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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림으로는 국립수목원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는 '초당림'을 지난 18일 다녀왔다. 1968년, 전남 강진군 칠량면 오지 숲 300만 평에 초당대학 이사장인 '초당 김기운'옹이 조성했다는 초당림은 편백, 백합나무, 미국 소나무인 테다송 등 17종 500만 그루로 조성돼 있다는데 그러한 자료보다는 "벤츠 1대 값이 나가는 귀한 목재로 키우겠다"는 설립자의 호언이 더 인상 깊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이름도 처음 들은 백합나무. 일명 튤립나무를 수십 만 그루 심었다는데 그 튤립나무를 볼 수 있다는 설렘이 들뜬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대체 얼마나 화려한 나무길래 나무에 향기의 여신 백합도 모자라 봄의 여왕 튤립의 명함까지 더블로 붙었을까?

초당림, 300만 평의 인공조림이 시작되는 곳. 산불을 대비한 임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초당림, 300만 평의 인공조림이 시작되는 곳. 산불을 대비한 임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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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호기심으로 그 날의 주제인 12Km 숲길 걷기는 안중에도 없고 처음부터 나무 관찰에 정신을 쏙 뺐다. 1968년 조성했으니까 얼추 40여 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늘씬한 수목들. 연병장의 병사들처럼 일렬로 곧게 늘어선 모습에서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것은 다른 수종보다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기 때문이란다.

미국 소나무인 테다송 중 제일 실한 것은 남자 어른 두 사람이 둘러 싸 안아야 겨우 안기던데 이 소나무 경매가가 250만 원을 호가한다던가. 전체 105만 그루의 테다송 중에도 초기에 심은 50만 그루는 크기가 30m에 육박해 못 받아도 15만 원 정도는 너끈하단다.

백합나무의 울창한 숲. 하늘을 가렸다.
 백합나무의 울창한 숲. 하늘을 가렸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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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림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자태로 일행을 맞은 백합나무. 50~70년은 돼야 벌채를 할 수 있는 여타 수종과는 달리 백합나무는 성장속도가 빨라 30년쯤이면 목재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식재된 40년생 백합나무 30만 그루만 하더라도 보통 높이가 40m 이상이라니 15층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선 것과 마찬가지라 하면 이해가 될까.

노란빛이 감도는 연녹색 꽃송이가 튤립을 빼닮았다는 튤립나무 꽃은 초여름에나 볼 수 있다니 상상 속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없고 나뭇잎만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린 백합, 일명 튤립나무. 잎 모양이 독특하다.
 어린 백합, 일명 튤립나무. 잎 모양이 독특하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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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단풍으로 물든다는 백합나무 잎사귀는 아직 가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는지 한여름 녹음을 방불케 하는 싱싱한 초록빛이었다. 일광욕을 하듯 하늘을 향해 연녹색 이파리를 마음껏 펼친 어린 백합나무 앞으로 갔다.

가까이서 살펴 본 백합나무 이파리는 언뜻 보면 플라타너스 잎과 유사했는데 플라타너스 잎 보다는 약간 작으면서 이파리 끝이 좌우 대칭 4갈레로 갈라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우리 일행을 인솔해 준 나무 박사께서 백합나무, 일명 튤립나무의 경제성과 탁월한 환경정화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백합나무는 오존을 잡아먹는 천적이란다. 오존 흡입량이 은행나무나 단풍나무보다 2배가 많아 공해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고 밀원으로도 적당해 아카시아 꿀과 유사한 꿀을 생산할 수 있단다.

약간 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백합나무 단면. 큰 것은 지름 2m가 넘는단다.
 약간 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백합나무 단면. 큰 것은 지름 2m가 넘는단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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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생장속도도 뛰어나 낙엽송보다 3.5배 이상 경제성이 있으며, 빠르게 자란다고 해서 재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목기 제작에도 적당하고 가구재, 목공예, 합판 등 건축자재에도 두루 쓰일 만큼 재질이 우수하다니 벤츠 값에는 못 미치더라도 경제성이 상당한 수종임엔 틀림 없는 것 같았다.

12Km 숲속 걷기 중에 만난 용담 군락. 상당한 넓이에 만개한 용담 꽃이 지천이었다.
 12Km 숲속 걷기 중에 만난 용담 군락. 상당한 넓이에 만개한 용담 꽃이 지천이었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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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평당 3원에 구입했다는 300만 평 임야가 현재 공시지가로 계산해도 구입 당시 보다 무려 3천 배나 뛰었고 돈 되는 주요 수종만도 백합나무 30만 그루를 시작으로 테다송 105만 그루, 편백 132만 그루가 자라고 있어 그 가치만 따져도 대략 4000억 원은 넘을 것이란다.

숲속의 표고버섯 재배지. 재배지역이 상당히 넓어 수익도 대단하단다.
 숲속의 표고버섯 재배지. 재배지역이 상당히 넓어 수익도 대단하단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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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널린 산림자원. 그중에 표고버섯 재배 면적도 상당했다. 청량한 숲속에서 재배된 표고버섯의 연간 수익만도 1억 5천만 원을 올린다니 비록 남의 재산이지만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오진' 마음이 절로 들었다.

미래를 보는 안목과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김기운옹도 존경스럽지만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 꿈과 비전만이 전부인 젊은이들에게 국토 가꾸기 업적을 일궈 낼 기회를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에게 제 2의 김기운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정신 제대로 박힌 정부의 몫. 다시 생각하니 아득하다.


태그:#인공조림, #수목림, #백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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