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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포도주

 

마운트 감비아(Mt Gambier)를 떠나 애들레이드(Adelaide)로 향한다. 애들레이드로 가는 길에는 엄청난 규모로 조림 사업을 한다. 도로변은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가 줄지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조림 지역을 벗어나니 이번에는 포도주 산지답게 포도 넝쿨이 끝없이 펼쳐진다. 애들레이드를 중심으로 남부 호주의 포도주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고 한다. 이곳 기후가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 산지와 기후가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애들레이드(Adelaide)로 들어가는 마지막 고개를 넘는데 심한 맞바람이 불어온다. 자동차가 뒤로 밀리는 기분이 들 정도의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산길을 내려와 시내에 들어선다. 서부 해안가에 있는 캐러밴 파크를 찾아 들어선다. 사무실에는 나이 든 마음씨 좋게 생긴 아줌마가 우리를 반기며 심하게 부는 바람 이야기를 한다.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애들레이드에 바람이 많이 불 것이라는 생각은 들어도 오늘은 유난히 심하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다.

 

심한 바람과 싸워가며 텐트를 친다. 팩을 두 개씩 박아가며 텐트를 치긴 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부니 불안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니 이제는 하늘에 맡기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애들레이드 근처에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캥거루 아일랜드(Kangaroo Island)가 있다. 캥거루 아일랜드에 가면 바다표범, 물개 등을 비롯해 텔레비전에 나오는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지난 여행 때 들려본 곳이기에 캥거루 아일랜드에는 들리지 않기로 했다.

 

시내에 있는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에 들려본다. 보타닉 가든은 꽃을 좋아하는 아내 덕에 새로운 도시에 들어설 때 마다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기후와 토질에 맞는 특색 있는 보타닉 가든을 보게 된다. 에들레이드 보타닉 가든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잘 손질 되어있다. 이곳 보타닉 가든에는 장미만을 모아놓은 큰 정원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장미가 꽉 들어차있는 정원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라색 장미꽃도 보았다.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없던 아내도 장미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나무와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꽤 넓은 보타닉 가든을 돌다 보니 포도주 산지답게 포도주 센터라는 건물이 보인다. 들어가 보니, 포도주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포도주에 대해 전시해 놓은 곳도 있고, 각가지 종류의 포도주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포도주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 곳도 있다. 포도주라고 하는 것이 꽤나 복잡은 한가 보다. 내가 알고 있는 포도주 상식이라고는 화이트와 적색 포도주뿐인데... 장미가 만발한 정원 한 편에서는 사람들이 포도주를 즐기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문명 세계를 뒤로하고

 

이제는 문명을 벗어나자.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의 행정도시 애들레이드를 떠난다. 지난번에 들렸던 포트 어거스타(Port Augusta)에 도착했다. 오지로 들어가기 전에 도서관에 들러 이메일을 점검한다. 그리고 애들레이드 캐러밴 파크에서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에 사는 여행객이 빌려준 물통에 물을 가득 담고 오지를 향해 떠난다. 이곳은 근처의 웅장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있어 물맛이 좋다.

 

오지에 들어서는 길목인 킴바(Kimba)에 들어섰다. 집 몇 채 없는 조그만 동네에 들어서니 이미 캐러밴 서너 대가 공원에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은 돈을 받는 사람도 없고, 먼저 와서 차지하면 그만인 곳이다. 시설이라고는 공중변소 하나, 그리고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수돗물이 있다. 이곳은 허허벌판이라 물맛이 없다. 가지고 온 물이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되었다.  문명의 세계를 벗어난 기분을 몸으로 느끼며 저녁을 먹는다.

 

이러한 오지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곧 친해진다. 같이 하룻밤을 지낸 이웃(?)들과 이런저런 여행담도 나눈 후 다음 목적지인 세듀나(Ceduna)로 떠났다. 킴바보다는 한결 큰 동네다. 근처에 있는 낚시점에서 미끼를 사고, 선착장에 앉아 낚시를 한다. 바로 옆에서는 한 가족이 4명이 낚시를 하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인지 조그만 플랫 헤드(Flat Head)라고 부르는 생선 두어 마리 잡고는 끝이다. 옆 사람들도 생선은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게 망을 가지고 게를 많이 잡고 있다.  두 양동이 이상은 잡았을 것이다. 

 

안 잡히는 생선을 어떡하랴? 낚시는 항상 내일이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아내가 비닐봉지에 가득 든 소라를 보여준다. 내가 낚시하는 동안 바닷가에서 잡은 것이다. 생선회를 먹으려고 준비한 초고추장에 삶은 소라와, 근처 가게에서 사온 생굴을 안주 삼아 한 병 남아있던 포도주를 즐긴다. 이렇게 푸짐한 해산물과 함께 술을 마실 때에는 술친구 생각이 난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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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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