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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에게 인기 만점인 안성 백성운수 370번 버스 운전기사 우상열. 그에겐 몇 가지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사내 정규직 버스기사 중 최고참 기사, 12년 같은 노선 운전기사, 12년 무사고 운전기사, 승객들의 분실물을 잘 찾아주는 기사' 등등. 그 중 단연 최고는 '코털 기사'다. 직장 동료는 장난삼아 '코털, 코털'이라하고, 승객들은 그를 일러 '코털 기사님'이라한다.

 

올해로 12년째 시골버스의 같은 노선을 운행하다 보니 단골 아닌 단골도 꽤나 많다. 우상열 기사가 초창기 시절, 등하교 시간에 버스를 이용하던 중고등학생이 지금은 애 엄마와 애 아빠가 되어 버스 타는 걸 볼 땐 세월의 흐름에 깜짝 놀라게 된다고.

 

'12년 무사고' 또한 그의 버스운전 경력에 있어서 크나큰 훈장이다. 타고난 성품이 낙천적이고 느긋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가 말하는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는 것. 아내가 내조를 잘해주니 집안일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단다. 12년 무사고는 전적으로 아내의 공로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승객들의 분실물을 잘 찾아 주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그의 성품상 차 내가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그는 수시로 차 내 청소를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승객보다 분실물을 먼저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버스사무실에 즉각 신고하기 때문이다. 현찰로 몇 만 원부터 35만 원까지 찾아주기도 했단다.

 

버스기사 전에는 운전학원 강사로 몇 년 일하기도 했던 그. "운전이 나하고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 대하는 일도 재밌고요"라며 지금의 일을 '천직'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연 별일 없으면 앞으로도 계속할 터.

 

아 참, '코털 기사님'의 코털이 있는 이유는 뭘까. 지금의 코털은 5년 째 유지해온 캐릭터다. 5년 전 몇 년 동안은 앞머리는 짧게, 뒷머리는 길게 기른 헤어스타일로 운전했다고. 그동안은 승객들 사이에 '김병지 기사님'이라고 불렸다. 축구 골키퍼 김병지 선수의 헤어스타일이라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김병지'에서 '코털'로 변신한 지 5년 되는 셈이다.

 

그는 왜 눈에 띄는 캐릭터를 유지할까? 그는 말한다. "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죠"라고. 특이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승객들 눈에 띄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되고, 행동 하나하나에 조신하게 된단다. 말하자면 승객들을 향한 친절과 안전운행을 책임지도록 자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다짐을 하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코털을 휘날리며 가을 들녘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평소 하던 대로 그렇게.


태그:#우상열 버스기사, #백성운수, #안성버스, #시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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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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