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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를 내고, 3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교육위원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를 내고, 3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교육위원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 허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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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07년에 써놓았던 글인데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다른 선생님들께 보여드렸더니 발표를 못하게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진정성은 옳지만 밖에서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냥 반대만 한다고 합니다. 이젠 그것을,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입시다."

전교조 출신 교육위원이 전교조가 반대해온 '교원평가제'를 도입하자고 강조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많은 교사들이 모인 출판기념회에서 책에 실린 '선생님, 이제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입시다'는 글에 대해 '해명'했다.

박 교육위원은 3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 대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교육계 안팎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인사말을 하며 거의 대부분 시간을 '교원평가제 도입 주장'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책에서 "사실 나는 전교조 출신이지만 선생님들이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약 나도 현장에 계속 있었다면 교원평가제를 반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교육위원이 돼 학교 밖에 나와 있으니 학교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실감이 났다"며 "우리 교육이 교원평가제가 없어서 잘못된 것이 아닌데, 학교 밖에서는 마치 선생님들이 평가를 받지 않아서 우리 교육이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여겼다"고 덧붙였다.

박종훈 교육위원은 2007년 교육평가제를 받아들이자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준비했다가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당시에 썼던 글을 실어 놓았다.

"사회와 학부모가 하고 계신 선생님들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 교육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 돌을 맞을 생각입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놓았다.

교원 평가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입니까? … 당연히 평가를 통해 교원들의 자질을 높이고 나아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부가 의도하는 교원평가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틀렸습니다. 교육의 질은 투자와 경쟁이 병행될 때 높아집니다. 정부가 교육에 앞장서 투자하고 이를 교원들이 신뢰하고 스스로 복종하면 정책은 성공합니다.

… 문제는 지금 정부가 투자는 포기한 채로 경쟁이라는 수단만 들고 나오는데 있습니다. 경쟁으로만 교사들을 내몰고 있습니다. … 계량화할 수 없는 교육적 성과를 단순히 수치화해서 경쟁을 시켰을 때의 역기능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이유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선생님들의 진정성이 많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교사드에 대한 불신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교사들은 지금까지 전혀 평가를 받아오지 않은 유일한 집단이고, 이들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의 철밥통을 지키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이 학교 바깥의 일반적 인식입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이 펴낸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의 표지.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이 펴낸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의 표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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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교육위원은 "교사들의 근무 평정이라는 평가를 지금까지 매년 받아 왔습니다"면서 "방법이 문제인데, 다른 모든 평가는 이미 그 방법에서 많은 개선을 가져 왔지만, 교원들의 근무 평정은 아직까지 관리자의 일방적 평가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등, 관점에 따라서는 불합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교직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사회로부터, 학부모로부터, 학생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은 희생과 양보를 통해 축적됩니다. 교원평가를 온 몸으로 반대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엎드려 제안합니다.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우리 선생님들의 진정성을, 우리 것을 먼저 양보함으로써 되찾읍시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과 척도의 타당성입니다"면서 "이제 선생님들께서는 큰 틀에서 교원평가를 수용하고, 이제는 평가의 척도를 합리적으로 개발하는 일에 우리의 동력을 모읍시다"고 제안했다.

"평가는 수단입니다. 선생님들의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게 되는, 선생님들의 교수 활동이 평가 기법에 눌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 박 교육위원은 "당시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가는 심각한 후유증이 염려된다는 게 이 글을 읽은 선생님들의 생각이었다"면서 "'후폭풍'이 걱정이 되기도 해서, 기자회견문은 발표가 되지 못하고, 의정 활동을 알리는 홈페이지에도 올리지 못하고 사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던 한국교총에서는 '조건부 찬성', 전교조에서도 '새로운 대안 제시'로 입장이 바뀌어 결국 '수용'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기념회 때 그는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교육위원으로서 교사와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아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를 내고, 3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은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책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를 내고, 3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은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 허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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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시작하는 의미로"

이날 출판기념회는 오정남 마산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보예술국악단의 모듬북 공연(태동)과 축사, 영상메시지 등의 순서로 열렸다. 박 교육위원의 딸(박선영)이 "희망의 길동무가 될게요"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했고, 양재한 창원전문대 교수가 서평을 했다.

이재욱 경남교육포럼 이사장(전 노키아티엠씨 회장)과 권영길 의원, 권정호 경남도교육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박판도 전 경남도의회 의장, 강수명·옥정호·박대현·박성기·조재규 교육위원 등이 참석해 박 교육위원의 출판을 축하했다.

박 교육위원은 내년 경남도교육감 선거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날 참가자들에게는 물만 제공됐다. 박 교육위원은 인사말을 하면서 "인사말을 하려고 낮에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글을 써서 출력해 놓았는데 갖고 오지를 못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내려놓고 새로이 시작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맹자>에 나오는 화살·갑옷·방패 이야기를 했다. 그는 "같은 장인인데,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 지를 걱정하고, 갑옷과 방패를 만드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지를 걱정한다고 했다"면서 "7년간 교육위원하면서 화살로 사람을 찌르는 일을 한 것 같은데 후회스럽기도 하다. 교육위원으로서 집행부를 상대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악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박종훈 교육위원이 창원 문성고 교사, 전교조 경남지부 창원지회장, 경남도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 가족들과 부대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002년부터 시작해 '재선'인 박종훈 교육위원은 전국교육자치포럼 공동대표,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감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경남지부 운영위원장,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학교도서관을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도서관#교원평가제#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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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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