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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에 여주인공들은 없다. 무슨 말일까, 의아한 사람이 있을 텐데 40%를 훌쩍 넘으며 인기행진을 하고 있는 <선덕여왕>과 30%대를 넘은 <아이리스>의 여주인공이 그러하다. 이상하게도 극중에서 여주인공보다 2인자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선덕여왕>의 이요원과 <아이리스>의 김태희는 극중에서 <선덕여왕>의 미실로 분한 고현정과 <아이리스>에서 김선화로 분한 김소연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덕여왕으로 성장할 이요원의 경우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기자로 극 중간에 등장했지만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김태희의 경우 그토록 '발연기'로 비난을 받았지만 <아이리스>에서 만큼은 시청자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연기가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이요원이 아닌 고현정, 김태희가 아닌 김소연에게 주목을 하는 것일까.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듯싶다. 우선 <선덕여왕>의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극중 드라마를 이끈 주인공은 미실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선덕여왕>의 진짜 주인공은 미실!

 

<선덕여왕> 1회부터 출연해 '미실의 시대이옵니다'를 외치는 미실을 보고 우리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독한 말을 내뱉는 미실은 이제껏 우리가 아는 악역이 아니었다. 흔히 우리가 보아오던 사극에서의 악녀 장희빈, 장녹수 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미실은 교활하거나 남자 뒤에서 미모를 이용해 권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직접 나서서 권력을 진두지휘하는 여걸의 모습이다.

 

특히 미실은 교활하거나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합니다. 하지만 미실의 사람은 안 됩니다"라며 처연한 미소를 보여주며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미실파 사람들을 끌어 모아 덕만 공주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 치밀하게 계략을 짜기도 한다. 더 나아가 덕만 공주와 백분토론을 하듯 자상하게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 논하기도 한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가 아는 악녀의 모습은 왕의 지배 아래 왕에게는 착한 척, 뒤에서는 중전을 모략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하지만 애초부터 미실은 왕을 추대하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며 허수아비처럼 여겨왔다. 그래서 왕의 눈치따위는 필요가 없었고, 적에게 자신은 '적'임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색다른 캐릭터의 악녀의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미실로 분한 고현정의 연기는 탁월했다. 그녀가 뿜어내는 연기는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소름끼칠 정도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결국 신라를 20년간 통치한 것이 미실이라면 <선덕여왕>을 이끈 장본인 또한 미실이었다.

 

미실은 시청률 40%를 얻는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며 미실이 자살을 한 이후 한 네티즌은 이런 말을 남겼다. "월화드라마 <미실>은 종영됐습니다. 다음 주부터 10부작 <선덕여왕>이 방송됩니다"라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덕만 공주는 어떠한가. 너무 단선적인 캐릭터로서 악녀 같지 않은 악녀의 미실에 비해 캐릭터 성격이 약하다. 신라를 구해내기 위해 영웅적 기질을 가진 그녀지만 미실과의 대항에서 천명공주를 잃고, 자신이 공주임을 밝히며 '여왕'이 되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고뇌와 고충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초반에 미실이 돌풍을 일으켰다면 후에는 유신과 알천랑 비담이 <선덕여왕>의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에는 김춘추 다시 미실로 이어졌다. 즉, 이요원이 연기한 덕만 공주는 <선덕여왕>의 인기요인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때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미실과 정면승부를 겨루기도 하지만 미실의 카리스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덕만 공주의 캐릭터의 빈약함도 문제겠지만 사극 연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요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요원이 연기하는 덕만 공주는 단편적이다. 그리고 표정의 변화가 없어 늘 같은 모습이다. 미실에 대항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늘 일관되어 특별히 극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더욱이 고현정과 같은 카리스마도 겸비하고 있지 않아 이래저래 덕만 공주가 타이틀 롤을 맡는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할 정도다.

 

이는 그동안 그녀가 연기한 패턴이 표정 연기나 카리스마가 필요하지 않은 연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극에서는 조금 과장된 제스쳐나 표정 연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이 부족한 그녀로서는 당연히 고현정의 카리스마와 개성이 강한 조연들에게 이래저래 밀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카리스마, 김태희 無-김소연 有

 

그렇다면 <아이리스>에서의 김태희는 어떤가. 이요원과 비슷한 처지이다. 물론 기존에 워낙 연기 평가가 절하되어 있어 <아이리스>에서는 그나마 비판을 받는 일이 조금 줄어들었다. 신문에서도 간간이 연기력 성장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헌데, 조금씩 김선화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김소연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부쩍 김소연에게 시청자들이 눈길을 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김태희는 1회부터 8회까지 비교적 성장한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 사실이다. 늘 문제였던 무표정한 표정, 발음, 대사 처리 등이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물론 간간이 헤어진 연인을 생각할 때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눈물연기나 발음 등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래서 극 초반에는 김태희의 연기력에 주목을 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별 다른 대사 없이 액션을 선보이는 김소연은 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씩 해내는 액션연기와 7회부터 김형준으로 분한 이병헌을 살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그녀가 보여준 감정변화 연기는 일품이었다. 바로 시청자들은 그러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 연기는 평균 연기를 하는 김태희와는 비교가 됐다. 연기력이 성장한 김태희에게 김소연은 복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의 직업이 프로파일러와 공작원이라는 점에서 액션 신은 필수요소이다. 액션을 구사할 때 기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김소연에게는 그것이 있고, 김태희는 여전히 가련한 이미지가 풍긴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김태희보다 김소연의 연기와 카리스마를 이야기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시청률이 높은 <선덕여왕>과 <아이리스>에서는 이요원과 김태희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연기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연기를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고현정과 김소연에 비등한 연기자가 아님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스타성으로 뽑은 제작진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는 것 일테니.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선덕여왕 , #아이리스 , #이요원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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