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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와 충주가 문화교류를 하게 된 사연

구마모토현 다마나에서 열린 한일교류 학술 심포지엄
 구마모토현 다마나에서 열린 한일교류 학술 심포지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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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는 한자말로 웅본(雄本)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곰의 본고장이다. 곰을 풀어쓰면 고마가 되고 이것을 편안하게 발음하면 구마가 된다. 구마모토는 그렇게 해서 생겨난 단어다. 구마모토, 이곳은 도래인(渡來人)이 많이 사는 특별한 지역이다. 도래인이란 무엇인가? 대륙으로부터 섬나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 도래인의 집합장소가 구마모토이다. 이곳 구마모토현 타마나(玉名)시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대문화와 한반도'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회의의 주최는 구마모토현 일한문화교류연구회이고 공동개최는 충주의 예성문화연구회였다. 이들 두 단체는 2008년부터 상호 교류를 했다. 이번에는 충주의 예성문화연구회원들이 구마모토를 방문했다.

구마모토의 상징인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의 상징인 구마모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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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현 일한문화교류연구회와 한국 파트너와의 교류는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의 파트너는 청주에 있는 충청대학교였다. 이들의 교류는 2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학교와 민간단체의 교류는 격에 맞지않아 그 대타로 충주문화원이 선택되었다. 충주문화원은 충주 지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책임지는 관변단체다.

민간교류에 있어서는 파트너의 선택이 중요하다

구마모토현의 일한문화교류연구회와 충주문화원의 교류는 2년 동안 계속되었다. 한번은 한국에서 가고 한번은 일본에서 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교류에서 문제가 생겼다. 충주문화원의 학술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들 구성원은 학술심포지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오고 가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야스시로성을 답사하는 양측 회원들
 야스시로성을 답사하는 양측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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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문화유산 답사를 가면 그들은 답사의 내용을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었다. 또 중간 중간 이루어지는 행사에서 그들은 즉흥성에 무게를 두었다. 소위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필휘지로 써대는 서예를 중시했다고 한다. 서예라는 것이 그 내용과 의미를 알 때는 100점이지만, 내용과 의미를 모르면 단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2008년부터 파트너가 충주문화원에서 충주 예성문화연구회로 바뀌게 되었다. 지난해는 구마모토현 일한문화교류연구회가 예성문화연구회를 방문 상호 우호교류협정서를 체결했다. 이때 체결된 협정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양 연구회는 상호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학술연구를 확대하며 학술교류를 활성화한다.
2. 양 연구회는 상호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3. 상호간 협의 하에 문화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2008년9월 충주에서의 학술대회 후 만찬 장면
 2008년9월 충주에서의 학술대회 후 만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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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9월 5일 예성문화연구회에서 주최한 제20회 중원문화 국제학술대회에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원 10명이 참석했다. 이때 참석한 사람들은 회장인 오쿠라 료지(大倉隆二: 구마모토 현립도서관 주간)와 부회장인 시마즈 요시아키(島津義昭: 전 큐슈고고학회장) 등이었다. 그날 대회의 주제는 '삶의 터전, 마을이야기'였다. 이때 일본측에서 구마모토대학 대학원 준교수인 이나바 츠구하루(稻葉繼陽)가 발표를 했다.

저들은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2009년 한일 학술교류는 구마모토의 일한문화교류연구회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손님의 입장이고 그들은 주인의 입장이 되었다. 준비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되었다. 5월 7일 '2009년도 한일 역사심포지엄 일정과 요망서'라는 제목의 편지가 왔다. 내용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2009 학술 심포지엄 포스터
 2009 학술 심포지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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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대문화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3일의 일정 중 하루는 학술대회를 하고 이틀은 문화유산 답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예성문화연구회 측에서 2명이 한국의 고분이나 고고학ㆍ고대사(특히 일한교류)에 관한 연구발표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셋째, 예성문화연구회원 10명 정도가 구마모토에서의 학술대회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후 양측은 상호 15회씩 30회 정도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했다. 발표논문의 제목과 분량, 여행 경비의 부담, 항공편, 심포지엄 참가자 명단, 문화유산 답사지 등을 확실히 하는 작업을 했다. 일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데 양측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 처음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들은 처음 논문 발표자와 제목을 요구했고 분량까지 지정을 했다. 여행경비의 부담은 발표자와 핵심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는 우리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 항공편은 10월31일 아침에 인천공항을 출발하고 11월2일 저녁에 구마모토 공항을 출발하는 것으로 정했다. 심포지엄 참가자는 변화가 좀 있었는데 일본 측에서 18명, 한국 측에서 6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후나야마 고분
 후나야마 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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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답사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정해졌다. 하나는 이번 심포지엄 내용과 관련된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심포지엄 전에는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분을 주로 살펴보기로 했다. 이 고분들은 대부분 기쿠치가와(菊池川) 주변에 분포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후나야마(船山)의 전방후원분, 다마나(玉名)에 있는 츠가보즈 고분과 에이안지 고분이다.

심포지엄이 끝나고는 다마나와 야스시로(八代)에 있는 박물관을 견학하기로 했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이들 박물관이 대부분 구마모토 아트폴리스(Kumamoto Art Polis)와 관련된 건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구마모토 시내에 있는 수이젠지(水前寺) 공원을 보기로 했다.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는 어떤 단체인가?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는 일한문화교류연구회의 회장(오른쪽)과 부회장.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는 일한문화교류연구회의 회장(오른쪽)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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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는 학술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그 성과를 기초로 양국간 문화교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3년 4월에 발족하여 매월 정기 회의를 열고 매년 1회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회원은 총 31명으로 구마모토 지역에서 역사학, 미술사학, 민속학, 고고학을 연구하는 교수와 교사, 공무원, 기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들은 관으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순수 민간단체로 큐슈 북부지역과 한반도의 교류 역사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고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아 고대문화와 한반도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학술심포지엄의 일본측 발표자들도 고고학 전문가로 5-6세기 전방후원분과 장식고분에 대해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시마즈 요시아키 선생은 신석기시대 전문가로 그 명성이 대단하다. 그는 큐슈 고고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말에도 상당히 능한 편이다. 그래서 KBS 역사 스페셜에도 여러 번 출연한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마즈 가는 옛날 가고시마의 번주(藩主) 집안으로, 임진왜란 때 조선 침공의 선봉장 노릇을 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구마모토는 큐슈의 중부에 있는 현으로 문화유산과 온천이 많은 곳이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10월31일에서 11월2일까지 다마나, 야마가, 기쿠치로 대변되는 구마모토현 북부에서 열렸다. 그리고 답사는 다마나에서 구마모토를 거쳐 야스시로까지 남북으로 이어졌다. 심포지엄의 진행과정과 문화유산 답사 내용을 7-8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한일교류, #충주의 예성문화연구회, #구마모토의 일한문화교류연구회,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대문화와 한반도, #교류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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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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