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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친구들과 거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덕분에 거의 모든 친구들의 연락처도 얼굴도 이름도 다 잊어버렸다.

정신없이 내 삶의 앞가림을 한답시고 앞만 보고 달렸나보다.

 

이제는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동문회에 '한 번 들러야지, 들러야지'하면서도 일이 바빠 한 번도 들른 적이 없었다.

 

동문회에서 핸드폰 번호를 알아서인지 동기 동문회 모임 공지 문자가 가끔 날아왔다. 내 일정과 안 맞아서 참석을 못했다가 처음으로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3년만에 처음이었다.

 

 

졸업한 동기들에 대한 정보를 아무도 몰랐기에 나는 핸드폰 문자에 남겨진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가게를 둘러보니 동기들이 보이질 않았다. 장소를 잘못 찾았나하고 다시 간판을 봤다. 맞다. 다시 두리번거렸다. 한쪽 편에 나이든 아저씨들이 나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저긴가?'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데, 왠지 너무 나이 든 아저씨들 같았다-_-;;;

 

"니, 63회 맞제?"라고 한 명이 말을 건네온다.

반말을 하기 너무 부담스러워, "아, 네"라고 대답했다-_-;;;ㅋ,

한 친구가, "앉아라. 어째 후배 같노"라고 말한다.

진짜 한참 선배들 같다. 내가 워낙 동안이라,,,ㅋㅋㅋ

아님, 너무 오래간만에 나선 아저씨들 모임이라 익숙치 않아서리,,,^^*ㅎㅎㅎ

 

참석한 얼굴을 하나둘 훑어보니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내 별명과 내 이름까지 기억하는 친구도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자신을 몰라준다고 서운해 하는 친구들도 있다. 어떤 친구가 "네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기억을 못하는가?"하는 말을 한다. 아마도 그 말이 정답일 듯하다.

 

동기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둘 쪼개졌던 기억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년시절의 내 모습을 이야기해주는 친구들로부터 옛 시절의 내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나를 좋게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나도 보고 싶은 유년 시절의 친구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옛 기억을 떠올리며 편안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사실 동기라 해도 한 번도 같은 반도 아니었고, 얼굴도 모르던 친구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도 동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모두 '말을 깔 수 있다는 것(?)', 동기만의 특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회포를 풀며 진하게 술 한잔 걸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동기회#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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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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