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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고3 시절 충남 서산군 내 고교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찍은 사진이다. 나는 골키퍼를 맡기 전에는 공격수로 뛰었는데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잘 쓰는 선수였다.
1966년 고3 시절 충남 서산군 내 고교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찍은 사진이다. 나는 골키퍼를 맡기 전에는 공격수로 뛰었는데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잘 쓰는 선수였다. ⓒ 지요하

왼손잡이로 태어났다. 그 유전은 모친을 통해 왔고 딸아이에게로 이어졌다. 대학생 딸아이는 어렸을 때 간섭을 받지 않아서 계속 왼손으로 밥을 먹는데, 나는 오른손으로 식사를 한다. 왼손 식사를 하는 딸아이를 보며 내가 간섭하지 않았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어린아이 시절에 어른들의 간섭을 받았을 것이다. 왼손잡이로 하여금 오른손으로 밥을 먹도록 하는 데에는 상당한 강제가 있었을 것이다.

왼손잡이이지만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것처럼 오른손으로 글씨를 쓴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건 딸아이도 마찬가지다. 그건 다분히 오른손으로 쓰는 것이 유리하게 되어 있는 글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에서 처음 글씨를 쓸 때 왼손으로 연필을 잡은 내게 담임 선생님이 손수 교정을 해주셨다. 선생님이 오른손으로 내 오른손을 싸쥐고 함께 글씨를 써주시던 기억이 선연하다. 선생님 손의 따스함, 얼굴 가까이에서 느껴지던 훈훈한 입김이 지금도 그립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신체 접촉에도 신경을 쓰라고 말해주곤 한다.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팔방미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내게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던지기와 테니스는 왼손으로 하는데, 탁구는 오른손으로 한다. 중학생 시절 탁구는 오른손으로 해보기로 마음먹고 계속 연습을 하니 그렇게 되었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도, 배구경기 중 스파이크를 할 때 왼손과 오른손을 고루 쓸 수 있었다. 세터가 올린 공의 각도가 어쩌다 왼손과 어긋날 때는 오른손으로 처리하곤 했다. 축구도 골키퍼를 맡기 전에는 공격수로 뛰었는데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잘 썼다.

그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왼손과 오른손,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잘 쓰는 자신을 느끼면서 스스로 재미있어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묘한 자부심이 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일찍이 왼쪽과 오른쪽의 상관성과 일체성을 명확하게 헤아렸다.

왼손의 보조가 있어야 오른손의 스파이크가 가능하고, 오른발의 밑받침이 있어야 왼발의 킥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몸 한쪽이 부자연스럽거나 자유롭지 못하면 다른 한쪽의 동작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이치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씀은 바로 내 삶의 실체인 것이다.

양심과 상식에 반하는 일을 비판하면 좌파라고 한다

우리는 오늘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의 범람 속에서 살고 있다. 일상 속에서 그런 용어들을 쉽게 접하고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용어가 처음 생겨나게 된 배경이나 동기를 제대로 모르면서도, 또 용어 사용의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은 물론이고 말과 사실의 관계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버릇처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일단 그런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 그 용어들이 대립적인 관점으로만 쓰이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는 더욱 혐오감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좌파'로 지목받기도 하고, 인터넷상에서 심한 공격이나 비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결코 좌파가 아니다. 거듭 말해 나는 그런 용어 자체가 싫다. 내가 오로지 숭앙하는 말은 '양심'과 '상식'이다. 하느님 신앙과 깊이 관련하는 양심과 상식을 쫓아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고자 할 따름이다. 또 '우파'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능히 할 수 있고 또 마땅히 해야 하는 공통 범주의 '비판'만을 할 뿐이다.

그런데 양심과 상식에 반하는 일에 대해 비판하면 좌파라고 한다. 그릇된 일을 지적하고 정도(正道)를 주장하면 '좌파적 시각'이라고 한다. 현 집권 세력의 위장전입과 탈세 등 범법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어째서 좌파적 시각인가. 현 정권 담당자들이 대부분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좌파적 시각이 되는가. 또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소망하면 왜 좌파가 되는가.

그것은 우파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을 지키고, 양심과 상식을 세우고, 소통을 추구하는 일에 좌파와 우파가 구분될 수 없다.

4대강 원형을 송두리째 유린하는 자연파괴 행위를 비롯하여 난장판 국회에서 처리된 '미디어 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꼼수, 용산사건을 법정에서 다루는 '머리 좋은 머저리'들의 비열한 작태 등을 보노라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용어 자체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 그들에게는 이미 '노선'이라는 것이 없다. 대의명분이라는 것도 없다. 오로지 분별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소리(小利)에 대한 집착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굳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용어를 버리지 못한다면, 왼손잡이의 오른손 사랑, 오른손잡이의 왼손 사랑을 알아야 한다. 양손이 다 닿을 수 있는 몸 어딘가가 켕기거나 가려우면, 대개 왼손잡이는 왼손이,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이 먼저 간다. 양손이 시리기라도 하면 무의식중에도 왼손잡이는 왼손이 먼저 오른손을 감싸고,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이 먼저 왼손을 감싸는 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감정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이다. 그런 마음을 지니면 상식과 순리를 존중하게 되고, 자연에 (또는 조물주에) 대한 외경심도 갖게 되고,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는 짓도 하지 않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11월 5일치 '태안칼럼' 난에도 실렸습니다.



#왼손잡이 #좌파와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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