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손으로 코를 만지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손으로 코를 만지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비교섭단체 '소수 야당'의 수장으로서 설움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부터 전면에 나서 세종시에 집중해왔다.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를 미루는 등 세종시를 축소·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을 위반했다"며 이슈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바뀌었다.

지난 달 23일 박 전 대표가 "이런 큰 약속이 무너진다면 한나라당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 이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였다.

'세종시' 주도권 '박근혜 한마디'에 바뀌어

박 전 대표의 발언 직후 정치권과 여론의 눈은 일제히 박 전 대표에 쏠렸다. 이 총재와 선진당의 '전매품'이나 마찬가지인 세종시 논쟁의 주도권을 빼앗긴 셈이다.

세종시 문제는 충청권에 큰 기반을 둔 선진당으로선 명운이 걸린 문제나 다름없다.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 이후 구멍 뚫린 '충청권의 맹주' 자리를 메우기 위한 이 총재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세종시 논의 구도가 엉뚱하게 여당 내 '친이-친박' 간 대결로 변질돼버려 우리도 고민"이라며 "소수야당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청와대도 이 총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달 20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세종시 문제에 관해 국민 여론 운운하며 비겁하게 장막 뒤에 숨지 말라"며 "세종시 문제를 두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선진당 관계자는 "청와대로선 공개토론을 하면 득 볼 것이 없으니 응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가타부타 아무런 연락도 없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연방제 되면 행정수도는 세종시"... 변함없이 '올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류근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류근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 총재는 변함없이 세종시에 '올인'하고 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5역회의에서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화가 된다면 연방의 행정수도는 종국적으로 세종시로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며 자신이 주장하는 '강소국 연방제' 개헌 뒤 '세종시 수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여당 일각에서 세종시 수정론을 주장하며 '원안대로 세종시에 행정기관을 이전하면 통일 뒤에 수도가 세 군데가 될 수 있어 비효율적이다'라는 추가 논리를 들고 나오자 내놓은 반박으로 풀이된다.

전날(5일)에는 지난 6월 청와대 회동과 관련해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 추진은 문제가 있다며 이 총재를 설득하려 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데 대해 당시 대화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청와대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려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내가 '원안대로 하지 않으면 충청권에 커다란 반항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니,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는 지금 그렇게 부처를 쪼개서 과연 되겠는가. 효율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대통령께서 원안을 그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이대로 밖에 가서 말할까요?'라고 물었더니 대통령이 '그렇진 않다, 계획된 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고, 취소하거나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명히 내게 말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정치구도나 언론의 관심도 등 사정이 좋지 않지만, 총재 본인은 '마음을 비우고 하루하루 충실하면 된다'며 고삐를 다잡고 있다"며 이 총재의 요즘 심경을 에둘러 전했다.


태그:#이회창, #세종시, #자유선진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