 될 치밀한 구성임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서도 잘 드러난다. 처음에는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력과 김태희, 탑의 화려한 모습에 대한 글들이 넘쳐흐르던 시청자게시판이 이제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그 구성의 현실성에 대한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드라마의 예고편에 열광하며 다음 주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과연 아이리스의 정체는 밝혀질까? 제작진들은 이 작품의 말미를 어떻게 장식하려고 이렇게 크게 이야기를 벌이는 것일까?

있는 대로만 그려도 '카타르시스' 주는 남북관계

<아이리스>에서 김현준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아이리스>에서 김현준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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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와 같은 조건만으로 <아이리스>의 계속된 흥행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위 조건 외에 <아이리스>는 특별한 흥행 조건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의외로 드라마의 흥행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드라마와 현실 간의 적합성 즉, <아이리스>가 갖는 현실성이다.

현실과 드라마의 적합성. 물론 이는 언어도단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이미 픽션임을 전재로 하고 있으며, <아이리스>도 방영 전 항상 자막을 통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관이나 인물, 사건 등은 모두 픽션임을 굳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이리스>의 현실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드라마가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쉬리>서부터 시작해서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남북관계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성공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그 작품들이 현실과의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안한 분단구조 속에서 항상 반공 이데올로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남북관계를 있는 그대로만 그려도 일정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기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이리스>는 우리의 현실을 꽤 많은 부분 반영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는 비록 픽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언제 있을 수 있는, 혹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낯설지 않은 'NSS'와 비밀조직 '아이리스'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 속 NSS(국가안전국)를 보라. 국정원보다 더 비밀스러운, 대통령조차도 모르던 안보기구로서 국내외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초국가적인 조직. 과연 이런 조직이 불가능할까? 중요한 건 많은 이들이 분단구조 하 군사정권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 국가 시스템에서는 그와 같은 조직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NSS의 지독한 국가주의는 어떠한가. 한 개인이 국가를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되어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는 사례. 우리는 지금까지도 국가주의를 당연하다고 배우고, 그와 같은 예를 짧은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목도해 왔다. 어떤 이들은 이를 보며 영화 <실미도>를 떠올리지만, 이는 이미 현실 속에서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온 문제다.

또 NSS에 침투해 있는 비밀조직 '아이리스' 역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각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던 우리 정보기관의 전력 상, 우리는 그들이 언제든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으며,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통일이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앗아간다고 생각하며, 이를 막기 위해 서로 안보를 사고파는 남북의 기득권층. 어디 이게 단순히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의 소산이겠는가. 미국의 군사복합체가 전쟁을 팔아 돈을 벌듯이 남북의 기득권층들 역시 분단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챙길 수 있지 않겠는가.

갈수록 느슨해지는 짜임새... 아깝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한 장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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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드라마의 이와 같은 설정을 이야기하며 영화 <쉬리>를 뛰어넘지 못한 작품이라고 비판하지만, 문제는 현실이 그와 비슷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쉬리>가 흥행했던 1999년과 10년 뒤 오늘은 비극적이지만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드라마 <아이리스>가 지금까지 순항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현실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라고 그려놓은 <아이리스>에서 사람들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드라마의 사전 제작이 끝남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가 느려지고, 현실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국가 최고 안보 기관이라는 NSS가 너무도 쉽게 적에게 장악 당하고, 고급 정보가 친구의 부탁한다는 한마디에 누출되고 마는 조직이 어찌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짧은 시간 힘들겠지만, 부디 더 분발하시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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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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