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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로 비쳤던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박희태(71) 전 대표가 당선했다. 칠순의 박희태 전 대표가 "노무현 정신·가치를 잇겠다"며 나온 민주당 송인배(40) 전 청와대 비서관을 눌렀다.

 

28일 실시된 선거에서 18만4691명의 유권자 가운데, 8만1103명(투표율 43.9%)만 국민주권을 행사했다. 박희태 후보는 38.13%(3만801표)를 얻어 34.05%(2만7502표)를 얻는 데 그친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3299표 차이로 이겼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는 3.51%(2836표), 무소속 김상걸 후보는 3.01%(2436표), 무소속 김양수 후보 13.82%(1만1162표), 무소속 김용구 후보 0.54%(443표), 무소속 김진명 후보 0.67%(546표), 무소속 유재명 후보 6.23%(5033표)를 각각 얻었다(무효 344표).

 

박희태 후보는 특히 농촌 지역에서 송인배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했고, 일부 물금읍과 웅상지역 등 신도시 지역에서는 송 후보가 앞섰다. 농촌인 상북면 제2투표소에서는 박 당선자가 427표를 얻었지만 송 후보는 215표를 얻었다. 신도시지역인 물금읍 제5투표소의 경우 박 당선자는 733표를 얻은 반면 송 후보는 860표를 얻었다.

 

또 박희태 후보가 내세웠던 '지하철 연장 건설' 등 공약과 관련 있는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많은 득표를 했다. 또 4대강 정비사업(낙동강)으로 토지 보상을 받게 되는 원동면 지역에서 박 후보가 앞섰다.

 

양산은 이번에 같이 실시한 다른 재보선 지역보다 투표율이 높았다. 당초 양산은 투표율이 3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투표 마감 직후 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송인배 후보 측에서는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사무소에서는 환호성이 나오는 등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던 것은 후보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무소속 김양수 후보 측의 지지자들이 투표에 적극 나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3명 후보 가운데 특정 후보의 지지층만 투표한 게 아니라 골고루 투표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후보 측, 지역개발 공약 주효했다는 분석

 

박희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한나라당 고정 지지표들이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박 당선자가 '힘 있는 인물론'을 내세워 지하철 건설 등 각종 개발 공약을 제시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양산지역 한 인사는 "5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분들이 한나라당을 많이 찍은 것 같고, 지역 토호세력들의 표가 결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관 <양산시민신문> 대표이사는 "양산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높은데, 마지막에 결집했던 것 같다"면서 "여전히 지역주의의 벽이 두텁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바람'은 불었나?

 

양산 재선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은 불었는가. 송 후보측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억울했다며 '복수하자'고 했다. 송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바람'은 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송인배 후보는 지금까지 세 번째 출마다. 2004년에 이어 2008년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적은 득표에 그쳤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버리면서 정치적 기반을 잃은 셈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선거에서는 34.05%를 득표했다. 이는 '노무현 바람'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선거유세를 벌였지만, 주로 '친노'(노무현) 진영이 나서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지원활동을 벌이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장관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산에 머물면서 송 후보를 지원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주말에 대거 양산을 찾기도 했다.

 

양산지역 한 인사는 "지난해 총선 뒤 송인배 후보는 지역에서 기반을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재선거가 결정된 뒤 그는 후보군에도 끼지 못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 그만큼 많은 득표를 한 것은 송 후보 개인 역량보다 '노무현 바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부산대 양산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노 전 대통령은 양산에서 숨을 거두었다. 일부에서 반감을 사기는 했지만 '복수하자'는 구호가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복수하자"는 말이 오히려 반감을 사기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됐더라면 ...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수치상으로 따지면 송인배 후보와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의 득표를 합치더라도 박희태 당선자보다 모자란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동안 내내 송 후보 측은 단일화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는데, 만약 단일화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있을 수 있다.

 

단일화 논의는 한참 진행되다가 선거 막판에 무산됐다. 단일화가 실패하자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선거에서 양산은 민주노동당 득표수가 6000~7000표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박승흡 후보는 그보다 적게 얻었는데, 이는 일부가 송인배 후보 쪽으로 갔다고 볼 수 있다.

 

김두관 전 장관은 "선거 패배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단일화와 관련해서만 놓고 볼 때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도 있을 수 있는 것이기에 결과를 놓고 보니 아쉽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단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번 더 실감했던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히 영남권에선 야권 연합 내지 연대가 필요한데, 이번 선거가 그것을 보여주었다"면서 "하여튼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유권자의 표심을 믿어야 하겠지만, 이번 선거 역시 정책보다 다른 요소들이 더 많이 작용하고, 정치혐오를 느낄 정도로 구태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 무산과 관련해, 그는 "초기에는 두 후보를 묶으면 시너지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자기들이 유리하다 싶으니까 옆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민주당은 소수 야3당을 비중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서로 깊이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태그:#양산 재선거, #박희태 당선자, #노무현 전 대통령, #송인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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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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