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다니는 정토회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맛보기를 2주간 하고 있습니다. 새벽 5시 108배 정진과 하루 천원을 제 3세계 굶주린 이들에게 보시, 하루 한가지 이상 선행을 빼먹지 않고 합니다. 다른 것은 다 하겠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108배 정진이 좀 힘듭니다. 108배는 늘 하는 일이지만 새벽 5시가 제겐 넘기 힘든 장벽입니다.  

 

어제는 수행맛보기를 진행하시는 분이 지방 출장을 가셔서 제가 대신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 제게 일이 맡겨지면 꼼꼼해집니다. 그냥 큰 준비없이 진행해도 되는데 봉사자의 역할에 대한 안내를 다시 한번 읽고 있었습니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준비를 잘해서 다른 도반들이 수행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제가 잘 쓰이는 것이라고요. 가능하면 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수행하면서 일어났던 마음나누기

 

일주일 동안 수행하면서 일어났던 마음을 나누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다들 겉이야기만 할 뿐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들어 일어나는 제 고민을 깊이 나누었습니다. 나누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고민들이 더 나오기 시작합니다.

 

한 도반이 집을 이번에 날리고 월세방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틀을 울었답니다. 친구들과 자신의 처지가 비교가 되서 더 힘든데 그나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을 하면서 마음이 잡혀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합니다.

 

전 그 도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십여년 전 시동생 보증을 서서 날린 집이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 쫄딱 망한 시동생 빚을 갚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떠올라 마음 깊숙이 그 도반에게 '동정'이 아닌 그 힘듬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300억 가진 사람의 200억 적자

 

또 인상이 푸근한 나이든 도반님이 수행하게 된 계기를 말씀하시는데 스님 법문 이상으로 감동이었습니다. 그 분이 지금 하시는 일은 건물 관리소장이신데 그 건물 사장님의 재산이 300억이랍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의 목표는 500억이라 늘 200억이 적자라고 하신답니다.

 

그 사장님의 생활신조는 '마른 수건도 짠다'시고, 자전거도 주차비를 받으라고 하신답니다. 매달 건물 월세로 1억 4천만원이 들어오고, 25억이란 보증금도 굴리고 계시고, 백화점 납품도 하시면서 돈을 많이 벌고 계신데도 그 사장님은 늘 200억이 적자라며 아둥바둥 하신답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의 모습을 보는 당신이 어느날 서서히 사장님에게 물들어가는 걸 느끼셨답니다. 그때 정신이 차려지면서 이렇게 인생을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정토회 불교대학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깨닫게 되셨답니다. 

 

정토회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당신에게 가장 큰 변화라면 200억 적자라 늘 전전긍긍하는 사장이 측은하고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답니다. 그 사장님은 홀어머니 밑에서 때거리가 없어 고생고생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돈돈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그 분은 초등학교때도 자가용으로 학교에 다닐 정도로 부잣집 큰아들이었고 고등학교때까지 아주 망나니로 지냈답니다. 중학교까지 친구 한명도 못사귈 정도로 성격이 모났답니다. 지금의 얼굴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고 정말 온화한 부처님 인상이라 믿기지가 않습니다.

 

집이 폭삭 망한것이 내 인생의 축복

 

그 분이 정신을 차린건 군대에서 제대했을때 집이 폭삭 망했기 때문이랍니다. 집이 망하지 않고 건물이라도 한채 받아서 생활했더라면 지금의 자기는 없었고 영원히 망나니로 살았을거라 합니다. 그래서 집이 망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답니다. 또 집이 아주 폭삭 망한 덕에 지금의 알뜰한 부인을 만나게 되었지, 아니었으면 자기처럼 공주로 산 부잣집 여자를 만났을텐데 어떻게 감당했겠냐 웃으십니다.

 

전 이 분의 사장님이 300억 재산을 가지고 200억이 적자라고 말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99섬 가진 사람이 한섬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는다'는 옛말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 사장님이 다른 사람의 모습이 아닌 제 모습과 같다는 것입니다. 액수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 더 갖고자 하는 욕심이란 점에서는 한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0억 적자라는 그 사장과 내가 같은 사람이구나

 

전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슬프지 않았고, 화나지도 않았습니다. 예전같으면 '네가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도 욕심이 안 줄어드냐'라고 스스로를 닥달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 사장님과 내가 같구나.' 싶은 게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고, 오히려 저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그 사장님의 닫힌 마음을 이해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 스승이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다 제 스승입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운치있는 날입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혹시 행복하지 않으시거나, 덜 행복하신 분이 계시다면 법륜스님의 '인생강의'를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11월 6일 오전 11시, 일산, 덕양구 민방위 교육장

11월 6일 오후 7시, 분당 JS웨딩컨벤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법륜스님, #무엇이든 물어라, #날마다 웃는집, #불교대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