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국, 아니 전 세계가 신종플루 때문에 떠들썩하다. 하루에도 엄청난 숫자의 확진 환자가 생기는 가운데 온 국민이 불안에 휩싸였다. 휴교를 하는 학교들도 속출하고 있고 뿐만아니라 많은 학교들이 신종플루 감염 환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휴교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는 산에 둘러 싸여있는 지형적 조건 덕분에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른 학교들에 비해 신종플루 발병 환자가 적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2학년엔 단 한 명의 신종플루 환자도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에선 2학년 학생들이 있는 층은 청정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농담으로, 우리가 평소에 교실을 깨끗하게 쓰지 않아서 면역성이 강해졌다고 했다. 우리는 복 받은 것이라며 매우 좋아했고, 철없는 몇몇 학생들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너무 건강하니 휴교를 못해서 아쉽다는 소리도 했다. 이렇게 우리학교 학생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동안  뉴스에서는 연일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비상임을 알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 학년에도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부터 발열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확진 환자도 생기는 등 2학년은 청정지역이라며 마음을 놓고 있었던 우리들의 정신을 번쩍 깨워주는 사건들이 속속 발생했다.

 

아침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열을 재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열이 너무 심해서 그날 조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그 옆자리 학생이 전염이 되었는지 열이 갑자기 나서 학교를 결석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병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플루 환자가 한 명도 없었던, 2학년의 청정지역의 명성은 깨지고 말았고, 아이들은 하나 둘씩,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또한 그사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추위가 물러나고 늦가을의 기온을 되찾았음에도 짝이었던 친구 두 명이 벌벌 떨고 있었다. 심각성을 파악한 담임선생님께선 다시 온도계를 들었다. 역시나 열이 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우리 반 아이들 표정은 어두워졌고 우리는 상황이 더 심각 한 단계로 넘어서고 있음을 감지했다.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평소 같았으면 감기에 걸려도 대충 병을 이겨 냈었는데 이제는 열이 조금만 나도, 모두들 걱정을 안고 병원으로 직행한다.  이 때문에 교실은 이빨 빠진 것처럼 군데군데 비게 되었다.

 

 반면에 이를 빌미로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열이 나면 조퇴를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온도계를 귀에 대고 재기 때문에, 귀 속을 막 후벼 파고, 열이 나도록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니면, 뜨거운 물을 면봉에 적신 다음 귀에 넣었다 뺀 상태로 열을 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식으로 재다 보면 열이 너무 높게 나오거나,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옆 학교 학생이 이러한 식으로 면봉을 이용했다가 70도가 나와서 그 자리에서 바로 선생님 손에 끌려갔다고 한다.ㅋㅋ

 

등하교 시에, 버스나 지하철, 공공장소에서는 더더욱 심각하다. 마스크나, 기침을 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슬슬 피한다. 그래서 저번엔 버스 안에서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하는 여자 승객 때문에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버스기사가 기침할 때 손으로 가리고 하지 않을 거면 내리라는 말까지 한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이렇게 학교뿐만 아니라 곳곳이 뒤숭숭해 보였고 처음엔 뉴스에서만 보던 사실을 직접 눈앞에서 겪게 되니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조퇴하려는 학생들로 담임선생님들 자리는 북적북적하고, 출석부에는 많은 조퇴증이 끼워져 있었다. 또한 양호실은 이미 포화상태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다가도 기침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일제히 그곳을 바라보게 된다. 이러다 보니 정상적인 수업도 못할 때가 많았다. 모두들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현실이다.

 

2009년 11월! 이 세상 속에서 고딩으로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불안의 연속이다. 입시공부에 대한 고심도 모자라, 이젠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과도 싸워야 하는 우리들의 몰골이 안타깝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예방접종약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조심조심해서 조금만 잘 버티면 이 걱정들이 싹 누그러질 것이라 믿어본다.

 

(이 글을 올리는 7일,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증가하여 결국 2학년 학급 전체는 휴교를 하고 말았다.)


태그:#사는이야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