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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박사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3000'과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을 비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가면 10년 뒤에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 '비핵개방3000'이다. 가령 아버지가 높이뛰기 선수인 아들한테 지금 2m를 뛰면 그랜저를 사주겠다고 했다고 치자, 실제 아들이 2m 넘기를 바란다면 넘었을 때 줄 것이 아니라 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핵뿐만 아니라 남북 군사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남북 대결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핵이 해결됐다고 할 경우 엉뚱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그랜드바겐을 꺼냈는데, 실제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면 북에 특사를 보내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

 

이종석 전 장관은 20일 저녁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동북아 정세 변화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상담소가 '인권대학'의 하나로 마련했는데, 그는 2시간 동안 동북아 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동북아 상황을 설명한 그는 "이전 냉전시대와 지금은 다르다"며 "우리는 미국·일본과 교역량보다 중국이 더 많다. 북한은 교역량의 70%가 중국인데, 교역량(2008년)이 27억 달러였다. 그런데 우리는 1658억 달러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0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미-일 동맹을 아주 강조했는데, 지금은 중국을 포함한 3각 관계도 중요하다. 작년 말부터 중-미, 중-일 관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면서 "미국 사람들의 관심은 중국에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전에는 미-일 동맹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미-중 관계가 중요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남북 군사력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은행이 북한의 국민소득을 잘못 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한국은행이 낸 북한의 1인당 GNP를 보면 우리와 18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GNP를 계산하려면 그 나라 물가로 환산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북한 물가를 알아야 하는데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2006년 통일부 장관으로 있을 때 한국은행 담당자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의 GNP가 1000달러 넘는다고 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600달러였다. '600달러인 베트남은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데 북한은 1000달러인데 왜 있느냐'고 했더니 답을 못하더라.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북한 물가를 지금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서울대 교수와 전문가한테 의뢰해서 탈북자를 조사해서 북한의 GNP를 계산해보니 최저 360달러, 최고 380달러 정도 나오더라. 이는 유엔 추계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국민소득과 대비하면 50배다. 북한의 물가를 모르니까 우리 물가에 대비시켜 계산하다 보니 잘못 나온 것이다."

 

"남과 북은 국가능력 차이가 존재한다"

 

이종석 전 장관은 "우리 머리속에는 북한은 무섭고 두려운 대상으로 남아 있다"면서 "국민소득은 50배이고 인구는 2배로, 경제력은 엄청난 차이다. 남과 북은 국가능력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나라든 자기 군대를 갖고 있으면서 작전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맡긴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기였던 이승만 정권 때는 작전지휘권을 갖고 해달라고 했지만, 이제는 먹고 살 만하니까 가져 와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남북 청소년의 신장 차이가 10~15cm 정도다. 10cm 차이는 종족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에서 신체 조건이 나빠진 것은 아이들이 영유아시절에 지능 발달을 못한 것이 된다. 통일시대가 되면 하나가 될지 의문이다.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발전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직되어 있다. 그런 속에서도 개성공단이 돌아가고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지난 10년간 대북포용정책으로 이루어 놓았기 때문이다"면서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에 대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을 강화시키고 공동번영으로 나가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이 잘 안 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지난 8월 북한에 가서 5가지를 협의해 왔는데,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하나만 따먹고 나머지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말이 되나. 민간인 현정은 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이 다 보살펴야 하는 대상이 아니냐. 정부는 국민이건 기업이건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때문에 북한은 장전항에 있던 해군기지를, 육로관광을 위해 휴전선 주변 군사부대를 위쪽으로 올렸다. 개성공단 지역도 인민군이 들어왔던 지역이었다. 만약 북한 사람들이 설악산을 관광하고 파주에 공단을 짓기 위해 우리 군대를 더 남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했다면 우리가 쉽게 동의하겠느냐. 북한은 그만큼 양보했던 것이다."

 

 

"우리는 통일을 주도할 능력이 있고, 전략을 가져야 한다"

 

이종석 전 장관은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졌듯이,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인식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붕괴한다고 해서 110만의 군대까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북을 도와주고 한다면 북한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북의 정권이 무너졌다고 할 경우 북한 사람들이 우리한테 부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 관개 개선이 중요한 것이다. 대북지원을 거부하면 신뢰할 수 있는 틀은 없어지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휴전선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던 상황을 설명한 그는, "동북아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 통일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능력도 있다. 전략을 갖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 구조가 중요하다. 북한의 변화보다 남북관계 진전이 앞서야 한반도 통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당장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미래가 중요하다. 중국이 얼마나 거대한 국가로 성장하고 있나. 그것까지 모두 고려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왜 통일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2차 세계대전 뒤 많은 나라 가운데 민주화와 시장경제로 성장을 동시에 한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이고 한 면은 대륙으로 이어져 있다. 60여년간 바다의 길만 갖고 경제강국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유라시아대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으로 갔는데, 북한사람들은 같은 말을 쓰고 조금만 익히면 숙련공이 된다.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자기완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구가 1억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남북과 해외동포를 합치면 그 정도 된다. 우리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기 위해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태그:#이종석 전 장관, #통일부, #남북관계,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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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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