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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대규모 준설공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준설공사란 '강 바닥에 쌓인 흙이나 모래 등을 파헤쳐 바닥을 깊게 하는 일'을 가리킨다. 쉽게 표현하면 강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4대강에 흙과 모래가 쌓여 바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4대강 바닥에서 총 5억 7000만㎥ 규모의 준설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 바닥에서 긁어낼 준설량 5억 7000만㎥는 서울 남산의 11.5배에 달하는 큰 규모다.

 

그런데 낙동강의 준설량 4억 4000만㎥는 전체 준설량의 77.2%에 해당하는 양이다. 낙동강이 한반도 대운하 핵심구역이라는 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운하 전초사업'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

 

4대강 바닥에서 준설할 5억 7000만㎥ 중 2억 5000만㎥(43.9%)는 모래(골재)이고, 나머지 3억 2000만㎥는 사토다. 모래는 골재로, 사토는 저지대 농경지 성토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준설공사 수질관리기준 마련하지 못한 채 공사 강행

 

준설공사의 문제점은 물을 흐리게 하고 부유물질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다. 즉 준설공사로 인해 수질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추진본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6부터 9월까지 진행된 낙동강 하구둑 준설공사 수질분석 결과 하류지역 부유물질이 상류지역보다 평균 3.9mg/l(9.7→13.6mg/l)이 더 늘어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한강 준설공사 수질을 분석한 결과, 한강 잠실수중보 상류지역을 준설할 때 부유물질의 농도가 평균 18.5mg/l로 나타났다. 이는 한강원수(11.4mg/l)보다 7.1mg/l 더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준설공사로 인해 수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부는 준설공사 수질관리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채 공사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지난 13일 '제2차 수질분과 자문회의'를 열어 준설공사 수질관리기준 설정과 관련된 안건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준설공사 수질관리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조정식(경기 시흥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의 '제2차 수질분과 자문회의 결과' 자료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 13일 열린 수질분과 자문회의에는 추진본부 5명, 환경부 1명, 수질분과 8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준설공사 수질기준 설정 ▲2010년 수질개선 연구계획 등이었다. 하지만 '준설공사 수질기준 설정'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제2차 수질분과 자문회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기준설정이 필요하고, 침사지 방류수 수질기준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의 위원들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기준을 설정할 경우 향후 공사시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어 수질분과 자문회의는 "SS(부유물질, Suspended Solids)만 기준을 설정할 경우 다른 항목에 대하여는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현행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리하고 기준설정은 추후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애초 느슨한 수질관리기준 내놓고 '친환경 준설공사 하겠다'고?

 

또 다른 문제점은 추진본부가 애초에 '느슨한 기준'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날 자문회의에서 제출된 '준설공사 수질기준 설정 및 수질 모니터링 방안' 자료에 따르면, 추진본부가 내놓은 내놓은 기준은 부유물질(SS)이 원수보다 15mg/l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준설로 인한 수질영향이 낙동강 하구언은 3.9mg/l, 한강잠실수중보는 7.1mg/l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 바, 4대강 사업의 준설량 등을 고려하여 여유율을 두어 원수보다 15mg/l를 넘지 않는 것으로 설정."

 

추진본부는 이러한 기준의 근거로 하천수질기준이 25mg/l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추진본부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15mg/l'는 낙동강 하구언과 한강잠실수중보 준설공사로 인한 부유물질 증가량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규모 준설공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해야 할 수질관리기준을 애초부터 느슨하게 설정한 것이다.   

 

추진본부는 같은 자료에서 "사업기간 내내 하천 전 구간에서 준설공사가 진행될 것이므로 수질에 영향이 예상된다"며 "준설로 인한 수질오염 예방 및 안전한 취수원 확보를 위해 준설공사로 인한 수질관리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자문위원들에게 보고한 '공사중 취수대책 및 정수장 운영요령' 자료에서는 수질요염을 방지하기 위해 친환경적 준설공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물막이 공법 시행(2m 이내) ▲흡입식 펌프준설 공법 시행(2m 이상) ▲준설선 주변 및 토취장 방류구에 오탁방지막 설치 ▲준설공사에 따른 수질기준(SS) 기준 설정 ▲상시 수질모니터링 실시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준설공사로 인한 수질악화 가능성을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준설공사 수질관리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4대강사업=편법' 도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태그:#4대강 살리기 사업, #준설공사, #조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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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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