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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생기가 있고 혈색이 아주 좋아 보인다. 요즘 무슨 좋은 일 생겼니?"
"좋은 일? 글쎄?"

석 달 만에  친구모임에 나온 그의 표정이 밝아지고 말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바로 그거였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두번이나 연속 모임에 빠진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힘들게 얻은 일자리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점심을 시켜놓고 친구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는 올 봄에 시흥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아이돌보미활동 양성과정을 마쳤다. 그는 아이돌보미 교육을 이수하고도 한동안 일거리가 없었다. 지난 봄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어디 일할 때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매달 꼬박 꼬박 입금되는 돈 보면 힘이 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이지요?
"교육을 끝내고도 한동안은 일거리가 없어서 그것도 무용지물인가 생각했는데 3~4개월 전부터인가?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교육을 받으려고 생각했는지요?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나니깐 정말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더라고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깐 몸이 더 아픈 것 같고 너무 무료해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한 달 수입은?
"처음에는 십만 원도 안 되었지만 요즘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니깐 50~60만 원 정도 돼요. 내가 직접 돈을 벌어보니깐 돈 벌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고, 단 천 원도 함부로 못 쓰겠더라고요. 그런 반면 친구들 모임에 내가 번 돈으로 회비도 낼 수 있고 내가 배우고 싶어 문화센터에 등록하는 수강료도 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나머지 돈은 아직 통장에 그대로 있다고 한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꼬박 꼬박 입금이 되는것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 달에는 가족들에게 밥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 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적은 돈이지만 그동안 자신이 벌어 용돈이라도 쓸 수 있다는 기쁨을 말이다.

다른 친구들도 그에게 "저녁밥은 해놓고 가니? 오늘은 몇시에 가니"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바빴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아야 이 일을 할 수 있나요?
"50시간 교육을 받고 80% 출석을 해야 수료할 수 있어요. 처음 일이 들어왔을 때에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 왕복 2시간을 걸려 왔다 갔다 한 적도 있어요."

한편 그런 곳은 너무 멀다면서 안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가 멀다고, 아이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일할 기회는 적어진다고.

그는 아이와 노는 것이 재미있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일 같다고 한다. 또 우리나이(50대 후반)에는 체력으로나 시간으로나 아주 제격이라고 아주 자신있게 말한다. 갓난아기가 아니라 손이 많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부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대상이기도 하다.

요즘 그 친구가 돌봐주고 있는 아이는 6살, 아이 아버지는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엄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이와 노는 시간은 3시간이고, 시간당 5천 원 받으며, 교통비는 건강가정센터에서 지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내용
• 보육시설·학교 등 등,하원
• 식사 및 간식 챙겨주기
• 부모가 올 때까지 임시보육
• 병원 송영서비스
• 놀이 활동 등
• 안전·신변보호 처리 등의 서비스
- 활동비 시간당 5000원 지급. 단, 아동 수, 주말, 심야활동시간에 따라 차등 지급
- 활동 시 교통비 지급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50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이돌보미제도는 아이를 맡겨야하는 젊은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이든 여성들에게는 일자리가 생겨 좋고,  젊은 부모들은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 말이다.

맞벌이 뿐 아니라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에도  이 제도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돌보미를 이용하고 싶은 가정은 지역에서 가까운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내가 이 일을 하고부터는 정말 많이 건강해졌어. 작년 이맘 때에는 감기로 엄청 고생했는데, 요즘은 병원 가는 횟수가 내가 알 정도로 확 줄어 들었거든."

그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건강도 지키고 큰 보람도 느꼈으면 한다.


태그:#아이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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