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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오후 5시 25분]

 

"세상 어느 나라에서 단식투쟁한다고 경찰이 잡아가나"

 

"아니, 언론노조 위원장 연행한다는데 방송 카메라 한 대 안 오네."
"..."

 

6일째 곡기를 끊고 미디어법 국회 재논의를 촉구하며 거리노숙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9일 오후 경찰이 그를 연행하겠다고 나서자, 언론노조 상근자들 사이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언론이 먼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개정 언론법(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정치권도 부담을 느껴 재논의에 나서는데, 언론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김 의장과 한나라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노상에서 물과 소금만으로 6일째 연명해오던 최 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해산명령 강도가 세지자 두 눈을 꾹 감고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얼굴은 핼쑥해졌고 피부는 거칠었다.

 

오후 1시 48분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마이크를 쥐고 5분 뒤에 해산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20여 명 정도로 구성된 세 덩어리의 경찰무리들은 작전을 짰다. "배운 대로 하라", "어설프게 하지 말고 꽉 타이트하게 잡아라." 선배격인 경찰은 전경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불필요한 신경전에 힘을 소모하지 말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경찰은 약속대로 오후 1시 53분이 되자 최 위원장을 연행했다. 최 위원장의 겨드랑이와 허리를 꽉 쥐었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6일째 굶었으니 최 위원장도 힘이 없었다. 연행에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이 깔고 앉았던 방석, 담요, 팻말과 플래카드는 모두 압수됐다. 이때 경찰버스에 실린 최 위원장은 열린 문틈 사이로 외쳤다.

 

"집회의 자유 보장하라!"

 

최 위원장이 실린 경찰버스가 떠나고, 최 위원장과 함께했던 사람들은 덩그마니 그 앞에 또 앉았다. '몸자보'를 붙인 사람들이 최 위원장의 자리를 대신했다. 경찰은 또 경고했다. 해산하지 않으면 잡아가겠다고.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불법연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방송국 ENG 카메라들이 등장하자 경찰이 점점 비켜났다. 해산경고도 하지 않았다. 언론의 힘이 셌다. MBC, SBS에 이어 KBS도 뒤늦게 카메라가 달려왔다. 기자회견에서 한 남자는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위원장님, 헌법재판소 앞에서 바른 결정을 촉구하며 '만배정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식 또 시작한 겁니다. 아세요?"

 

탁종렬 전국언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한동안 말을 쉬었다. 이렇게 무작위로 연행해도 되는 것이냐고 울었다. 얼굴은 시뻘개졌고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상황이 됐다. 명색이 집회 사회자인데 울먹울먹 말이 매끄럽게 안 나왔다.

 

김순기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차분하게 경찰이 뭘 잘못했는지 짚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최상재 위원장이 홀로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구호도 외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스스로 곡기를 끊고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한 것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는 "세상 어느 민주국가에서 밥 굶고 단식투쟁한다고 경찰이 잡아가느냐"며 "이 나라는 국민의 먹고 마시는 것도 경찰이 결정하느냐"고 탄식했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했으면 김형오 국회의장은 당연히 대리투표, 재투표 문제가 있었던 법 통과 과정에 대해 재논의 절차를 밟아야 정상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재논의를 하지 않으면 민주당 의원들은 당연히 총사퇴를 각오하고 국회 밖에서 시민들과 함께 싸워야지 안에서 논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회의장의 날치기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도 "이제 우리는 다시 또 나를 잡아가라고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촛불을 밝히고 이 자리에서 미디어법 국회 재논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헌법재판소는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는데도 이 나라 경찰은 올바른 말을 하는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잡아가고 있다"고 항의했다.

 

오후 4시 44분 경찰버스가 에워싼 프레스센터 앞 거리. 최상재 위원장이 떠난 자리에 피켓 6개를 놓고 2명의 언론단체 활동가가 앉아 있다. 몸이 아파 휴직했던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과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았던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다. 아픈 두 사람은 오늘 최상재 위원장을 대신해 단식한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국언론노조 1만3천여 조합원들이 모두 연행되더라도 이명박 정권과 경찰의 막가파식 탄압에 맞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신 : 9일 오후 2시 25분]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경찰에 연행돼

 

국회에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9일 오후 1시 53분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3차례에 걸친 경고방송 끝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상재 위원장과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이 최 위원장을 연행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최 위원장 등을 연행한 뒤 플래카드와 방석 등을 압수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노상에서 6일째 '언론악법 위법확인 국회 재논의 촉구' 노숙 단식농성을 벌였던 최 위원장은 이날 경찰버스에 오르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최 위원장 연행에 대한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태그:#최상재 위원장 연행, #전국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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