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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망하게 생겼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현대차노조가 오는 7일과 8일 특근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루자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노조는 7~8일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주관 노동자대회에 노조 간부들이 참가하면서 이날 주말 휴일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15년 만에 중도 실리 노선의 집행부가 들어선 현대차노조가 정부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침과 관련해 휴일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에는 "실리 노조가 등장해 이제 파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는데 왜 파업을 하느냐"는 무언의 압력이 깔려 있었다.

한 언론은 10월말 "현대자동차 노조가 신형 쏘나타 주말 특근을 내달부터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출고 지체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촛불수호울산행동이 2008년 7월 18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현대차지부의 이번 파업은 정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촛불수호울산행동이 2008년 7월 18일 오후 2시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현대차지부의 이번 파업은 정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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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에 따르면 7~8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울산공장을 포함해 전주, 아산, 모비스, 남양연구소, 판매, 정비 부문의 현대차노조 집행부 간부 전원과 대의원, 현장노동조직에 소속된 노동운동가, 일반조합원 등 500여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이같은 결정은 현대차노조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금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오마이뉴스 10월 16일자 '"복수노조 허용되면 현대차노조 와해될 것"')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지난 10월 26일 울산을 방문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과 현대차노조 이경훈 지부장이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대처에 대해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노조의 파업은 해마다 주요뉴스가 돼 왔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귀족노조" "배부른노조" 등 비난이 잇따랐다.

이같은 비난의 핵심은 현대차노조가 그동안 한미FTA 반대, 노동법 및 비정규직법 개악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사회적 이슈에서 시민단체 등과 함께 정치파업에 동참한 것을 두고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등은 현대차노조의 정치파업을 독려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분위기 때 보수언론을 등에 업은 울산상의 주도 단체인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이 '현대차지부 파업 자체' 를 요청하자 시민단체 등이 이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18일 울산지역 47개 시민 사회 노동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쟁취 촛불수호울산행동'이 "광우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현대차노조의 쇠고기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정치파업으로 뭇매를 맞던 현대차노조를 옹호하고 나섰던 것.

그럼 왜 이같이 현대차노조의 파업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될까?

정치파업 핵심에 선 현대차노조

그 원인은 현대차노조가 민주노총의 최대 핵심사업장이란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987년 소위 노태우의 6.29 선언 이후 노동계에서 노조설립이 봇물처럼 일었고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노조와 현대중공업이 그해 노조를 설립, 노동자 대투쟁의 선두에 섰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민주노총에서 제명되면서 민주노총의 최대 조합원을 가진 핵심사업장은 현대차노조가 명실공히 자리잡았다. 현대차노조는 곧 금속노조이며 민주노총인 셈.

현대차노조원인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96년 말~97년 초까지 36일간의 노동법개악저지 투쟁 같은 정치파업이나 2006년 비정규직 개악반대 투쟁 등 정치파업은 가장 큰 힘을 가진 현대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비정규직 확산저지 요구와 노조 무력화 조항을 포함한 신노사관계 로드맵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노조는 정치파업을 전개하며 저지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서 현대차노조로서는 피치 못할 대리전을 치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부영 전 울산본부장은 현대자동차노조와 사측이 한국 사회에서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리전 성격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차노조는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등 상급단체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으며, 회사 또한 경총의 영향력과 지배를 받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과 보수적 언론들까지 기업 편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압박을 하고 있는 형국으로, 현대차노조의 역할이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그:#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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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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