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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치러지는 안산상록을 재선거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민주당 후보(좌)와 임종인 무소속 후보.
10월 28일 치러지는 안산상록을 재선거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민주당 후보(좌)와 임종인 무소속 후보. ⓒ 오마이뉴스

 

[기사수정 : 20일 낮 12시 10분]

 

10월 재선거를 앞둔 민주개혁진영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앙'은 경기 안산이다.

 

애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누르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경기 안산은 야권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전날까지 협상테이블 앉았는데... "분열주의 세력"-"패권주의자" 서로 비난 

 

하지만 민주당과 무소속 임종인 후보 공동선대본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후보단일화 협상은 파국을 맞고 있다. 양측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 특히 후보 이름 앞에 정당명을 표기하는 문제로 싸우는 중이다. 민주당은 정당 이름을 넣은 여론조사를, 임종인 후보측은 정당 이름을 뺀 여론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임 후보측 모두 양보할 뜻이 전혀 없어 후보단일화는 결국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말 '반MB연대'를 선언하며 손 잡은 야4당 연합전선이 채 열달도 안 돼 흐트러지는 셈이다. 이번 후보단일화가 깨진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범야권 단일전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19일 민주당과 임종인 후보측은 각각 논평과 기자회견을 통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날까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양측은 "분열주의 세력", "거짓과 과장, 독선"(민주당 노영민 대변인), "패권주의자"(야3당 공동선대위원장)라고 서로를 몰아붙였다. 깊어진 '감정의 골'이 그대로 읽힌다.

 

양측은 서로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후보단일화 협상 결렬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당명 넣지 말자? 차라리 후보를 거저 달라고 해라" 

 

민주당은 이날 '가합의문'까지 공개하면서 임 후보측을 몰아붙였다. '후보 적합도(50%)+경쟁력(50%)' 문항을 갖고 '투표참여시민층'만 대상으로 하자는 임 후보측 주장 등을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이는 '정당명 표기'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후보단일화 협상 대표로 나선 윤호중 수석부총장은 "정당으로서의 존립 근거를 완전히 부정하라는 뜻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선 "차라리 후보 자리를 거저 달라고 하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민주당은 또 후보단일화 협상 결렬 배후로 진보신당과 심상정 대표를 공개 지목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18일 낮 4시간30분간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문 작성을 거의 마쳤지만, 임 후보측 협상대표가 진보신당 심 대표를 만나고 온 뒤 갑작스레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한다.    

 

노영민 대변인이 이날 "임 후보 공동선대위에 정파적 이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열주의 세력이 있다"고 논평한 것도 진보신당을 겨냥한 독설이다. 하지만 심 대표가 임 후보측 협상대표를 만나 정당명 표기 반대를 이유로 협상 결렬을 종용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당일 심 대표는 임 후보측 협상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민주당은 사실상 후보단일화 협상이 끝났다고 보고, 김영환 후보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21일 부재자투표가 시작돼 후보단일화 협상을 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후보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파열음만 계속난다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뻔한 일이다. 

 

노 대변인은 "후보단일화 논의는 임종인 후보 측이 무산시킨 것"이라며 "여론조사의 1등 후보가 3등 후보에게 절반을 양보했다면 사실 모든 프리미엄을 양보한 것 아니냐, 이제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해 후보단일화 협상을 포기했음을 분명히 했다.

 

임 후보측 "후보 적합도 묻는데 왜 정당명을 쓰나" 

 

반면 임 후보측은 민주당이 '정당명 표기'를 고집하는 것은 "정당 프리미엄, 곧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3당 공동선대본을 이끌고 있는 권영길, 김동민, 심상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패권적 태도로 인해 임종인 후보와 민주당 사이에 진행됐던 후보단일화 협상은 끝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들에 따르면, 임 후보측은 후보단일화도 먼저 제안하고, 여론조사 방법과 시기, 항목도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인물검증 토론회도 민주당의 주장에 따라 생략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정당명 표기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심 위원장 등은 "적합도 조사는 어떤 후보가 적합한지를 묻는 조사지, 어떤 정당이 적합하느냐를 묻는게 아니다"라며 "왜 정당명을 표기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후보단일화 협상 결렬 배후로 진보신당을 지목한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다. 정당명 표기 반대는 임 후보와 공동선대본의 결정인데, 왜 특정정당을 매도하느냐는 반박이다. 이들은 "진보신당을 지목한 것은 단일화 무산 책임을 전가하고 임 후보와 야3당 공조를 흔들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민주당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반MB연대'가 깨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민주당이 사실왜곡 행위를 계속한다면 의석 1석을 획득하기 위해 '반MB 야권연대' 틀마저 깰 수 있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후보단일화 사실상 '포기'... "반MB연대 깨진다"

 

다만 임 후보측은 후보단일화를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야3당 공동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금은 단일화 책임론보다 단일화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할 때"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야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당명 표기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후보단일화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권의 '반MB연대'는 이번 재선거를 고비로 열 달도 못가서 발병이 나게 생긴 셈이다.


#10월 재선거#민주당#임종인#안산 상록을#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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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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