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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이 가득합니다.
 꿀이 가득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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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토종꿀입니다. 일 년에 서너 번씩 채밀을 하는 꿀이 아니라 일 년에 딱 한 번, 겨울로 접어든다는 입동에 딱 한 번 뜨는 토속적인 토종꿀입니다. 
  
몰래 먹다 들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듯이 야동이라도 보듯 혼자보다 들키면 '꿀 보던 장님'이 될 수도 있으니 주변사람들과 두루두루 함께 보십시오. 잠시 두 눈 지그시 삼고 토종꿀을 뜨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십시오.

진한 갈색을 띠면서도 맑은 광채가 나는 꿀이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는 달콤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입니다.

일 년에 딱 한번 뜨는 진짜 꿀

꿀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벌의 종류에 따라서 양봉과 토종으로 나뉘고, 밀원이 되는 꽃의 종류에 따라 유채꿀, 아카시아꿀, 밤꿀, 싸리꿀, 잡화꿀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유채꽃이 피는 봄에는 유채꽃이 밀원이 되니 유채꿀이라고 하고, 밤꽃이 필 때면 밤꽃이 밀원이 되니 밤꽃이라고 하는 겁니다.

 꿀통 사이에 실을 넣고 실톱질을 하듯 슬겅슬겅 당기니 벌통이 분리됩니다.
 꿀통 사이에 실을 넣고 실톱질을 하듯 슬겅슬겅 당기니 벌통이 분리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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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을 들어 올리니 꿀이 흘러내립니다.
 벌통을 들어 올리니 꿀이 흘러내립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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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층층의 벌통이 완전 분리 되었습니다.
 층층의 벌통이 완전 분리 되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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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된 장소에 벌통을 놓고 채밀을 하는 양봉농도 있지만 밀원을 따라 유목인들처럼 벌통을 이동하며 채밀을 하는 양봉농도 꽤나 됩니다. 유채꽃이 피는 이른 봄에는 트럭에 벌통을 싣고 제주도로 가 채밀을 하고, 유채철이 지나면 벌통을 싣고 육지로 나와 지역과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을 따라 이동을 하며 채밀을 합니다.

양봉이 밀원에 따라 채밀되듯이 토종벌이 생산하는 토종꿀도 밀원에 따라 채밀되기도 하고, 채밀시기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봉이 전업이 아닌 대개의 농가에서 토종벌 서너 통을 놓고 하는 채밀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벌통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집 처마 밑에 놓기도 하지만 채밀은 딱 한 번, 겨울이 시작 된다는 입동 날 딱 한번만 합니다.

토종꿀을 뜨는 현장

지난 토요일(7일)이 바로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었고, 토종꿀을 뜨는 날이었습니다. 고향엘 들렸다 정말 오랜만에 토종꿀 뜨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는 선배의 집 처마 밑에는 사각으로 켜켜이 쌓인 벌통 서너 개가 가지런하게 놓여있었습니다.

 떼 낸 벌통을 깨끗하게 닦아 놓은 그릇으로 옮깁니다
 떼 낸 벌통을 깨끗하게 닦아 놓은 그릇으로 옮깁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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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 사이에 칼을 넣고 자르니 섶이 빠집니다.
 벌통 사이에 칼을 넣고 자르니 섶이 빠집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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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에 남아있던 꿀이 계속해서 흘러 나옵니다.
 벌통에 남아있던 꿀이 계속해서 흘러 나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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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불을 덮고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지붕 아래서 가족처럼 지냈을 거라 연상되는 모습입니다. 층층이 쌓인 벌통을 어떻게 자르는 가 했더니 모기장 같은 천이 달린 모자를 쓴 선배가 벌통으로 다가가더니 벌통과 벌통 사이에 실을 대고 당겼습니다.

실톱 질을 하듯 실을 잡은 양손을 좌우로 슬겅슬겅 밀고 당기니 통 사이를 실이 가릅니다. 그렇게 잘라낸 벌통을 위로 들어 올리니 맑은 갈색을 띤 꿀이 끈적끈적한 흐름으로 흘러내립니다. 그렇게 흘러내리는 꿀을 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혀가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고, 목구멍으로 침이 꿀떡 넘어갑니다.

깨끗하게 닦아 물기를 완전하게 제거한 커다란 고무그릇으로 꿀이 줄줄 흘러내리는 벌통을 옮깁니다. 식칼을 이용해 고무그릇으로 옮겨진 벌통 네 구석을 자르니 꿀을 가득 담고 벌통을 채우고 있던 섶이 툭하고 떨어집니다.

 꿀을 다 뺀 벌통을 떼어내고 다른 통에서 꿀을 빼냅니다.
 꿀을 다 뺀 벌통을 떼어내고 다른 통에서 꿀을 빼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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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꿀 덩어리입니다. 예전엔 그랬습니다. 입동 날 꿀을 뜨면 어른 손만 한 꿀섶, 꿀이 그득 들어있는 벌집 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습니다. 어느 정도 우물거리다 보면 꿀은 이미 목구멍으로 다 넘어갔고 초를 씹는 듯한 밀랍만 남게 됩니다.  

오랜만에 진짜 꿀, 토종꿀을 따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 옛날 꿀섶 채 먹던 꿀맛이 떠오르며 꿀꺽하고 침을 삼켰습니다. 침 넘기는 소리를 들었는지 손만 한 꿀섶, 꿀이 가득 들어있는 꿀섶을 뚝 잘라 건넵니다.

단맛 중의 단맛, 꿀맛 중의 꿀맛인 토종꿀을 맛보다

예전에 그러했듯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니 온몸에서 단맛이 날 만큼 달콤합니다. 달콤한 맛을 내뿜으며 끈적끈적한 모습으로 깨끗한 섶에서 흘러내리던 토종 꿀, 입에 넣고 목구멍으로 넘기던 꿀맛이야 말로 단맛중의 단맛이었고, 꿀맛 중의 꿀맛이었습니다.    

 단맛 중의 단맛, 꿀맛 중의 꿀맛은 역시 토종꿀입니다.
 단맛 중의 단맛, 꿀맛 중의 꿀맛은 역시 토종꿀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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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갈색을 띠면서도 맑은 광채가 나는 꿀이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진한 갈색을 띠면서도 맑은 광채가 나는 꿀이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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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 날 우연히 들린 선배네 집에서 맛본 시간은 고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꿀맛 같은 시간이었고, 토종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달콤하고도 진한 향이었습니다.


#토종꿀#노창영#사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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