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으로 둘러싸인 화순 만수마을 전경.
 산으로 둘러싸인 화순 만수마을 전경.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화순읍내에서 10여 분 왔을 뿐인데 풍광이 사뭇 다르다.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완전 산중이다. 그리 높은 지대가 아니지만 사방이 산이다. 동쪽으로는 대동산이, 서쪽으론 만연산이 뻗어 있다. 남쪽으로는 연나리봉, 북쪽엔 무등산과 안양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산자락을 따라 층층이 계단을 이룬 다랑이논도 멋스럽다. '한국의 알프스'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만수마을. 해발 390m에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이다. 가을이면 들국화가 마을을 뒤덮는다고 해서 '들국화마을'로도 불린다.

산속에 자리하고 있기에 농사지을 땅이 부족했던 건 피할 수 없는 일. 주민들이 약초에 눈을 돌린 이유다. 주민들은 사방 산천에 지천인 갖가지 약초와 산나물에 캐서 생계를 꾸려 왔다.

지금은 부러 조성한 약초밭까지 더해져 사방이 약초다. 눈에 보이는 게 약초이고, 발에 밟히는 게 약초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황, 백지, 방풍, 황금, 진피, 엉겅퀴, 당귀, 복분자, 느릅나무, 엄나무, 노나무…. 헤아릴 수 없다. '약초천국'이 따로 없다.

지천에 핀 구절초. 마을의 대표적인 약초다.
 지천에 핀 구절초. 마을의 대표적인 약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집집마다 처마 밑에 약초가 걸려 있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약초가 걸려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마을을 대표하는 약초는 '들국화'라 부르는 구절초. 가을에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이다. 뿌리는 보혈강장이나 여성의 냉병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 감기로 인한 콧물을 다스린다는 백지, 두통과 발한·거담에 쓰이는 방풍도 흔한 약초다.

주민들은 농약 한 방울 치지 않고 약초를 재배한다. 퇴비만 듬뿍 넣어준다. 전통의 민간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재배 면적은 6363㎡. 큰 일교차 등 타고난 기후조건 덕분에 다른 곳과 달리 병해충 걱정도 없다.

수확은 단풍이 들고 잎이 말라질 때쯤 한다. 대략 입동 전후가 된다. 수확한 약초는 대부분 생약조합에다 내다판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봇짐을 꾸려 행상을 떠나기도 한다. 지황은 전량 KT&G에다 판다.

더덕이나 마 등 마을에서 재배하지 않는 약초나 나물은 산에 올라 직접 채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자주 나타나는 멧돼지 탓에 산에 오르기가 쉽지만은 않다.

마을 주변의 밭에선 지금 약초 수확이 한창이다.
 마을 주변의 밭에선 지금 약초 수확이 한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주민들은 빼어난 마을의 풍광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만도 체험객이 벌써 4000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 2006년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된 게 출발점이다. 울력을 통해 돌담을 쌓고 전통놀이도 하나씩 선보였다. 지난해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철따라 색다른 재미가 있다. 요즘엔 약초 캐기, 한방두부 만들기 같은 것을 해볼 수 있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약초를 이용한 오감체험이 가능하다. 풋풋한 산골마을의 인심은 덤이다.

마을의 독특한 전통놀이도 재미를 더해 준다. 디딜방아 액막이가 대표적인 것. 이 액막이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다른 지역의 디딜방아를 가져다가 마을 입구에 거꾸로 세워놓고 고쟁이를 씌워 액을 막는 놀이다. 한해의 풍년을 점치는 당산점과 기우제, 불싸움도 재밌다.

정연기(44) 이장은 "마을주민들 모두가 약초에 마을의 운명을 걸고 정성껏 약초를 가꾸고 있다"면서 "앞으로 주민들의 피땀으로 가꾼 약초가 헐값에 팔리는 일이 없도록 약초 가공시설을 세우고, 빼어난 자연풍광을 활용한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부자마을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기 이장이 약초밭에서 약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정연기 이장이 약초밭에서 약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들국화마을에는 체험객들을 위한 한옥민박도 들어서 있다.
 들국화마을에는 체험객들을 위한 한옥민박도 들어서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들국화마을, #화순, #약초마을, #정연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