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의심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자료 사진).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의심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자료 사진). ⓒ 남소연

지난 일요일부터 우리 집은 비상이었다. 4학년 딸이 오후 예배를 드리지 못할 정도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예배만은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이지만 365일 24시간 진료하는 어린이 전문 병원이 가까이 있어 예배를 마치고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정말 병원은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우리 가족만 마스크를 하지 않았을 뿐 대부분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신종플루가 바로 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신종플루가 겁나기는 겁난 모양이에요. 우리만 마스크 안 했어요."
"사람들이 열만 조금 나도 무조건 병원에 오는 것 같아요."

"전에는 조금 아파도 참거나 약국에서 약 사 먹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지요."

"서헌이도 걱정이에요."

"설마 신종플루겠어요?"

 

다행히 딸은 신종플루는 아니었다. 그런데 다음 날 5학년 아들이 학교를 다녀온 후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갔는데 미열이지만 하루만 더 지켜보고 열이 더 나면 거점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동네병원에서는 의심 증상이 있으면 타미플루 처방을 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거점병원만 가라고 했다.

 

"인헌아 너희 반에도 신종플루 걸린 동무들이 있어?"
"없어요."
"그럼 학교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12명인가 걸렸대요."
"12명. 걱정이다."

"신종플루 걸리면 학교 안 가는데 너 걸리고 싶지 않니?"

"아빠, 왜 그러세요. 걸리면 안 되지요."
"아빠가 그냥 해 본 소리야. 한 번 웃자고."

 

약을 먹고 열이 내려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수요일부터 열이 나면서 몸저 누웠다. 특히 B형 간염 보균자로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두 아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신종플루에 걸려 숨졌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입이 말랐다.

 

"여보 나도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요."
"빨리 병원 가야지."
"걱정돼요?"
"아니 그것을 말이라고 해요. 신종플루 걸리는 것도 걱정인데, 당신은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더 걱정이지."

"당신은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싫어하잖아요."
"뭐라고 나만큼 당신 생각하는 남편 별로 없어요. 방금도 병원부터 가라고 했잖아요."

"아프다고 누워있으면 귀찮기 때문에 빨리 일어나라고, 병원 가라고 하는 것 아니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아픈 사람 보고 병원 가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 오늘도 내가 죽 끓이고, 얼굴에 물수건 올려 주었어요. 이 정도 하면 100점은 아니지만 70점은 받을 수 있어요."

"그래 70점은 줄게요."
"이번 주는 신종플루 걱정하다가 다 보내겠어요."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예요."

 

아내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아내가 아프면 조금 귀찮다. 집안 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안 일 정말 힘들다. 쉴 틈이 없다. 아내가 아플 때 집안일을 해보면 정말 한국 주부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아내 얼굴에 수건도 올려주어야 하고 죽도 끓여주지만 귀찮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아프면 아내는 온 정성을 다해 수건을 올려주고, 죽을 끓여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열이 조금씩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 밥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지난 1주일 우리 집은 신종플루 걱정하다가 다 보냈다. 전에는 열 나면 얼굴에 물수건 올리는 것으로 지냈는데 이제는 신종플루 때문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신종플루#가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