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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운영위의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에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줄타기' 행보에 여야 의원들의 포화가 집중되었다. 여당 의원들은 주로 현 위원장의 무소신과 무능을 질책했고, 야당 의원들은 주로 'MB 코드 맞추기'식 기관 운영을 질타했다. 심지어 인권위는 '좀비'(살아있는 시체) 기구가 돼 버렸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인권위에 대해 "한마디로 기본이 안 된 조직이다"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조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 인권위는 파리원칙에 의거해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본도 안 된 조직이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다.

 

신 의원이 말한 파리원칙은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준칙을 말한다. 유엔에서는 국제인권법의 국내 적용이 각 국가기관의 실천 의지와 시스템 정비 여부에 달려 있으나 법 집행기관의 경우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각 국가기관에 대해 객관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을 오래 전부터 권장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준칙에 따라 2001년 11월 독립된 국가기구로 출범했다.

 

신지호 "기본이 안 된 조직"... 홍영표 "인권위는 좀비 기구가 됐다"

 

그러나 신 의원은 지난 9월 18일 결산 관련 운영위 회의에서 파리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유도 질문으로 현 위원장의 유사한 답변을 이끌어내 다시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렇게 묻고 답했다.

 

신지호 : 인권위의 독립성을 과도하게 해석해서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다 하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고, 독립기구이긴 하나 행정부에 속하는 그런 것이다 (하는 주장도 있다). 전자예요, 후자예요? 위원장께서는 어떤 견해입니까?

현병철 : 법적으로는 후자이지요.

 

이날 발언 때문에 현 위원장은 지난 10월 12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위원들로부터 독립성 훼손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라며 해당 안건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요청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오늘 국감에서 이 부분을 다시 따졌다.

 

우윤근 : 인권위는 독립기구입니까, 아닙니까?

현병철 : 소속이 없는 독립기구입니다. 그것이 인권위 공식입장입니다.

 

인권위의 국가보안법 폐지 견해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현 위원장이 취임 후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 쓰겠다고 하더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이를 부인한 것과 관련, 어느 것이 맞냐고 따졌다.

 

성윤환  : 국보법 폐지해야 합니까?

현병철  : 개인 의견은 적절하지 않고 인권위 의견은 폐지를 결의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혼선이 있습니다. 위원회 결의가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성윤환 : 그러면 전원위원회를 열어서 결의를 바꿀 의지가 있습니까?

현병철 : 앞으로 때가 되면 인권위에서 논의해볼 생각입니다.

 

장제원 "위원장 '갈짓자 행보' 때문에 MB 욕먹어"... 김정훈 "내가 봐도 딱하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정부가 최근 인권위의 인력, 권한, 영향력 등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지만 인권위는 용기와 투쟁력이 약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인권위 이끌려면 사퇴해라"고 권고했다. 류 의원은 "인권위의 주된 임무는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권위가 눈엣가시다. 인권위가 권위를 찾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인권위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인권위는 좀비 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인권위가 좀비기구가 된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고 인권경험이 전무한 위원장을 임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철학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런 '좀비 기구'를 상대로 국감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사실상 국감을 보이콧했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국가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이 단 한 건도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인권에 문외한을 인권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인권위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는 등 인권위 힘 빼기에 나선 결과"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인권위가 좀비기구로 전락할 만큼 위상이 추락했냐"로 물어 현 위원장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장 의원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 친서민 위해 일하는 모습 보시지 않았냐"면서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이해도나 국정철학이 없냐"고 물어 "대통령이 인권에 관심 있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대통령이 왜 이런 얘기 들어야 하나"면서 "문제는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것이 아니라 현 위원장의 임명 이후 보인 '갈짓자 행보' 때문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좀비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문제다"며 현 위원장의 무소신을 질타했다.

 

안상수 위원장을 대신해 사회를 본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국감을 하면 대개 여야 중에서 어느 한쪽은 그래도 피감기관을 조금 방어하는데 오늘은 여야 구분 없이 다 질타하는 분위기다"면서 "위원장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 내가 보기에도 딱하다"고 혀를 찼다.


태그:#인권위, #현병철, #좀비, #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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